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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Aug 31. 2022

회사원이지만 자유롭게 사는 법

월요병을 온몸으로 받는다

회사원이지만 자유롭게 산다는 것은 '회사원'인 상태가 자유롭지 않음을 뜻한다. 이 정도는 공감대 형성하지 않을까 싶은데, 회사를 다니면서 자유를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음, 잘 모르겠다. 아무튼.


요즘 업무시간도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는 회사가 많다지만, 여전히 대부분의 회사원은 8시부터 10시 사이에 출근해서 5시부터 7시 사이에 퇴근한다. 그러면 그 시간은 못 박히듯 그 자리에 박혀 있게 된다. 거기에서 비롯되는 자유롭지 못함이 꽤 크다.


초등학생이던 시절 방학에 들어가기 전에 생활계획표를 그리듯이 노트에 적당한 크기의 동그란 원을 그리고 하루를 24시간으로 표현해봤다. 0시부터 6시까지는 자는 시간이다(실제로는 더 늦게 자고 더 늦게 일어나지만). 9시부터 18시까지는 회사에 매여있다. 회사에 가기 위해 준비하는 시간, 오가는 시간을 대충 퉁쳐 3시간을 잡으니 4분의 3이 사라졌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은 18시간을 제외한 6시간이다. 뭐랄까, 피자 한 판을 시켰는데 8조각 중에 6조각을 도둑맞은 기분이다.



생각해보면 6시간은 꽤 많은 시간이다. 집중력이 문제이긴 하지만, 고등학생 때 마냥 50분 집중하고 10분 쉬는 구성으로 여섯 타임을 돌릴 수도 있다. 요즘 나의 정신 상태로 보건대, 어차피 그 이상은 집중력이 따라주지 않을 것이다. 문제는 '이 시간을 어떻게 보내야 자유를 느낄 것인가?'이다.


회사원이 자유롭게 살기 위해서는 두 가지 길이 있다. 직장을 그만두든지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살든지 하는 것이다. 일 안 하고 돈은 들어오는 상태로 놀고먹고 싶은 사람으로서 앞의 선택지가 꽤나 매력적이지만, 회사를 그만두면 현재로서는 대안이 없어 손가락을 빨아야 하니 여기에 대해서는 달리 고민하기로 하고, 남은 6시간을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는 방법을 생각해보기로 한다.


이런저런 실험을 해본 결과 남은 시간을 자유롭게 보내려면 대전제를 하나 깔아야 한다. 남은 시간을 보낼 때에 고정적으로 회사에서 보내는 시간이 마치 나와 상관없는 시간인 듯 보내야 한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내일 회사에 갈 거니까 일찍 자야지!'라는 생각을 갖다 버려 보는 것이다. 월요병을 온몸으로 흡수해본다. 내가 뭔가를 하고 싶은데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이유로 양보했던 것들을 한다. 친구랑 노는 것이든 영화를 보는 것이든, 하고 싶은 걸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의 자유를 누린다!


실제로 내일이 되면 컨디션이 안 좋다. 최적점을 찾는다. 최소 몇 시간을 자야 다음날 후회 없이 오늘을 즐길 수 있는지, 어느 정도 놀거나 다른 일을 해야 후회보다 자유로움이 더 큰지를 찾는 것이다. 나는 5시간은 자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최적 수면시간은 잠을 포기하고 자유를 만끽하기 위해 얼마나 큰 에너지를 쓰느냐에 따라서도 조금씩 달라졌다. 아래와 같은 것들이다.


'누워서 유튜브나 넷플릭스를 보는 거면 4시간도 가능, 친구들이랑 노는 건 수면시간을 6시간은 확보해야 함'


그런데 문제가 있다. 놀기만 하면 의외로 현타가 쉽게 온다는 것이다. 근본적으로 자유롭고픈 이내 마음을 다스려주지 못한다. '이러나저러나 매여 있는 몸, 에휴' 하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남은 6시간과 주말을 들여 글을 쓰기 시작했다.


아이러니하게도 나의 오늘을 자유롭게 하는 것은 미래의 내가 자유로울 수 있다는 믿음 하에 자기 계발을 하는 것이었다. 나는 하고 싶은 게 없다고 생각해왔지만 글을 쓰면서 살고 싶다는 것이 오랜 소망이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그냥 글을 쓰기 시작했다. 소설 같은 건 못 쓰지만 에세이는 쓸 수 있었다. 내 감정을 추스르는 글을 쓰고, 내가 경험한 것을 정리해나갔다. 회사원인 나와는 다르게 글을 쓰는 나는 생산자로서의 지위를 누렸다. 누군가가 보아도 좋고, 보지 않아도 좋은, 그런 단순한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욕심도 생겼고, 그러다 보니 그 욕심을 채워가는 과정에서 성취감도 느꼈다. 하루가 다채로워졌다.


하나 흥미로운 사실은, 출근하는 기분도, 회사에 머무르는 시간도 훨씬 더 자유롭게 느껴졌다는 것이다. 약간의 속박 덕분에 나머지 시간이 훨씬 더 자유롭게 느껴졌을지도 모를 일이다. 사실 그게 맞다.


세상에는 많은 형태의 자유가 있다. 먹는 걸로 자유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그림을 그리는 걸로 자유를 느끼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유는 스스로 노닌다는 뜻이니, 그게 먹고 노는 것이든, 일을 하는 것이든 내가 원하는 대로 노닐면 그게 바로 자유다. 자유를 위해 어느 정도의 양보는 필요하다. 체력이든 시간이든 어떠한 의무감이 수반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그게 바로 가질 듯 가질 수 없는 자유의 매력 포인트일지도.


스스로에게 자유가 뭔지는 저마다의 마음속에 있는 거라 자기 자신의 속내를 꽤나 오래 뒤적여봐야 하지만, 찾아볼 법하다. 자유롭지 못한 이들이 갈망하는 자유에 대한 실마리를. 그리고 어느 정도의 의무와 책임이 따르더라도 누려볼 법하다. 현실과 안정이라는 벽을 넘어선 쾌감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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