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초년생 때만 하더라도 매년 새해의 시작과 함께 거대한 목표를 설정하곤 했다. 책 100권 읽기, 영어회화 공부하기, 자격증 따기 같은 것들. 연말 즈음 교보 핫트랙스 같은 곳을 들러 마음에 드는 다이어리도 하나 구매하고, 그 위에 올해보다는 나을 새해의 밑그림을 완벽하게 그리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하지만 직장인으로서의 삶이 누적되면서 '이루어질 수 있는' 새해 목표란 없다는 걸 깨달았고 그 이후로는 다이어리도 사지 않고 거창한 목표 따위도 세우지 않는다.
올해의 시작은 조금 달랐다. 몇 년 만에 한손에 잡히는 앙증 맞은 크기의 다이어리도 하나 샀고 오랜만에 목표도 세워봤다. 다 년간의 목표 실패 경험칙을 바탕으로 이번 목표에는 살짝 변화를 주었는데 '아침 5시에 일어나기'. 이뿐이다. 아침 5시에 일어나서 무엇을 '하기'가 아니라 단지 '일어나기'가 목표인 셈이다. 중간 점검을 해보자면? 하루는 실패하고 하루는 성공하는 수준이다. 이렇게 들으면 혹자는 실패군, 하겠지만 말 그대로 '작심삼일'을 몸소 실천해온 나라는 사람의 역사를 돌아보면 새해가 시작된지 약 3개월이 지난 시점에 격일로 성공하고 있다는 건 그냥 성공이 아니라 대성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래서 6시도 아니고 4시도 아니고 5시에 일어나서 무얼 하냐면, 책을 읽는다. 가끔 필타(필사를 키보드로 치기)도 하고 글도 쓴다. 영어 공부도 한다. 어쩌다 5시 기상에 실패하면 6시에라도 일어난다. 다른 건 못해도 꼭 책은 읽는다. 불 한두 개 정도만 켜진 맞은 편 오피스텔 건물을 바라보며 남들보다 조금 일찍 문을 연 오늘의 고요함을 만끽한다. 가끔 의자를 고쳐 앉고 책장을 넘기고 커피를 홀짝이는, 오로지 내가 만든 자그마한 소음만 들리는 진공 상태 같은 평화로움이 좋다. 조금 일찍 일어났을 뿐인데 한두 시간이 거저 주어진 것만 같은 느낌. 일어나지 않았다면 잠으로 소비됐을 그 시간들을 책을 읽고 글을 쓰고 영어를 배우는 내가 정말 좋아서 하는 행위들로 가득 채우는 시간이 좋다.
강사 이미경이 출연한 한 유튜브 영상에서 흘러가듯 나온 이 말을 기억한다. 학원 운영에 어려움을 겪던 시절, 고민이 많아 매일 매일이 버거웠던 자신에게 모친이 "슬프거나 돈이 없을 땐 무조건 일찍 일어나라"고 조언했고, 이 말을 머리에 새긴 이미경은 다음날부터 새벽 4시 반에 학원에 출근했다고 한다. 아침 일찍 일어나 '거저 얻은' 시간에 할 일이 마뜩찮던 그는 원생 학부모들에게 손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얼마가 흘러 그의 정성에 감동받은 학부모들의 소개, 소개가 이어져 경영난에서 벗어나게 됐다는 그런 아름다운 이야기.
이 어린이 동화 같은 이야기의 포인트는 정성어린 손편지 쓰기가 아니라 '무조건 일찍 일어나기'이다. 무엇을 하든 간에 한번 일찍 일어나보라. 아늑한 이불이 주는 안온함을 박차고 일어난 데 대한 성취감은 기본이고 거저 얻은 한두 시간은 덤이다. 그 시간을 어떻게 채울지는 스스로에게 달려있지만 꼭 무언가로 채워야 한다는 강박을 느낄 필요는 없다. (졸린 눈을 부비고 일어나서 굳이 스마트폰을 집어들고 숏츠 영상을 보는 사람은 없겠지...) 이 글은 5시 기상을 예찬하는 글이기도 하고, 남은 9개월 동안 5시 기상을 지속하기 위해 스스로 마음을 다잡는 글이기도 하다. 과연 나는 2025년 12월 31일에 이 글을 돌아보며 만족스러운 최종 점검을 할 수 있을지 궁금해진다. 내일도 꼭 5시에 일어나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