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라테스 선생님 10명쯤 만나보니
제가 다니는 체육관에는 그룹 필라테스 수업이 있습니다. 회사 언니들과 함께 1년 넘게 다니고 있는데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그룹 필라테스 선생님이 자주 바뀌곤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본의 아니게 여러 선생님의 수업을 들어보다가 필라테스도 스토리텔링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 기억으로는 언니들과 제가 입을 모아 좋다고 이야기했던 선생님은 지금껏 세 명 정도입니다. 그 선생님들은 어느 정도 도전적인 동작을 가르쳐줬고, 당근과 채찍을 적절하게 썼고 무엇보다 수업에 기승전결이 있었습니다.
우선 오늘의 주제를 던집니다. 상체면 상체, 하체면 하체, 전신이면 전신이라고 공지를 해주세요.
“오늘은 전신을 골고루 다 써볼 거예요~”
그러면 오늘은 얼마나 힘들까 기대가 됩니다. 몸이 준비를 합니다.
‘오늘 온몸을 조짐 당할 예정이래! 준비해!’
스트레칭으로 평화롭게 시작되는 필라테스 교향곡은 관객은 인지하지도 못하는 사이 가벼운 동작으로 이어집니다. 선생님이 요구하는 몸의 밸런스가 머릿속에서 꼬이기 시작합니다.
“어깨는 펴고 갈비뼈는 닫고 하복부는 지퍼를 채우듯 끌어올리면서 오리 궁둥이를 만들어야지, 하는 느낌으로~”
네? 뭐라고요? 투덜댈 시간도 없이 도전적인 동작으로 휘몰아칩니다. 이전에 바에 손을 대고 런지를 했으면 이번엔 손을 떼고 런지를 합니다. 두 다리로 버틴 채 하던 것을 한 다리로 버틴 채로 합니다. 더 오래 버팁니다. 선생님이 호흡 가이드를 해줍니다. 조금만 참으면 된다고 응원도 해줍니다. 심장이 뜁니다. 좋아서 뛰는 건지 두려워서 뛰는 건지는 몰라도 하여튼 세차게 뜁니다. 이제 더 이상 못하겠다 싶을 때쯤 반가운 소리가 들립니다.
“이제 스트레칭하고 마무리할게요~”
오늘도 불태웠다. 언니들과 엄지 척을 하며 체육관을 빠져나옵니다.
반면 ‘이게 뭐지?’ 싶어 혼란스러운 선생님도 있습니다. 상체 운동을 하는 줄 알았더니 하체 운동 동작을 시켜서 혼란스럽습니다. 이 운동을 하고 조금 더 강도 높은 운동을 하길 바랐는데 다음 운동으로 넘어갑니다. 운동이 끝나고 스트레칭을 했는데 다시 복근 운동을 시킵니다. 선생님도 허둥지둥, 보는 수강생들은 더 허둥지둥합니다. 어수선한 시퀀스 덕에 수강생들은 힘든 기색도 없이 다음 동작을 기다리며 선생님만 바라보고 있습니다.
선생님들은 대부분 어립니다. 내가 언제 나이가 들어서 선생님들이 이렇게 다 나보다 어린 사람들로 들어찼나 싶습니다. 아직 수업에 익숙지 않은 어린 선생님들을 보면 잘 몰라서 그럴 테니 내가 수강생으로서 느낀 바를 전달해줘야 하나 싶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에게도 이렇다 할 ‘필라테스용 스토리텔링 기법’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어떻게 이야기를 해줄 수도 없습니다. 친절한 언니들이 ‘조금만 수업 강도를 올려주셔도 될 거 같아요, 선생님’ 하고 말했지만 하루아침에 되는 일은 아닙니다. 그 사이 운동 의지는 한 풀 꺾여버렸습니다.
세상에 쉬운 일이 하나 없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