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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Sep 05. 2022

즐겁게 사는 방법

새로운 것, 아는 것, 잊지 않는 것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사람이 즐겁게 사는 건 얼추 맞는 이야기 같은데, 그것만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즐겁게 사는 사람이 꼭 독립적이고 자유롭게 사는 것만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있다. 그래서 독립적으로, 자유롭게 사는 것 외에 어떻게 하면 즐겁게 살 수 있을지를, 어른이 된 후 가장 괴로웠고, 그 괴로움을 극복한 이후에는 가장 즐거웠던 지난 4년을 돌아보며 한 번 생각해봤다.


즐겁게 사는 방법 첫째, 새로운 것을 한다. '이렇게 살다 보면 늙어 죽을 때까지 더 이상 새로운 일은 일어나지 않겠는데?'라는 생각이 든 적이 있다. 갑자기 내 주변을 비춰주던 전등이 다 꺼진 기분이었다. 내 일상은 왜 재미가 없을까? 나는 왜 이 일상이 무료하다고 느낄까? 예측 가능하기 때문이다. 수학적 귀납법처럼, 그제와 어제가 같고, 어제와 오늘도 같으니, 결국 내일도 오늘과 같고, 수년 후의 하루도 오늘과 크게 다르지 않을 거라는 결론을 쉽게 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어제와 오늘을 다르게 만들 필요가 있다. 취미를 만드는 것도 좋고,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는 것도 좋다.


어느 순간부터는 '재미있는 것=새로운 것'이라는 공식이 성립되는 것 같았다. 마치 이제 걷기 시작한 아기가 걷는 걸 너무 재밌어하듯이, 글자를 익히면서 세상 모든 글자를 다 읽으려고 달려들듯이, 재미가 있으려면 새로운 자극을 찾아야 하는 것이다. 연애와도 닮은 구석이 있는 것 같다. 새로운 것을 할 기회, 즐겁게 살 기회라는 게 결코 자연스럽게 오지는 않는다.


좋은 사람이 없을까 기대하며 소개팅을 해보는 것처럼, 인생의 즐거움을 찾는 것 역시 기회가 오기를 기다리는 게 아니라 찾아 헤매야 하고 문을 두드려야 한다. 물론 마음에 드는 기회를 찾기란 쉽지 않다. 소개팅에서 마음에 드는 상대를 찾기가 어려운 것처럼. 그렇지만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제 짝을 찾아 알콩달콩 연애를 해나가듯이, 나와 잘 맞는 기회를 찾는다면 새로운 도전을 해나가면서, 그때그때 주어지는 퀘스트를 깨면서 내 일상을 충분히 즐겁게 만들 수 있다. 몇 년 간 회사생활을 하면서 하루하루가 그날이 그날인 듯 돌아가다가 새로운 일을 하기 시작했을 때, 어렵긴 해도 행복했다. 뭐랄까, 썸을 타는 기분이랄까? 상대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모르겠고 어려워서 애가 타는데, 그 느낌이 간질간질하기도 하고 묘하게 설레는, 그런 느낌이었다. 우리가 맺어질 수 있을까? 내가 이 일을 잘 해낼 수 있을까? 내가 어떻게 하면 좋을까?


과거의 나를 포함해서 20대 중후반밖에 안 된 사람들이 마치 인생 다 산 듯 새로운 길을 찾기를 두려워한다. 지금 주어진 안정감을 놓기 싫어한다. 우리는 아직 안 해본 게 많다. 이대로 산다면 100살이 되어서도 안 해본 게 많을 텐데, 벌써부터 익숙함의 매력에 푹 빠질 필요는 없다.


둘째, 일기를 쓴다. 군데군데에 새로운 도전을 넣어주되, 하루를 구성하는 순간들 속에서 어떤 조건들이 갖춰지면 내가 행복한지를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 그래서 '이 노래를 초콜릿처럼 꺼내먹'으라는 자이언티 노래의 가사처럼, 때때로 그것을 꺼내어 스스로를 행복하게 만들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예측 불가능한 상황 속에서 오는 두근거림만큼이나 좋은 건, 잘 알고 있는 것들이 들어맞을 때의 편안함이다.


인지심리학자이신 김경일 교수님이 세바시 강연에서 일기를 쓸 때에는 내가 어떤 조건 아래에서 행복한지를 잘 적어둬야 한다고 하셨다. 우리가 아는 이순신 같은 훌륭한 사람들이 일기를 쓴 이유가 바로 그것이라 하셨다. 하루를 꾸역꾸역 버티게 하는 힘이 뭔지를 알아둬야 내가 부정적인 감정에 사로잡혔을 때 스스로를 무사히 구출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이야기를 듣고는 내가 어떤 순간에 행복했는지 그 순간을 찍은 사진을 어딘가에 모아두기도 하고, 메모 앱에다가 '나를 행복하게 하는 것들'이라는 제목으로 이것저것 단어, 문장을 나열해두기도 하고, 내가 어떤 것에 감사하고 좋았는지 적어보기도 했다. 그런 것들은 내가 즐거운 줄도 모르고 지나가는 일들을 다시금 곱씹을 수 있게 해 줬고, 그 즐거움을 충분히 음미할 만한 은은한 단맛을 주기도 했다.


나를 즐겁게 하는 일, 행복하게 하는 일이 벌어질 때마다 어딘가에 기록을 해두자. 그리고 기분이 안 좋을 때는 귀소본능을 발휘하는 것처럼 그 기록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그리고 거기에 적힌 대로 하고 행복함을 느껴보자. 분명히 하루하루를 즐겁게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된다.


셋째, 위의 것들을 반복한다. 좋은 습관은 놓기가 왜 이리 쉬운지 모르겠다. 부정적인 감정은 왜 이리 힘이 센 건지도 모르겠다. 그렇지만 달리 방법은 없기 때문에 내 인생이 즐겁지 않다면, 반복되는 일상에 즐거움이 사라진 것 같은 낌새가 있다면 의지를 갖고 서킷 트레이닝을 해야 한다.


부디 젊은 날의 내가 더없이 즐겁게 살길, 호호 할머니가 되어서는 어린 나를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거울을 보는 것처럼 흐뭇한 미소를 지을 수 있을 만큼, 반짝반짝 빛나는 청춘을 만들어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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