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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초 Joe Cho Mar 10. 2024

지갑 조심, 오키나와 시장

2019년 1월 오키나와 투어 ep2.

시장에 가면 항상 설렌다. 꼭 살 게 없더라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발걸음은 가볍다. 특히 해외에서 그 설렘은 배가 된다. 다른 문화와 역사, 관습, 지형, 기후 등이 만들어낸 물건들이 가득하다. 어찌 보면 시장은 그 지역의 현대 박물관이다. 박물관보다 더 매력적인 게 있다면, 마음에 드는 물건을 바로 살 수 있다는 것이다.

 

오키나와섬의 수도 나하시에서도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국제 거리(고쿠사이 도오리)에는 수많은 상점과 음식점, 호텔 등이 즐비하다. 길이는 약 1.6㎞로 약 1마일이다. 종전 후 가장 빠르게 성장한 번화가로 ‘기적의 1마일’이라고도 부른다. 별 계획 없이 이 거리만 돌아다녀도 하루가 후딱 간다.

 

국제 거리 중간쯤으로 오면 커다란 지붕으로 덮인 아케이드 시장이 보인다. 쓰코시 백화점 앞 이치바혼 거리, 무츠미바시 거리 그리고 헤이와 거리는 다양하고 수많은 상점이 모여 소소하게 별도의 시장을 이루고 있다. 각각의 거리는 올곧게 각자 뻗어 있다가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정신없이 구경하다 보면 거리가 모두 이어져 있는 듯한 착각이 든다.

 

국제 거리 시장에서는 오키나와 주민의 생활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이치바혼 거리 중간쯤에 있는 마카시 공설 시장 1층만 봐도 이곳 사람들이 어떤 걸 주로 먹는지 한눈에 볼 수 있다. 식재료를 사서 2층으로 올라가면 요리를 해준다. 작게 다닥다닥 붙어 있는 상점은 오키나와의 특산품과 기념품 등을 판다. 비슷하면서도 가게마다 개성이 돋보여 쉽게 지나칠 수가 없다. 오키나와 여행을 간다면, 반드시 수화물 무게에 여유를 두고 가길 권한다.

 

이곳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탕수수 착즙 주스는 생각보다 달콤하지 않았다. ‘사탕’보다는 ‘수수’의 맛이 좀 더 강했다. 달달한 풀 맛이랄까? 줄기째로도 살 수 있는데 껍질을 벗기고 질겅질겅 씹어 먹으면 단맛이 난다. 이 즙을 짜서 농축한 게 바로 설탕이다.

 

헤이와 거리의 수많은 상점 중에 ‘KAISOU’라는 곳에서 유독 오래 머물렀다. 여행을 가면 그곳만의 로컬 개성이 담긴 티셔츠를 기념품처럼 사 오는 편인데, 이곳에 걸려 있는 티셔츠들이 발길을 잡았다. 디자인도 디자인이지만 100% 오가닉 코튼이라는 점이 마음을 끌었다. 오가닉 코튼은 말 그대로 유기농으로 재배된 목화에서 난 솜의 실로 만든 면(綿, cotton)이다. 염색과 방적, 봉제 등 티셔츠를 만드는 전 과정에서 농약이나 화학 약품을 일절 사용하지 않는다. 따라서 천연 유분이 그대로 있고 섬유에 탄력이 살아있어 착용감이 부드럽고 남다르다. 단점이 하나 있다면 세탁기 사용 시 수축될 수 있어 손빨래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있다. 티셔츠에는 오키나와의 자연과 주민들의 라이프 스타일을 소박한 드로잉으로 담아냈다. 무엇 하나 마음에 안 드는 것이 없어 선택하는 데 시간이 꽤 걸렸다.


2019년 1월 오키나와 투어 ep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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