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을만 하면 연예인 자살 소식이 들려온다. 몇 년 전만 해도 베르테르 효과니 뭐니 바로 어제까지만 해도 살아있던 친근한 연예인들이 유명을 달리했다는 보도에 충격을 받고 한동안 멍해있곤 했는데, 인정하고 싶진 않지만 점차 무뎌지는 기분이다. 그 횟수도 횟수거니와 연예계 뉴스뿐 아니라 사회 면에도 한숨 나는 소식들이 워낙 많다 보니 나와는 관계 없는 이야기 같아서. 유명인의 자살 소식을 비롯한 웬만한 뉴스에 감응하기엔 내가 마주한 현실을 따라가기 바쁜 이유도 있고.
이렇게 제법 가십거리, 연예계 이슈들과 거리를 두고 지내다 보니 뉴스에 반응하는 소위 '누리꾼'이라는 집단들의 행태도 더 잘 보인다. 하나의 대상을 향해 악의를 가득 담아 저주를 퍼붓고, 그 대상이 모멸감을 느끼지 않으면 결코 그만두지 않을 것처럼 조롱과 조소를 가득 넣어 빚은 악플의 향연을 보고 있으면 아찔하다. 그렇게 싫을까? 입에도 담고 싶지 않은 문자들을 조합하여 자신의 손과 눈과 머릿속을 더럽힐 만큼?
이렇게 끝모르게 넘쳐나던 악플들이 약속이나 한 듯 일시에 멈추는 때가 있는데, 유명인이 자살했을 때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한마음 한뜻으로 불행을 바라고 비웃고 조롱하던 대상이 스스로 목숨을 끊은 데 대한 '찝찝함'을 털어내기라도 하듯 "ㅠㅠㅠㅠ" "명복을 빕니다" "안타깝다" 등의 댓글을 던져놓고 간다. 개구리는 '장난으로' 던진 돌에 맞아 죽었지, 지난 세월 숱하게 스러진 유명인들은 오직 '악의'만이 가득한 댓글에 맞아 죽은 셈이다. 자신이 악플을 던진 대상이 죽어서 명복을 빈다는 댓글을 단다면, 그 댓글은 스스로의 잘못을 뉘우치며 죄책감을 덜기 위한 온라인 조의금 같은 건가.
최근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배우의 죽음엔 다른 배우와 관련한 사생활 문제가 관련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 자살을 선택한 다른 유명인들 역시 온전히 대중의 악플 때문에 생을 등졌다고 볼 수만은 없다. 하지만 '대중'으로 상징되는 누리꾼(악플러가 맞다고 보지만)들이 던진 수많은 악플들이 촘촘한 경로를 만들어 죽음으로 이끌었다는 데 이견을 내긴 쉽지 않을 것이다. '대중'으로 대표되는 이들이 배설한 악플은 금세 여론으로 둔갑하고, 기자들은 이 여론을 받들어 쓰레기 기사들을 양산한다. 그리고 그건 진짜 여론이 되니까.
음주운전으로 이른바 사회적 매장을 당하고, 생활 유지를 위해 카페 아르바이트를 하던 와중엔 '가짜 아르바이트'라며 국민적인 조롱을 당했던 배우가 자살했다. 충격적인 소식과 함께 과거 연인 사이였던 모 배우로 모든 비난의 화살이 쏠리며 죽음의 원인 역시 모 배우에게만 돌려지는 분위기이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엄중하게 따져야 할 문제인 건 맞지만, 그래도 나는 '누리꾼'들에게 묻고 싶다. 사회적인 매장을 당한 상황에서, 배우로서의 재기를 꿈꿀 수조차 없는 암담한 현실에서, 아르바이트조차 할 수 없었던 그 배우에게 조금만 다른 여론이 형성되었다면 죽음보단 폭로를 택하지 않았을까? 결과론적인 가정이라 하여도 묻고 싶다.
꼭 누군가 죽어야 반성하는 하는 사람들이 역겹다. 아니, 그것이 진실한 반성이자 참회라면 조금은 나을지도. 문제는 반성하는 '척'하는 것이고, 악플과 죽음과 반성 그리고 다시 악플과 죽음과 반성은 시대와 대상만 달리해 마치 평행이론처럼 수년째 계속 된다. 무언가 반복되면 학습되기 마련인데, 수만 가지의 결을 가진 한 인간의 이면을 고려하기엔 너무도 무식하게 감정적인 대중들은 같은 행동을 반복하고 또 반성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