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원하는 걸 원한다 말할 수 있는 것
독립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나서, '독립'이라는 단어를 마음에 새기고 살았다. 1년이 조금 넘는 시간 동안 회사에 다니면서 글쓰기, 출판, 강의 촬영, 유튜브 등 그간 해본 적 없던, 생각해본 적도 없던 일들을 정신없이 해나갔다. 정신을 챙기고 내가 한 것들을 되돌아보자니 문득 궁금증이 생겼다. 독립했다는 건 과연 어떤 상태일까? 어떻게 해야 독립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결과론적인 이야기이지만 어느샌가부터 나는 스스로가 독립을 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부모님을 대할 때, 친구나 회사 동료를 대할 때 느껴지는 소소한 증거들이 있었다. 주변 사람들이 내게 던져준 보기 중 하나를 골라 잡아 최선을 다하고, 내 생각을 펼치다가도 남의 의견을 들으면 '그런가?' 하고 그것을 따르던 나이지만, 일, 취미생활, 소비습관, 하다 못해 수면 패턴이나 옷을 입는 것까지 내가 원하는 대로 하나씩 해보면서 약간 더 늘어난 책임감과, 그보다 더 커진 자유와 행복을 느꼈다.
처음 독립을 하기로 마음먹었을 때와 비교했을 때, 지금의 나는 내가 원하는 게 뭔지 잘 알고 있고, 남들에게도 내가 꿈을 갖고 살고 있다는 사실을 더 이상 부끄러워하는 일 없이 내가 원하는 걸 향해 나아가고 있었다. 나에게 일말의 기대를 하고 있는 사람들, 내가 사랑하거나 나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갈등을 피하려고 내 생각을 잠시 접어두지 않았다. 눈치도 덜 보고 체면도 덜 차렸다.
비장하게 시작한 것 치고는 별것 없는 결론이지만, 독립은 결국 여기저기에 깊이 얽혀있던 감정의 실타래를 정돈하는 것과 같았다. 엉킨 실은 풀어내고 끊어낼 실은 끊어내고, 이도 저도 안 되면 그냥 생긴 대로 두되 궁극적으로 나의 모든 행동은 내가 결정한 거라는 그 기분, 느낌. 그걸로 나는 내가 제대로 독립을 해나가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내가 원하는 걸 원한다 말할 수 있는 것, 다른 사람이 원하는 대로 흘러가지 않는 것, 다른 사람에 대한 괜한 반발감에 되려 내 마음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지도 않는 것. 다만 내 갈 길을 결정하는 것은 반드시 나 자신인 것. 남이 나에게 원했던 모습이든 원하지 않았던 모습이든 그저 내가 나에게 원하는 모습이 되어가는 것. 내가 나라고 이야기할 수 있는 것. 그런 게 독립 아닐까.
더 늦기 전에 독립 프로젝트를 수행하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중요한 하나를 해냈으니 새로운 시작을, 또 다른 진척을 이뤄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