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작사가의 시간

# 2. 창작 과정의 고민과 기쁨

by 이작가야

작사는 언제 시작될까.


어떤 날은 버스 안에서 우연히 스쳐 지나가는 풍경을 보다가 한 문장이 떠오른다. 어떤 날은 친구와의 대화 중 무심코 던진 한마디가 머릿속에 맴돈다. 또 어떤 날은 아무것도 떠오르지 않아서 억지로 책상 앞에 앉는다. 창 밖을 바라보며 펜을 쥐고 있으면, 시간만 흘러간다.


작사는 참 묘한 일이다. 3분에서 4분, 그 짧은 시간 안에 누군가의 마음을 담아내야 하는 일. 하고 싶은 말은 많은데 멜로디는 정해져 있고, 음절은 맞아떨어져야 하고, 무엇보다 진심이 느껴져야 한다.



단어를 고르는 시간이 가장 길다.


"그리워"와 "보고 싶어"는 같은 의미지만 전혀 다른 느낌을 준다. "그리워"는 좀 더 애틋하고 멀리 있는 느낌이라면, "보고 싶어"는 더 직접적이고 간절하다.

"생각나"는 또 다르다.

조금 더 가볍고, 문득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다.


발라드는 특히 단어 선택이 중요하다. 너무 직접적이면 감동이 덜하고, 너무 에둘러 말하면 무슨 말인지 모른다. 절제와 여운 사이 어딘가에서 정확한 단어를 찾아내야 한다. 어떤 단어는 너무 아까워서 아껴두고, 어떤 단어는 아무리 좋아도 이 노래엔 아니라는 걸 알면서 지운다.




버려진 가사들도 많다


휴대폰에는 완성된 노래보다 훨씬 많은 미완성 문장들이 쌓여 있다. "이건 아닌데" 싶어서 줄 그어 지운 문장들, 너무 직접적이라 뺀 표현들,

좋긴 한데 이 노래엔 안 맞아서 포기한 구절들.

하고 싶은 말이 많아도 버려야 한다.

이 문장도 좋고 저 문장도 좋은데,

다 넣으면 산만해진다. 압축하고 또 압축한다.

한 문장으로 열 가지 감정을 담을 수 있다면

그게 좋은 가사라고 생각한다.

가끔 예전 메모를 뒤적이다 보면

"아, 이 문장 괜찮았는데" 싶은 게 눈에 띈다. 작사는 그런 거다. 쓰고 지우고, 또 쓰고 또 지우고.




멜로디와 가사가 만나는 순간은 언제나 신기하다.


작곡가가 먼저 멜로디를 주면 그 위에 가사를 얹는다. 높은음에는 강한 단어를, 낮은음에는 부드러운 단어를 놓는다. 음절 수를 맞추고, 호흡을 생각하고, 발음이 편한 지도 확인한다.

가끔은 가사를 먼저 쓸 때도 있다. 그럴 땐 머릿속으로 대충의 멜로디를 그려놓고 쓴다. 나중에 작곡가가 전혀 다른 멜로디를 붙여올 때도 있지만, 신기하게도 그게 더 좋을 때가 많다.




완성된 노래를 처음 들을 때의 기분은 말로 설명하기 어렵다.


내가 쓴 문장들이 멜로디를 만나 노래가 되어 돌아온다. 프로듀서의 편곡이 더해지고, 악기들이 쌓이고,

내 목소리가 녹음되어 완성된 곡을 들으면 신기하다.


보람도 있고 아쉬움도 있다.

"이 부분은 이렇게 불렀으면 더 좋았을 텐데", "저 단어는 다른 걸로 바꿀 걸" 하는 생각도 든다.

그래도 누군가 내 노래를 듣고,

내 가사를 따라 부르고,

"이 가사 좋네요"라고 말해줄 때면, 모든 게 보상받는 기분이다.


가수이자 작사가의 시간은 그렇게 흘러간다.


빈 노트북 앞에서 고민하고, 단어를 고르고, 멜로디를 만나고, 완성된 노래를 듣는다.

그리고 또다시 빈 노트북을 펼친다.

다음 노래를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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