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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회동 Apr 17. 2019

4월에 대한 나의 기억

- 지난 5년을 되돌아보며


1.

 5년 전 4월엔 내무반에서 한없이 멍을 때리며 뉴스만 봤다. 도대체 이게 뭐지. 사회와의 격리가 불러온 나만의 환각인가. 곧 괜찮아지겠지. 당연한 거잖아.


2.
 4년 전 4월엔 분노로 가득했다. 왜 그랬을까. 최악까지 갈 필요는 없었는데. 쉽게 이해가 가지 않았다.


3.
 3년 전 4월은 다소 차분했다. 원죄, 그리고 삐뚤어진 시선에 대한 불편함. 어쩌면 외면이었을까.


4.
 2년 전 4월엔 일을 시작하게 되었고 굳게 다짐한 바가 있었다. 내 위치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영역 내에서 잊지 말아야겠다. 느리지만 천천히, 작지만 강하게.


5.
 작년엔 일을 계기로 한 유가족 아버님을 만났다. 무슨 말을 건네야 할지 몰라 쭈뼛쭈뼛 서있는데, 먼저 음료수를 내오셨다. 속상해서 밤새 잠을 뒤척였다. 그리고 그해 4월 16일, 잠실 주경기장에서 뜻밖의 위로를 받았다. 국가의 통치자가 아닌, 머나먼 영국에서 온 밴드의 추모 공연에서 위로를 받을 때의 심정이란.


6.
 그렇게 오늘이 왔고, 다행히 날은 따듯했다. 저마다 4월을 다르게 기억하겠지만, 이게 내가 기억하는 4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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