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은 장르를 가리지 않고 재밌어 보이는 책을 읽었습니다. 그냥 제목이 마음에 드는 책! 그리고 좀 더 제 자신의 문제에 대해 귀 기울였습니다. 제가 가진 문제들에 대한 답을 찾을 수 있다면, 그것만큼 좋은 독서는 없지 않을까 싶어요. 그래서 각 책마다 어떤 사람에게 책을 추천하는지까지 이야기하고서 책의 내용을 간략하게 이야기해 보려고 합니다.
저를 소개하자면, 대한민국 사회를 살아가는 직장인이고 개인적인 욕심이 많아 여전히 진로고민을 하고 있고, 돈도 많이 벌고 싶은 사람입니다. 그와 동시에 삶에 대한 철학적 고민을 하는 것을 좋아해요. 전혀 생각지 못한 영역에서 우리의 인생과 닮은 면면들을 발견하고 교훈을 얻기도 합니다.
원씽
‘원씽’은 내가 갈 길이 명확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 내가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운 사람에게 추천할 만합니다. 책의 메시지는 제목이 제목인 만큼 하나로 귀결됩니다. 하나에 집중하라. 저는 그간 문어발식 사이드프로젝트를 하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이 책이 더 감명 깊게 다가왔던 것 같아요. “맞아! 하나에 집중해야지! 지금처럼 분산되면 안 돼!” 하는 생각을 했고요.
그렇기 때문에 주제만 알면 이 책을 굳이 읽지 않아도 될 것만 같을 수도 있는데요. 책이라는 게 늘 그리로 가는 사고 과정을 따라가보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기 때문에, 저와 같은 고민이 있으신 분들은 꼭 일독해보시길 바랍니다.
잘되는 집들의 비밀
이 책은 ‘내가 머무는 공간을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하는 고민이 있는 사람이 읽으면 좋을 책이에요. 사실 ‘나’를 잘 다듬고 가꾸는 게 중요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고민이 되는 경우가 있죠. 그럴 때는 오히려 나를 둘러싼 내 공간을 다스리는 게 도움이 되곤 합니다. 내가 몸담고 있는 이 공간이 곧 나를 상징하기도 하니까요.
'잘되는 집들의 비밀'을 쓰신 저자 정희숙 작가님은 '정희숙의 똑똑한 정리'라는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계시니 슬쩍 한 번 보시는 것도 추천합니다. 뭔가 단순히 정리 비법만 알려주시는 것이 아니라, 한 사람의 인생을 정리해 주시는 느낌이에요. 감동적인 이야기들이 많아서 그냥 에세이를 읽는 거라 생각하고 보셔도 느끼는 게 많을 책입니다.
https://youtu.be/hd04B7_Cf5g?si=jG1vJ6TBRo8vN9gM
마케팅 설계자
마케팅, 세일즈, 퍼스널 브랜딩 하는 사람들은 이미 읽었거나 읽어야 할 책이에요. 제가 올해 마케팅 일을 하게 되었는데, 그러면서 여기저기 강연도 많이 다니고, 책도 많이 읽었거든요. 그런데 이 책을 읽고 보니, '이거 하나면 다 설명되네!'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 책이 말하는 핵심은 '전환을 위해 애써라!'예요.
책의 부제를 보면 '사업이 흥하는 퍼널 마케팅 비법'이라고 되어 있는데요. '퍼널'이라는 게 깔때기라는 뜻이더라고요. 깔때기를 통해 내가 원하는 것만 걸러낼 수 있는 것처럼 내가 물리적이거나 개념적인 상품을 팔 때에 어떤 전환의 과정을 거쳐야 하는지에 대해 친절하게 재밌게 설명해 주는 책입니다. 저도 이런저런 것들을 하면서 퍼스널 브랜딩에 대해 실체 없는 고민만 하게 되기도 했는데, 여기에서 설명해 주는 대로 출발점을 다시 잡고 가보려고 해요. 마케터이자 세일즈맨으로서, 퍼스널 브랜딩을 고민하고 있는 사람으로서 아이디어를 많이 얻은 책이라 추천하고 싶습니다.
심판
저는 베르나르 베르베르의 책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어요. 항상 시도했다가 끈기 없이 중도 포기를 했던 기억이 나는데요. '심판'이라는 책은 설정이라든가 메시지가 단순해서 그런 건지 잘 읽히더라고요. 저는 사람이라면 하게 되는 고민이 '왜 살까?', 그리고 '어떻게 살까?' 하는 거라고 생각하거든요. 잘살고 있는 순간에도, 사는 게 쉽지만은 않다 싶은 순간에도 불현듯 떠오르는 생각들이죠. '심판'에서도 그런 내용을 다루고 있는데요.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생을 마감한 사람이 지난 생을 회고하고 다음 생을 결정하는 심판을 받는다는 설정이에요. 어찌 보면 신선한 설정은 아닌데, 엄숙하지 않은 재판 분위기,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판사, 검사, 변호사가 나오는 게 재밌습니다. 제가 책 리뷰를 썼었는데, 이렇게 적어놨더라고요.
(책 내용 중) 고동치는 심장, 송송히 맺히는 땀, 입 안에 고이는 침, 자라나는 머리카락......
저에게는 책을 읽으며 기다리는 순간이 있는데, ‘나를 인식할 때'입니다. 가장 익숙한데 이 순간 가장 생경한 그런 느낌이죠. 가브리엘이 묘사한 삶의 감각들이 선명하게 떠올랐습니다.
이게 뭔 소리인가 싶을 수도 있는데, '삶'이라는 말 자체가 가볍게 다가오는 단어는 아니잖아요. 그런데 앞서 인용했던 그런 표현들이 갑자기 나오는데, 뭔가 그 감각을 느껴 버렸달까요? '삶의 무게가 너무 무겁게 느껴질 때도 있는데, 살아 있다는 건 이런 거지!' 하는 그 느낌이 딱 켜져 버려서 저에게 의미 있는 책이 되어 버렸어요.
가볍게 읽기 좋은 책인데 교훈도 있고 거기까지 도달하는 과정이 흥미로워서 '내가 이렇게 살아서 뭐 하나' 싶은 지하철 출퇴근 시간에 밀리의 서재 등으로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
이건 제가 요즘 읽고 있는 책인데요. 읽으면서 반성을 하게 되더라고요. 매일 아침마다 포털을 장식한 안 좋은 뉴스들 눌러보세요? 저는 안 좋은 뉴스를 일부러 안 보는 편이거든요. 아동학대라든지 학교 폭력, 성폭행, 살인 사건, 개인 대 개인의 일을 넘어서는 사회 시스템이 실패해서 나같이 평범한 사람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들, 이런 걸 보기가 좀 무서웠어요. 남이 겪은 안 좋은 일을 소비하고, 동료들이랑 태연히 밥을 먹으면서 '그 뉴스 봤어?' 이렇게 이야기하고 그런 게 좀 맘이 편치 않달까. 내가 할 수 있는 것도 없는데, 그 사람한테 미안한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그러면서도 마음 한쪽 구석이 불편해요. 어떤 사건은 더 많이, 잘 알아야 하지 않을까? 내가 판결을 내리거나 변화를 만들 수는 없지만, 그런 사람들을 촉구하는 역할을 할 수는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기도 하고요.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이 책을 읽고 이런 불편한 마음들을 직면하고 생각을 정리해 볼 수 있었습니다.
'고통 구경하는 사회'는 저널리스트 김인정 저자님이 쓰신 책인데요. 기자 생활을 오래 하셨나 봐요. 그러면서 타인의 고통을 담아내고 편집하고 내보낼 때마다 깊은 고민을 하셨던 것 같습니다. 목격과 구경의 차이는 무엇인가, 타인의 고통을 단순 소비의 대상으로 만드는 것과 기자 정신을 갖고 보도하는 것은 어떤 한 끗 차이가 있어야 하는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타인의 고통을 외면해서는 안 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는 고민들을 풀어낸 책입니다. 진위여부를 판별하기 어려운 뉴스가 판을 치고, 그런 뉴스들이 SNS를 통해 무한히 곡해되어 타인에게 전달될 수 있는 요즘 시대에서 최소한의 교양을 위해서 읽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누군가는 한 번 제대로 던졌어야 하는 화두에 대해 다른 누구도 아닌 저널리스트로서 살아가는 저자님께서 이야기를 해주신 것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여러분들이 꼽은 2023년 최고의 책은 어떤 것인지 궁금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