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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y 26. 2023

내일은 축가를 부르러 갑니다

눈물이 나지는 않겠지 설마?

대학교 때 만난 친구가 벌써 10년 지기가 되다니 시간 참 빠르네요. 저보다 한 학번 높은 선배 언니가 교정에 마련된 식장에서 결혼을 합니다.


아래 글의 주인공이에요.


글에 적었듯이, 언니는 참 바르고 지혜롭고 예쁜 사람입니다. 언니랑 밥약을 몇 번이나 주고받으면서 친해졌어요. 8년 전쯤 언니가 그런 말을 했어요.

“내가 만약에 결혼을 하게 되면, 네가 축가를 불러주면 좋겠어!”

저는 밴드 동아리 보컬이었는데, 언니가 공연에 몇 번 와준 적이 있어요. 언니가 나름 검증을 거쳐 저를 선발한 거겠죠? 그때는 당연히 ‘그래! 당연하지!‘라고 이야기했어요.


몇 달 전 그 말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언니가 축가를 부탁해 왔어요. 당연히 이번에도 흔쾌한 마음으로 나에게 부탁해 줘서 고맙다고 이야기했어요. 8년 전 미래의 축가 부탁을 예고한 당시와 다른 건, 기분이 너무 이상하고 신기하다는 것? 시간의 흐름을 느끼면서, 그동안 무슨 일이 있었지 되돌아보기도 했습니다.


원래 공연을 할 때에는 보컬이 돋보이는 노래를 좋아합니다. 적당히 고음도 있고 기승전결이 뚜렷한 노래를 부르는 걸 좋아하는 편! 그런데 소중한 친구의 축가를 부르려니 왠지 위험을 감수하고 싶지 않아지더라고요. 모든 사람들이 알 만한 무난하고 뻔하기까지 한 노래를 선택했습니다. 슬기로운 의사생활에서 조정석 배우님이 부르신 아로하를 여자키로 바꿔 부르기로 했어요. 아, 근데 그것보다 한 키 낮춘 MR을 구매했어요. 혹시 모르는 일이니까~ 정말 망치고 싶지 않아~


연습하면서 가사를 찾아봤습니다. 그러고 보니 노래에서 묘사하는 상대의 모습이 언니의 모습인 것 같습니다.

내 품에 안긴 너의 미소가 영원히 빛을 잃어가지 않게
You light of my life
You're the one in my life

언니는 사람 자체가 빛나는 사람이거든요. 풀꽃같이 수수하고 따뜻하고 아름다운 언니의 결혼식에 딱 어울리는 노래입니다.


설마 울지는 않겠지 하는 생각을 아주 쬐끔 하면서 축가 꿀팁 영상을 10개도 넘게 찾아봤는데, 사전에 준비하거나 체크할 것도 있고 멘트도 하라더라고요. 응? 멘트라고?


안녕하세요, 저는 신부의 대학교 후배 OOO입니다. 오늘의 신부는 언제나 예쁜 미소로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해주고 보듬어주는 따뜻한 사람입니다. 형부(오우!)! 제가 형부의 마음을 담은 노래를 준비했어요. 누구보다 잘 어울리는 두 분께서 오래오래 행복하시길 바라는 마음으로 열심히 불러보겠습니다!


끄헑. 뭐... 이대로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 정도 내용이면 되겠죠? 아하하하 부끄러워라... 열창하고 오겠습니다!


언니 결혼 축하해<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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