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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Sep 10. 2022

그렇다고 해서 삐딱선을 타고 싶은 건 아냐

오히려 곧은 선을 그리고 싶은 거지

사실 모범생으로 살았던  후회한다고 했지만, 그땐 그게 옳은 거라고 생각했다. 그것 역시 나의 선택이었다. 나는 좋은 성적을 받고 싶었고, 주변의 인물들로부터 인정받고 싶었다. 다른 길을 찾을 생각을   것도 어쩌면  의지였다. 그때는 학교  세상이 궁금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게 쉬웠다. 좋은 성적을 받기가 쉽지 않을 , 공부는 해야  것이 정해져 있었고, 점수를  잘 받겠다거나 좋은 대학을 가겠다거나 하는 목표가 뚜렷했다. 스무  뒤로 모든  미뤄두자고 생각했던 것은  시절에 내가   있는 가장 과감한 결정이었을지도 모른다. 지금의 나는 오히려 어떤  해야 할지 모른 채로 방황하고 있고, 쉽사리 결정을 내리거나 확신을 갖지는 못하고 있으니, 그때가  카리스마 있었을지도. 희망이 있던 그때는 즐거웠고, 목표를 달성했을 때는 행복했다. 거기까지는 챕터 1 불과했다는 것을,  번은 끊어  때가 되었다는 것을 받아들이기가 힘들었을 ,  이후의 문제는 20대의 내가 감당해야  새로운 과제였다.


모범생이라는 말로 꽤 많은 것이 설명되는 나의 자아를 아예 버리고 싶은  아니다. 미련하고도 꾸준한, 자극적이진 않아도 때때로 성취가 있는, 효율적일지는 몰라도 끝내는 방법을 찾는 그런 모습들이 좋지 않을 리는 없다. 그러고 보면 누군가가 인도하는 대로 따라가던 모범생에서 벗어나기 위해 노력하는 과정조차 모범생스러운  같기도 하단 말이지. 어떤 사람이 되어야 할지 머리에 스팀이 나도록 고민하고, 누가 부러운지, 그들의 어떤 점이 부러운지 관찰하고 참고자료를 찾고, 거기에 맞춰서 하나씩 실행을 해내가는 것이 수험공부를 하던 때와 크게 다르지는 않은 기분이다.


과거와 달리 살고 싶은 것은 목표와 방향성을 달리 설정하겠다는 것이지 내가 가진 기질과 성향을 무시한  완전히 삐딱선을 타고 싶진 않다. 나쁜 짓을 한다든가, 남에게 나쁜 사람이 된다든가, 불효를 한다든가 하고 싶은  아니라는 뜻이다.


곧은 선을 찾고 싶다. 곧은 선을 그리고 싶다. 남이 그어준 곧은  말고 내가 그은 곧은 선을 따라가고 싶다. 남이 그어준 선은 사실상 나의 행동을 제한하는 금이었지만, 내가 긋는 선은 내가 나아갈 길이다.


그래서 나는 결국 또다시 모범생이 되려 한다. 그러나 이번에는 남이 인정하는 모범생 말고,  자신이 인정하는 모범생이  것이다. 과거의 나에게도, 미래의 나에게도, 현재의 나에게도 부끄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의 이루어낸  있으니까, 앞으로 해나갈 것들이 많으니까, 과거와 미래와 현재의 나를 충분히 대우해줄 것이다. 미련해도 열심히, 지긋지긋해도   , 다만 조금  똑똑하게, 길을 닦는 모든 권한을 나에게 맡기고 살아갈 것이다. 이러나저러나 좋은 것도 있고,  좋은 것도 있으니 내가 좋은 대로 그저 걸어가면  일이다.  닦인 고속도로도 파이고 긁히는 마당에, 비포장 도로면 어떻고, 자갈길이면 어때.  위를 걷는 내가 빨리 가는 것도 중요하지만, 맑은 하늘을 즐기는 것도, 푸르른 논밭을 보는 것도 좋은 일이다.


독립 프로젝트에 완연한 끝이라는 것은 없겠지만, 다행히도 앞으로 이어질 시간들을 무던히 보낼  있는 마음이 쪼물쪼물  만들어졌다. 회사에서 프로젝트를 하면 가장 어려운 점이 변화관리이다. 기획, 디자인, 개발, 운영을 하는 사람이  다르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자 하는 프로젝트는  내가 하는 거니까 클레임도 나에게 걸면 되고, 의사결정도  스스로 하면 되고, 필요할 경우 예산 편성도 내가 하면 된다. 지금까지 정리된 생각들을 바탕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들이 이어지길,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즐겁게 살겠다는 목표에 조금씩  가까워지길 바란다.


앞으로가 기대되는 마음, 다른 누구도 아닌 나 스스로가 나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있을 거라는 생각만큼은 변하지 않길 바라며. 독립 만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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