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지옥철 힘들다는 거 맞습니다, 네
회사에서 가까운 집에 살면서 제법 열심히 살았는데 회사에서 1시간을 훌쩍 넘기는 곳에서도 그때 대비 인풋과 아웃풋을 떨어뜨리지 않으려고 노력하다 보니 이거 이거 쉽지 않습니댜.
결국 중요한 것은 도합 2시간 반 되는 출퇴근 시간을 잘 활용하는 것입니다. 전에 무지출 챌린지 유튜버 헤그랑님이 ‘저는 출퇴근 시간을 잘 이용하고 오히려 집에서는 좀 쉬어요’ 하셨던 이야기가 생각나네요. 한 달 넘게 출퇴근을 해본 소감은, 정말 대단하십니다... (헤그랑님은 집에서도 쉬지 않으세요)
하지만 할 일을 하는 것은 지하철을 덜 고단하게 느끼는 데에도 도움이 됩니다. 출퇴근에 시간과 체력을 버리는데 억울해서라도 할 일을 해야 합니다.
저는 주로 스트리밍 앱에서 알지 못하는 노래가 모여있는 플레이리스트를 들으며 책을 읽거나 글을 씁니다. 지하철 안 소음을 들으면서도 무언가를 할 수 있지만, 조금이라도 내 뇌를 속이면 좋지 않을까요? 나는 ‘지옥’철에 있는 게 아니라 어디 분위기 괜찮은 카페에서 다만 목마른 채로 서있는 거라고 생각하는 거죠. 그런 의미에서 낯선 음악은 의외로 효과가 좋습니다. 분위기는 그런대로 만들어 주면서 내가 그 멜로디를 따라 정신을 뺏기지는 않으니까요. 물론 그러다가 좋은 노래를 발견하기도 하지만요.
어제 퇴근길에서는 진짜 찰나의 순간에 시원한 바닷가에서 책을 읽는 것 같은 착각도 일었어요. 제가 지옥철 통근 한 달 만에 미친 건가요? 하지만 진짜입니다. 0.5초 정도 그랬어요. 시야는 폰에 집중된 채로 모르는 노래를 들으니 시청각이 잠깐 혼동을 했을 수도 있을 수도 있습니다. 시청각뿐만이 아니네요. 머리 위로 에어컨 바람이 일어요. 오, 시원해.
이때 하나 중요한 게 있다면 자세를 잘 잡는 것입니다. 얼마 전에 아이패드가 들어가는 크로스백을 찾았다고 좋아했는데, 그 영상을 본 회사 동료가
“선임님 저 크로스백에 노트북 넣고 다니다가 척추 휘어져서 고생했어요. 백팩 메시는 걸 추천해요.“
라고 하셨어요.
... 네? 척추가 휘어요? 절대 안 되지.
다행히 블로그 체험단으로 받은 백팩이 있습니다. 아무래도 비건레더다 보니 천떼기 가방보다는 무게가 있고 수납력이 아쉽지만 들어갈 것은 다 들어갑니다.
백팩을 앞으로 메고 필라테스 선생님이 자세를 봐주고 있다는 마음을 잡아봅니다. 겨드랑이 아래를 끌어내리고 두 발바닥으로 바닥을 밀어내고 정수리는 누가 위에서 잡아당기고 있다는 상상을 해봅니다. 복부 아래는 쏙 집어넣어서 등과 만나게 해 줍니다. 백팩을 앞으로 메면 백팩 상단이 나름 손목 거치대 역할을 합니다. 답지 않게 손모가지가 약하기 때문에 백팩 손목 거치대가 마음에 듭니다. 물론 시간이 지날수록 등이 뒤로 튀어나가고 배는 앞으로 나가지만 한 번씩만 자세를 고쳐줘도 괜찮아, 의미 있어!
그렇게 오늘도 이 글 한 편을 써냈습니다. 내용은 어쨌거나 글 한 편 뚝딱입니다. 이렇게 썼으니 내일도 배에 힘을 주고 낯선 노래를 들으며 글을 쓰거나 책을 읽겠죠. 아니? 내일은 주말이에요. 정신 차려요! 좋은 하루의 시작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