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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Aug 06. 2023

[책리뷰] 위대한 설계, 스티븐 호킹

신은 없다, 창조론에 대한 반박

우리는 왜 존재할까? 신의 위대한 설계에 따른 것일까?


2014년 개봉한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에서 에디 레드메인 분이 열연한 실제 주인공은 유명한 영국의 물리학자 스티븐 호킹 박사(1942-2018)이다. 그는 무신론자로, 2010년 펴낸 이 책 '위대한 설계'를 통해 우주는 신이 설계한 것이 아니라는 주장을 했다.

영화 사랑에 대한 모든 것 배우 에디 레드메인과 그가 연기한 실제 주인공 스티븐 호킹 박사 (출처 SBS, 나무위키)


책 제목에서 말하는 '위대한 설계'는 사실 비꼬는 말이다. The Grand Design (미국에서는 intelligent design)은 '위대하신 신께서 모든 것을 설계하셨다'는 주장을 일컫는 말인데, 책 내용은 그와 정 반대로 우주 만물이 과학의 법칙으로 설명이 가능하므로 신이 모든 걸 설계하신 게 아님을 설명한다. 신의 존재에 대해 정면으로 반박하는 내용이라, 출판 당시 창조론자와 무신론자들 사이의 열띤 논의를 불러일으켰다고 들었다.


요즘 나오는 과학책 중에는 과학 이야기에 더해 자기 계발서 형식으로 인생에 관한 가르침 등이 덧붙여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처음부터 끝까지 속속들이 과학 이야기이다.


읽으면서 솔직히 과학 전공자가 아닌 사람들이 읽기에는 조금 머리가 아프고 시간이 걸리지 않을까 싶었다. 내용의 대부분이 대학 때 그리고 대학원 때 들었던 여러 과학 수업이 배경지식이 되었는데 (예를 들면 맥스웰의 전자기학, 영의 이중 슬릿 실험 등), 이걸 알고 읽으면 '수식 없이 최대한 글로 설명하려고 했구나'를 알 수 있지만 모르고 읽으면 '이걸로 설명이 될까' 싶은 부분이 있었기 때문이다.


복잡한 과학 이론을 건너뛰고 책이 말하고자 하는 바를 한 문장으로 설명하면,

(신이 이 세상을 창조한 것이 아니라) 우주와 인간이 자연법칙에 따라 스스로 자신을 창조한다.
이를 입증하는 것이 (아직 완전하지는 않지만) M-이론이다.

를 말하고 있다.


책은 총 8 챕터인데 1장에서부터 5장까지는 M-이론을 설명하기 위한 물리 법칙, 예를 들면 아인슈타인의 상대성 이론이나 리처드 파인만의 양자 역학 등에 대한 내용이 나오고, 6장부터 본격적으로 M-이론에 대해 설명하며 물리 법칙이 우주 만물을 설명한다는 내용으로 끝맺는다.


M-이론이란


인류의 존재와 자연법칙에 대한 물음은 아주 옛날부터 있어 왔다. 고대에는 우주를 만드신 자연의 신이 노하셔서 비를 내린다고 했고, 지구를 중심으로 태양과 별들이 돈다고도 생각했다.  

과학자들은 우주 만물의 모든 행동을 설명할 수 있는 단 하나의 우아한 (elegant) 법칙이 있을 거라는 믿음을 가지고 꾸준히 여러 연구를 해 왔으며, 그 결과 양자 역학, 초끈 이론 등 다양한 물리 법칙이 발전되었다.


저자는 이 책에서 우주에 관한 완전한 이론일 가능성이 있는 유일한 후보가 M-이론이라고 말한다. 여기서 M은 거장 Master 또는 수수께끼 Mystery의 M 인걸로 추측된다.


M-이론을 요약하자면, 우리의 우주는 총 11차원 시공간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공간 차원 10개 + 시간 차원 1개), 그런데 그중에 3개 정도가 주요한 차원이고 나머지 차원들은 아주 작은 공간에 돌돌 감겨서 보이지 않는다고 한다. 이렇게 차원들이 조그만 점에 감겨 있으면, 세상에 존재할 수 있는 우주의 개수들은 10의 500승 개에 달한다. 그중에 한 개에 우리가 살고 있는 것이다.

(그냥 이렇게 한 문장으로 들으면 좀 어이없고 판타지 같이 들리겠지만, 저자는 책 1장부터 6장까지 이 이론에 대해 여러 과학 법칙으로 체계적으로 설명한다.)


그간 우주법칙을 설명하는 이론 중 가장 그럴듯했던 게 우주를 구성하물질은 아주 얇은 끈으로 되어 있다는 초끈이론 (string theory)이었는데, M-이론은 그것을 조금 더 맞게 수정한 이론이다.

그리고 이 이론은 단 하나의 법칙으로 구성된 게 아니라, 우주의 부분 부분을 설명하는 여러 법칙들이 그물망처럼 겹쳐져 있어서 M-네트워크 network라고도 불린다.


빨대는 2차원이지만 얇으면 멀리서 선처럼 1차원으로 보인다 © alexlvrs, 출처 Unsplash


우리는 누구일까? 인간은 왜 존재할까?


M-이론을 길게 설명한 이유는, 이 책을 관통하는 큰 주제이자 우리 존재에 대한 근원적 물음, 즉

왜 무(無)가 아니라 무엇인가가 있을까?

왜 우리가 (인간이) 존재할까?

왜 다른 법칙이 아닌 지금의 물리 법칙을 따를까?

에 대한 답이 되기 때문이다.


우주의 기원은 빅뱅 (Big Bang)이라고 알려져 있는데, 이는 아주 작은 점에서부터 물질이 대폭발 하여 우주가 팽창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책에서는 엄밀히 말하면 빅뱅은 틀린 이론이고 급팽창 inflation이 맞는 단계라고 한다). 우주의 에너지 총량은 0인데, 음의 중력 에너지와 균형을 맞추기 위해 양의 물질 에너지가 생겨난다. 이에 우주는 무(無)로부터 자기 자신을 창조하게 된다.


급팽창 이후 물질이 서로서로 충돌해 나가면서 융합하기도 하면서 행성이 생겨나고 우리가 사는 우주를 구성하게 되었는데, 이 급팽창 시기에 우리 우주 말고도 다른 여러 우주도 생겨났다. 그중 우리가 지금 사는 우주만이 생명이 있기에 최적의 조건을 지니고 있다. 예를 들면 태양이 한 개라던가, 지구 공전의 궤도가 타원형이라던가 하는 조건들이 생명이 살기 좋은 온도를 만들어 준다. 또한 중력법칙에 따르면, 오직 3차원에서만 안정적인 공전 궤도가 가능하므로, 우리 존재에 의해 공간 차원의 개수도 정해진다.


(책에 따르면) 신이 우리를 위해 그러한 최적의 조건을 가진 우주를 내려 주신 것이 아니라, 생명들이 시점별로 환경의 변화에 맞춰 결정을 하는 주체라고 한다. 생명들은 급팽창 시점부터 지금까지, 특정한 시점마다 조금씩 조금씩 변화하는 시스템의 상태에 따라서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이며 진화해 왔다.

즉 우주의 초기 상태를 선택하는 장본인도 우리고, 이후 최적의 조건에 맞춰 자연법칙에 따라 움직이다 보니 지금의 우주에 살게 되었다는 것이다.


이러한 우주의 법칙에는 앞서 말했듯이 중력도 있어야 하고, 자연의 힘들과 물질 사이의 초대칭성 (supersymmetry)도 있어야 한다. 저자 M-이론은 가장 일반적인 초대칭 중력이론으로, M-이론의 유한성이 증명된다면 스스로 자신을 창조하는 우주의 모형이 될 것이라고 한다 (유한성이 아직 증명이 안 되었다).


이러한 근거를 바탕으로, 책은 창조론을 부정하고 과학 법칙으로 우주의 탄생이 설명된다고 주장한다.


© tengyart, 출처 Unsplash


우주 만물의 이론 Theory of everything


앞서 말한 영화 '사랑에 관한 모든 것'의 영어 원제는 'Theory of everything 모든 것의 이론'이다. 책에서도 알 수 있듯이 스티븐 호킹은 우주의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는 하나의 이론을 고안하기 위해 많은 연구를 다.


많은 학자들이 존재의 근원에 대해 끊임없는 연구를 했지만 아직 확실하게 밝혀진 것은 없다. 존재의 근원은 한낱 인간이 이해하기에는 너무 머리 아프면서도, 또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매달릴 만큼 궁금하고 재미있기도 한 주제인 것 같다.


오랜만에 나는 무엇인가, 우주는 어디에서 왔는가를 깊게 생각하게 해 준 책이었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theory of everything, 2014 (사진 출처 NY Tim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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