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분류 미정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잘 사는 진리 Oct 31. 2023

오은영의 금쪽상담소가 출산 육아 공포를 낳는다?

세대 갈등보다는 화합이 필요한 이유

요즘 세대의 저출산, 이기주의 등이 문제로 언급되고 있습니다. EBS 다큐 채널에서 '인구 대기획 초저출생'이라는 다큐를 봤습니다.



한 소셜빅데이터 연구소 소장님께서 해주신 인상적인 문장이 있었어요. '세대의 문제이기보다는 시대의 문제다'. 저는 이 문장에 많은 것이 함축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세대라는 이름 하에 부모세대, 자녀세대, 신세대, 구세대라는 구분이 일견 의미 있어 보이지만, 사실은 기저에 시대의 흐름이 있게 마련입니다.


다큐에서는 2030 세대에 속한 10명을 뽑아 이런 질문도 했어요


Q. 당신은 어디에서 제일 격차를 느끼나요?
1. 고졸/대졸
2. 지방대/인서울대
3. 부모재력
4. 부모학력


저는 제가 왜 지금처럼 생각을 하게 되고 지금처럼 살게 되었는지를 생각하곤 하는데요. 그때마다 부모님이 해주신 이야기들, 부모님이 보여주신 모습들이 빠질 수 없어요. '나처럼 살아라'라고 이야기해 줄 부모가 얼마나 있을까요? '나보다 더 잘 살라'라고 말하는 부모가 더 많을 것입니다. 더 잘 살도록 이끌어주기 위해서 내가 잘했던 것들을 가르쳐 주는 것 이상의 것을 알려줘야 합니다. 내가 미처 하지 못했던 것을 하라고 이야기해 주고, 내가 희생할 수밖에 없었던 것을 그러지 않아도 된다고 이야기를 해주겠지요. 아마 자본주의 사회에서 성공을 거둔 부모는 자식에게 성공을 하는 방법과 더 성공을 했어야 하는데 내가 미처 챙기지 못한 부분이 무엇이었는지를 알려줄 것이고, 성공하지 못한 부모는 그 원인이 무엇인지조차 알려줄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다큐에 나온 2030 세대들의 압도적인 다수가 답변을 '부모재력'으로 한 이유도 거기에 있을 것이고요.


꼭 성공까지 안 가더라도 행복에 대해서도 그럴 것이고, 결혼에 대해서도 마찬가지겠죠. 요즘 세대들이 결혼을 선택이라고 생각하고 비혼을 선언하기까지 하는 이유는 자식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네가 능력이 있고, 네가 혼자서도 행복할 수 있다면 결혼은 선택일 뿐 필수가 아니야'라고 말해주는 부모세대가 있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아마도 목격을 했을 것입니다. 주변을 둘러보면서 확률적으로 생각했을 것입니다. 가난은 대물림 되는구나. 돈이 없어서 아이가 하고 싶은 것을 다 못해줄 바에는 안 낳는 게 나아.


SNL이나 유튜브 등에서 회사에서 MZ세대의 말과 행동을 희화화하는 이야기들도 많이 나오는데요. 회사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희생한다고 해서 나에게 좋은 결과가 돌아오지 않는다'는 메시지를 던져준 것은 선배님들입니다. 선배님들이 회식 다 안 따라가도 되고, 휴가 눈치 보면서 포기하지 않아도 되고, 일을 넙죽 받아서 잘 해치우면 오히려 일이 더 떨어진다고 알려주셨습니다. 선례가 있기에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려고 하는 것입니다. 그게 좀 과하게 나타나서 진짜 넌씨눈 같은 케이스도 없지는 않지만, 허용범위 내에서 선배님들의 조언을 아로새긴 후배들이 제법 있습니다.


종합해 보면, 좀 더 개인주의적으로, 때로는 이기적으로 살아도 된다고 배운 것이죠.


SNS도 한몫했다고 생각합니다. SNS가 등장하고 유튜브, 인스타가 사람들의 뇌를 장악했습니다. 전통 매체에서도 자극적인 것들, 부정적인 것들만 눈에 띄게 되면서 인간의 회피 성향이 자극됩니다. 요즘 부부나 부모의 좋은 모습을 보여주는 채널이 몇이나 될까요? 스윗한 이야기들은 자극적이지 않아서 미디어에 잘 노출되지도 않습니다. 없는 갈등도 억지로 만들어서 연출하죠. 스윗한 가족이 TV에 나올 이유는 딱히 없습니다. 우린 행복하게 살고 있는데 굳이 미디어에 노출돼서 악플을 받을 이유는 뭐가 있겠어요. 그렇게 부부의, 부모의 부정적인 모습을 학습한 젊은 사람들은 '저럴 바엔 애를 안 낳아야지', '저럴 바엔 결혼을 안 해야지' 하게 됩니다.


최근에 봤던 기사에서 이런 이야기가 있더라고요. TV 프로그램 <오은영의 금쪽상담소>가 출산과 육아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갖게 한다고요. 맞는 말이라고 생각합니다. '내가 아기를 낳았는데 저런 문제가 생기면 어떡하지? 자신 없어' 생각하게 되니까요. 프로그램의 기획의도는 그게 아니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을 알려주고, 만약 조금 잘못된 게 있다고 해도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충분히 개선할 수 있다는 게 의도였겠지만, 보는 시청자들은 그러한 메시지를 받아들이기보다 '와, 저런 애가 나오면 어떡해?'에 더 집중합니다.


제가 아동가족학과 친구들한테 들었던 인상적인 이야기가 하나 있었는데요. 국내에서 권위 있으신 아동가족학과 교수님께서, '출산율을 높이려면 부모가 된다는 것이 얼마나 큰 기쁨인지를 알려줘야 한다'라고 하셨대요. 경제적 지원, 정책도 중요하지만, 그걸 넘어서는 효용, 새로운 세상이 열리는 본능적으로 가장 기쁜 그 순간들에 대해 애를 써서 알려줘야 한다는 거죠. 세상 많은 것들이 간접 경험이 되는데, 부모가 되는 기쁨은 간접 경험이 어렵다는 게 문제이긴 합니다. 이게 적절한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교통사고에 관한 기사를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면서도 차를 운전하는 이유는 그 너머에 더 큰 이동의 자유가 있기 때문입니다. 비행기 추락사에 대한 기사를 봐도 여행지에서의 새로운 경험, 즐거움을 위해 여행을 갑니다. 사람들이 이동의 자유, 새로운 경험에 대해서는 쉽게 상상하지만, 부모가 된 후의 기쁨은 쉽사리 상상하기가 어렵습니다. 가장 본능적이고 가장 감정적인 영역이니까요.


저는 요즘 나타나고 있는 현상, '문제'라고 할 만한 것들이 어느 한쪽에 책임이 있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요즘 세대'가 일으키고 있는 문제는 어찌 보면 '예전 세대'에서 일어났던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생긴 역효과 같은 것일지도 모릅니다. 정-반-합이 반복되면서 앞으로 나아가는 게 아닐까 싶어요.


저도 이런저런 콘텐츠들을 재미로 소비하지만, 재미로만 끝나면 매체에서 비친 모습이 일상으로 전이되었을 때 갈등 말고는 남는 것이 없을까 봐 걱정되기도 합니다. 그 너머에 있는 문제들을 깊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해요. 세대 갈등이 아니라 시대의 흐름 안에서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일은 축가를 부르러 갑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