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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봄봄 Mar 09. 2024

500% 상승한 그때 놓친 주식

기회의 신은 뒷머리가 없다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던 시절


4~5년 전쯤에 주식이 굉장히 인기였다. 주변 친구들도 다 주식을 시작해서, 만날 때마다 무슨 무슨 주가 어떻고 배당금이 어떻고 몇 시에 장이 열리고... 등등 어려워 보이는 경제 이야기를 많이 하는 걸 들었다.

당시에 나는 주식에 대해 아무것도 몰랐다. 박사 과정 때문에 공부를 오래 해서 대학 생활 이외의 세상에 대해 무지하기도 했고, 또 당시에 미국에 오래 있던 터라 괜히 달러로 해외 회사 주식을 덜컥 시작하는 것이 무섭기도 했다.


아무것도 모른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습관적으로 뉴스와 신문을 자주 접하며 경제 상황과 세상 돌아가는 것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놓지 않고 캐치업을 하는 편이었다. 그래서 '아마 내가 주식을 한다면...'이라는 생각을 나도 모르게 했던 것 같다.


코로나와 제약 회사


그때 내가 생각했던 회사는 인디애나의 한 제약회사였다. 내가 박사 학위를 받은 대학이 인디애나 주에 있어서 알게 된 것은 아니고 그 회사의 수요가 많아질 것이라는 내 나름의 근거가 있었다.


그때는 2020년 정도로, 코로나로 인해 팬데믹이 시작한 상황이었다. '지금 돌이켜 보니 위험했어'라고 말할 수 있는 현재가 감사할 정도로 당시에는 유례없는 위험 상황에 전 세계가 패닉에 빠졌었다.

당시 한국에 있었던 친구들 말에 따르면, 팬데믹에도 불구하고 한국에서는 다들 마스크를 착용하고 출근을 했다고 한다.


하지만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회사 및 학교가 자택근무를 했으며, 일반 시민들도 두려움에 자발적으로 격리를 했었다. 그 때문에 가장 문제가 되었던 것이 코로나로 인한 우울증, Corona blue였다. 미국은 평소에도 사람과 사람 간의 (물리적인) 거리가 멀어서 대도시를 제외하고는 차를 타고 나가야 사회활동을 할 수 있는 지역이 대부분인데, 거기에 더해 전염병에 대한 두려움으로 사람 간의 접촉이 뜸해지니 사람들이 우울증을 호소하기 시작했다. 팬데믹이 생각보다 장기화되면서 이것이 사회적으로 큰 문제로 대두되었었다.

기억이 가물가물 하기는 한데, 그때 코로나에 더해서 당시에 전쟁이 날 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들려오기도 했다. 그래서 다들 모이면 세상의 종말이 오고 있다는 apocalytic 한 이야기를 종종 나누곤 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10년 전쯤부터 공황장애라는 단어가 매체에 의해 알려지게 되고 이제는 우울증 클리닉이라던가 상담 서비스가 점차 보편화되기 시작했는데, 미국에서는 훨씬 예전부터 우울증 및 정신질환 치료를 위한 약 처방이 빈번했다. 특히 Prozac 프로잭이라는 우울증 약은 미국 대학생들이 시험 기간에 자주 복용할 정도로 상용화되어 있다고 한다. 유학 가기 전에 미국 대학생들 관련 책을 읽었는데, 좋은 학교의 학생들이 시험 압박을 이겨내기 위해 먹은 약이라고 알게 되었다.


© paolitta, 출처 Unsplash


그래서 문득 생각한 것이, '이렇게 세상이 점점 어두워지고 사람들이 우울해지면 우울증 약의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지 않을까? 그렇다면 그동안 우울증 약을 취급한 회사가 이 수요에 맞춰 빨리, 효율적으로 효과적인 약을 제공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럼 지금까지 우울증 약의 제조, 판매, 유통 등의 기반이 갖춰진 회사가 유리하겠네.'


하여 Prozac을 개발한 제약 회사를 검색해 보게 되었다.

(단순한 개인 브런치 글이긴 하지만, 회사 이름을 특정해도 되는 건지 모르겠다. 해당 제약 회사와 나는 절대 절대 아무 관계도 없음을 밝힌다.)


하지만 주식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내가 이러한 단편적인 근거만 가지고 투자를 하기에는 겁이 나서, 친구들 사이에서 어떤지 슬쩍 이야기를 해 보았다. '세상이 점점 우울해지니까 사람들이 우울하잖아...'라고 운을 띄웠는데 역시나 다들 웃어넘기는 바람에 회사 이름은 말도 꺼내지 못했었다.


기회의 신은 앞머리밖에 없다.


세월이 흘러 흘러 한국에 돌아오게 되었고, 고공 행진하는 집값과 살인적인 물가로 인해 재테크에 관심이 슬슬 생기기 시작했다.

그러다 잊고 있었던 그 제약 회사가 생각나서 무심히 주가를 검색해 보았는데...!



이럴 수가, 2020년에 비해 500% 정도나 올라 있었다. (주식을 전혀 모르긴 하지만 500% 오른 거면 많이 오른 것 아닌가?)


물론 위와 같이 내가 예측한 우울증 관련해서 주가가 오른 것인지는 모르겠다. 프로잭 외의 다른 제품이 대박이 났다던가 또 다른 내가 모르는 여러 요소가 개입을 했을 것이리라. 하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내가 처음으로 나름의 가치 평가를 한 회사가 잘 되니까 기분이 좋기는 했다.


그리스 신화에서 제우스의 아들인 카이로스 (Kairos)는 기회의 신으로 앞머리만 있고 뒷머리는 없다. 이는 기회란 올 때 잡지 않으면 놓치고 후회해 봐야 다시 잡을 수 없다는 뜻을 상징하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카이로스 타임 Kairos time 이란 결단을 내리기에 적절하고 결정적인 순간을 나타내는 말이기도 하다.

내가 만약 당시에 주식 공부를 하고 투자할 자금을 만들어 준비를 해 두었다면 카이로스의 앞머리를 낚아챌 수 있지 않았을까!


기회의 신 카이로스. (diosesydiosas.org)


재테크는 어려워


관심이 없던 경제에 슬슬 눈 떠 버려서, 재테크 관련 뉴스가 조금씩 들리기 시작하는 것 같다.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 잡듯이 맞춰버린 이번 가치 평가가 초심자의 행운으로 끝날지, 아니면 앞으로 또 다른 항목이 눈에 보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사실 나는 현실적이라는 말과는 참 거리가 먼 사람이다. 주로 소설책을 즐겨 읽고 판타지 세계가 배경인 게임을 하는 등... 이런 성향 때문에 아직까지도 기초 과학을 전공하고 연구에 매진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나 같은 새가슴은 주식은 재미로만 해야 할 것 같다. 식이 가져다 준 잠시의 행복한 상상에서 깨어나서, 열심히 일해서 정당히 번 근로소득을 위해 다음 주도 일개미처럼 일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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