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봄봄 Aug 05. 2023

[책리뷰] 명리심리학, 양창순

사주로 보는 심리학

왜 우리는 마음이 아플 때 정신과가 아닌 점집부터 찾을까요?


우리나라 사람 중에 사주 한 번 안 본 사람 있을까? 정해진 운명이라는 걸 믿든 안 믿든, 재미로라도 본 적이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결과를 들으면 괜히 기분이 좋고, 물가를 조심하라는 말을 들으면 어쩐지 신경이 쓰인다.


정신과 의사인 저자는 우리나라의 그러한 명리학 문화를 정신분석학에 슬기롭게 접목시켜 '명리심리학'을 발전시켰다. 얼핏 들으면 어떻게 정신의학과 음양오행에 기반한 사주를 합칠 수 있을까 싶지만, 책 '명리심리학'에서는 두 가지 학문을 상호적으로 이용해 우리의 마음을 달래줄 수 있다고 한다.


당신은 불과 물이 충돌하는 사람이군요


명리심리학의 가장 주요한 장점은, 정신의학적으로 자신을 아는 것보다 주역으로 아는 것이 덜 아프는 것이다.


정신과를 방문한 환자들에게는 먼저 심리 검사 등을 통해 내담자의 성격과 현재 상황 등을 짚어내는데,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그 결과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기 어려워한다고 한다. 예를 들면 욱하는 성격이 있는 사람이 내담 했다고 하자. 그때 그 사람에게 '당신은 성격이 자기중심적이다'라고 하면 그 사람은 아니라고 하면서 욱할 것이다. 하지만 그에게 '당신의 사주는 불기운과 물기운이 충돌해서 가끔 번쩍하는 오행이다'라고 말하면 '어머! 맞아요, 선생님' 하게 된다.


내 주변에서도 이런 예를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 크게 공감했다.

몇 주 전 회식 자리에서 애처가로 소문난 직장동료 한 분이 사주를 보고 온 이야기를 해주셨는데, 그분께서 '저의 사주는 큰 불이라 크게 활활 태워야 된대요. 그런데 제 와이프는 더 큰 물이라 불을 다 꺼버린대요.'라는 재미있는 결과를 받았다고 하셨었다.

워낙 평소에도 가정에 충실한 분이라 그러한 사주를 보지 않아도 물론 괜찮았겠지만, 만약 누군가가 그분께 '는 게 이기는 거니까 다 져 주고 사세요' 이러면 괜히 반발심이 들었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음양오행으로 설명을 듣는다면 왠지 받아들일 수 있을 것만 같다.


이런 점에서 저자가 정말 현명하게 명리학 문화를 접목했다고 생각했다. 서양 정신분석학과 동양 철학을 따로 구분하지 않고, 환자의 입장에서 받아들이기 쉬운 방향으로 배려하는 마음이 있었기에 이렇게 창의적인 해결안을 강구할 수 있었던 것 같다.


© ldandersen, 출처 Unsplash


바나나와 밤을 한 곳에 심을 수 없다


이렇듯 우리에게 각각 타고난 기질이 있다면, 자연적으로 노력하지 않아도 맞는 사람과 애를 써도 맞지 않는 사람이 있기 마련이다. 사실 많은 사람이 직장이나 가정에서 고민하는 부분이 일 그 자체보다는 인간관계인데, 수많은 처세술 책과 강의가 있어도 정답은 없는 것이 사회생활이자 사람 대하는 일 것 같다.


저자도 책에서 '만나서 그냥 안 맞는 사람이 있었다'라고 고백한다. 어쩌다 생년월일을 알게 된 경우 사주를 살펴보면 자신과 맞지 않는 음양오행이라는 것이다. 그럴 때 이 사람과 나는 원래 맞지 않는구나, 를 인정하고 죄책감 없이 거리를 둘 수 있게 되는 것 또한 명리심리학의 장점이다.


사람을 만나 사귀다 보면 나와 잘 맞는 상대가 있는가 하면 이상할 정도로 처음부터 거리감이 느껴지는 상대도 있다. (...) 때로는 단지 명리학적으로 상대와 나와 기가 맞지 않아서 생겨나는 현상일 수도 있다.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말을 빌리자면 "바나나와 밤을 같은 정원에 심을 수 없는 것"과 마찬가지다. (...) 나 역시 그동안 혹시 내 문제가 아닌가 하고 연연하던 관계들이 정리가 되는 도움을 받았다.


하지만 책에서도 주의했듯이 뭐든지 과유불급이라고, 한 사람에 대해 제대로 알아볼 시도조차 하지 않고 사주로 판단하여 (요새는 MBTI) 누군가를 재단해 버리는 일은 지양해야 할 것이다.  



사주는 못 바꿔도 팔자는 바꿀 수 있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궁금해하는 것이, 내 사주와 운을 알게 되면 결국 앞으로의 운명이 다 결정되어 있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책에서는 확실하게 "사주가 좋으면 노력을 하지 않아도 되는가?" 하는 질문에 '아니다'라고 대답한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현재 부귀영화를 누린다고 앞으로도 좋기만 한 것은 아니며 나쁜 운이 들어온다고 해서 다 나쁜 것도 아니다. 단지 내가 그것을 어떻게 소화하느냐가 중요한 것이라고 한다.


마음을 갈고닦아 인생의 고비에도 견디며 현명하게 대처하는 법. 그때 가장 중요한 것이 '심상 心傷'이다. 인생은 사주 1/3, 운 1/3, 심상 1/3으로 흘러간다는 것이다.

책에 소개된 이를 잘 보여주는 한 가지 일화 중, 내 가장 마음에 와닿는 것은 '개구리와 장미' 이야기이다.


두 자매 중 한 사람은 마음씨가 곱고 착해서 어려운 일을 당한 주변 사람을 최선을 다해 도와주려고 애썼다. 그러나 다른 한 사람은 그 반대로 심술궂게 자기 멋대로 행동하면서도 자신이 옳다고 내세웠다.

어느 날 하늘에서 천사가 내려와, 마음이 고운 말을 하면 그것이 장미로 변해 주변에 향기를 풍기게 했고 심술궂은 말은 개구리로 변하도록 만들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입으로 장미를 뿜어내는 사람을 좋아하고 자주 찾았지만, 개구리를 쏟아내는 사람은 멀리하게 되었다.


상당히 임팩트 있는 우화라, 왠지 이 이야기를 읽고 나서 나도 말을 하고 괜히 개구리와 장미가 떠오르게 되었다. 나에게 천사가 왔다면 아마 내 입에서는 개구리와 장미가 반반 정도 나오지 않았을까 싶다.

이렇듯 사주팔자에 상관없이 선하고 긍정적인 말과 행동이 좋은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결국 행복한 삶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것. 거의 모든 자기 계발서에 나오는 만큼 많은 어른들이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는 진리인가 보다.


아무리 좋은 사주를 갖고 태어났어도 그것을 갈고닦는 심상을 지닌 사람만 못하다는 말이 있다. 늘 긍정적인 마음을 가지려고 애쓰면서 열심히 살아가다 보면 자기 삶의 결과가 달라질 수도 있다는 말이다.


저자 양창순 교수는 심리학에 대한 활발한 강의와 방송 활동을 하고 계시며, 이외 집필한 저서로'나는 까칠하게 살기로 했다', '담백하게 산다는 것' 등이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책리뷰] 좋은 운은 좋은 사람과 함께 온다, 토미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