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마(돈벌레)
달구비 한바탕 놀고 간
뒤뜰 테라스 위를 바람이 스친다
한여름 더위 밤잠을 설치고
향긋하게 불어오는 선들바람 마중하며
테라스에 불을 밝힌다
불빛은 어둠을 깨우고
댓돌 내려서는 발걸음 곁으로
설핏 스치는 움직임
콩닥콩닥
가슴은 뛰고
두 발은 얼어붙었다
후미진 어둠 속으로
소리 없이 몸을 숨긴
인간의 빗장 안으로
몸을 들인 작은 생명 하나
초침은 적막을 두드리고
숨죽인 까칠한 흔적은
미동이 없다
어쩌면 좋아
달님도 졸고 있는 이 밤
야속한 불빛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