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는 거 말고 최고인 듯?
출퇴근길 지하철을 한 시간 넘게 탑니다. 어떻게 하면 앉을 수 있을까 고민하는 것도 의미가 있지만, 어차피 못 앉는다는 가정 하에 어디에 어떻게 서면 컨디션 손실이 가장 적을까 고민하는 것도 의미가 있습니다.
일단 초반에 크로스백을 몇 번 맸는데 척추가 아작 날 거 같아서 백팩을 들고 다니고 있고, 최대한 필라테스 할 때 사용하는 복부와 둔근을 쓰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것 외에 제가 최근에 괜찮은 선택지를 찾았어요.
열차와 열차가 연결되는 지점, 노약자석 구석으로 가면 위아래로 긴 바(bar)가 있습니다. 거기에 척추를 대고 서면 꾹꾹 척추 마사지를 하면서 출퇴근을 할 수 있습니다. 오, 제법 괜찮아요.
척추의 왼쪽을 꾹꾹 눌러주고 척추의 곡면을 따라 오른쪽으로 옮겨 꾹꾹 눌러줍니다. 혹시 필라테스를 해보신 분들이나 폼롤러를 해보신 분들은 느낌 오실 거예요. 누워서 하던 척추마사지를 서서 하는구나 생각하면 됩니다. 움직임이 크지 않아서 마사지를 즐기고 있다는 걸 아무도 모를 거예요.
물론 마사지도 한 두 정거장이지 열몇 개를 가는데 내리 하기는 좀 그렇긴 하죠. 그래도 기대어 있는 것이기 때문에 맨 몸으로 서있는 것보단 나아요.
물론 이것은 앉을 가능성을 배제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 선택이긴 합니다. 그렇지만 어차피예요. 어차피 높은 확률로 못 앉기 때문에 척추 마사지와 동시에 체중 분산을 통해 종아리에 들어가는 힘을 낮춰 주는 게 상당히 마음에 들어요.
물론 이것은 사람이 이미 많이 들어찬 지하철에서는 하기가 어렵습니다. ‘와, 이 정도로 일찍 나와도 못 앉는구나’ 하면서 여전히 나보다 더 부지런한 사람들이 자리에 앉는 권리를 누리는, 그러나 나는 제법 일찍 나왔다고 생각하는 시각에 가능합니다.
이 정도면 지하철 똑똑하게 타기 시리즈 만들어도 될까요? 흐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