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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잘 사는 진리 Mar 06. 2024

회사에 다니는 금수저들에게 바라는 점

평등한 성실



유복한 환경에서 자란 사람의 일침


유튜브 ‘요정 정재형’ 채널에 내가, 아니 요즘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피식쇼 멤버들이 나왔다. 재밌는 이야기들이 오가다가 충주맨이 나왔던 나락쇼 에피소드가 나왔다. 피식쇼에 나오는 연예인들이나 기타 유명인들은 매니저를 대동하는데, 충주맨의 경우 충주시장이 나왔다. 그런데 피식쇼의 멤버인 이용주님이 충주시장님이 ’웃으면서 합시다‘ 하는 이야기에 김민수님이

"저희 겁니다. 저희가 알아서 하겠습니다."

라고 한 에피소드를 전했다. 이에 정재형님이 덧붙이기를,

"민수가 이런 말을 할 수 있는 배경에는 유복한 가정환경이. 없이 산 사람들은 그런 말 못 하거든요, 저같이"

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출처 : 요정 정재형 피식대학 편


남자친구와 영상을 함께 보던 나는 이마를 탁 쳤다.

“세상 어디서나 똑같구나. 우리도 장난으로 맨날 이렇게 이야기하는데! 회사 안 다녀도 될 만큼 잘 사는 책임님이 사이다로 한 마디 해주면 좋겠다고! 크크“



회사에 도는 금수저 소문


실제로 그런 건지는 모르지만, 모 책임은 집이 그렇게 잘 사는데 아버지가 일 다니라고 이야기해서 어쩔 수 없이 다닌다더라, 모 선임은 그냥 사업 물려받으면 되는데 회사는 사업 물려받기 전 사회생활 경험 차원에서 한다더라, 하는 소문이 솔솔 돋아난다. 그런 동료가 있는 자리에서는

"대표님한테 메일 한 통 써 줘. 회사가 잘못 돌아가고 있다고~"

하는 농담을 하기도 한다. 대화에 참여한 비(非) 금수저들의 진심을 따지기는 뭐 하다. 그냥 친한 동료들끼리 수다를 떠는 자리에서,

"야야. 누가 퇴사하게 되면 남은 사람들을 위해서 전체 메일 한번 쓰자. 이 사업은 돈이 안 되는 구조라고!"

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일어나면 살짝 속 웃음이 날 것 같긴 하지만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을 상상하는 평범한 시민들의 대화다.



다 가진 언니


회사에 나를 유독 아껴주었던 한 언니가 있었다. 언니를 떠올리면, 환한 미소에 반짝이는 눈동자에 반갑게 흔들어주는 희고 고운 손 같은 것들이 생각난다.

"퇴사했으니 언니라고 편하게 불러도 돼! 아니 아니, 네가 편한 대로 불러줘!"

하고 예쁘게 말해준 언니는 내가 회사에 인턴으로 들어왔을 때 '와, 회사에 예쁜 언니들이 많구나' 하고 생각하게 했던 세 사람 중에 한 사람이다. 그만큼 미모도 열일하거니와 회사 일을 하는 매 순간 진심이어서 놀랐다. 심지어 언니가 착하기까지 하다는 충격적인 사실을 파악하기도 전에 언니와 친한 다른 선배님들로부터 언니가 찐 금수저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회사에 다녀 보면 의외로 금수저 선배나 동료들이 많은데, 호사가들이 부풀린 점도 있을 거라 정확한 진실은 모른다. 근데 언니는 찐이었다. 진짜로 사업을 물려받기 위해 회사를 떠났다.

"아유, 무슨!"

하고 손사래를 쳤던 언니지만, 어쩐지. 그 미소는 여유에서 나온 것이라 더 천사 같았나. 금수저라고 놀림받는 착한 언니가 세상에 어디 있나.



그거 오만이야


드라마나 웹툰에 나오는 것처럼 금수저들이 게으르고 오만하다고 생각하면 그게 오만이다. 그런 분들이 더 열심히 일하는 경우도 있다. 다 가진 언니도 그랬고, 어떤 선배님은 후배들에게 이것저것 좋은 경험을 사비로 선물해 주면서 파이팅 해보자고 하실 정도다. 오가작통제를 가동해서 서로 퇴사 못하게 감시하고 다 같이 살아남아야 한다고 하셔서 좀 무섭다. 그렇게까지 하시는 이유는 모른다. 생존에 대한 걱정을 안 해도 돼서 본질인 일에 더 몰입할 수 있는 건가? 타고난 기질이 그런 건가?



성실 앞에 평등한 사람들


근데, 그래서 좋다. 성실이 주 무기인 평범한 사람들이 틀리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좋다. 만약 금수저들이 일을 대하는 태도가 불량했다면, 박탈감까진 아니어도 싫었을 것 같다(혹시 그게 박탈감?). 요즘은 금수저에 대한 반응이 예전과는 사뭇 달라졌다. 유명인이 집안이 잘 산다는 사실이 드러나면 '어쩐지 부유한 집안에서 사랑받고 자란 막내딸 느낌이 나더라니' 하면서 더욱 칭찬하고 좋아하는 분위기가 있는데, 어디까지나 그들이 일에 진심으로 임하고 좋은 사람이어야 가능한 이야기다. 퇴근 후 쇼츠의 무한굴레에 갇혀서 아이브 장원영님의 사악한 스케줄을 알려주는 쇼츠를 본 적이 있는데, 댓글에 이런 말이 있기도 했다.

'이미 영 앤 리치 원영이도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데 내가 뭐라고... 회사 열심히 다녀야지'

회사를 다닌다고 영 앤 리치가 될 수는 없지만(너 T야?), 하여튼 이미 다 가진 누군가의 성실한 태도가 성실한 다른 이에게 작은 위안이 될 수도 있구나 싶었다.



금수저에게 바란다...!


회사에 다니는 골드스푼 동료들이 사이다성 발언으로 회사에 파란을 일으켜주길 바라지는 않는다. 그렇다고 성실하게 일하길 바라는 것도 아니다. 그런 건 계약 관계에 의해 사장님이나 요구할 수 있는 것이고, 타인에게 무언가를 바랄 수는 없는 거니까. 좋은 동료나 지인이 되어주는 사람들 중 몇몇 사람이 금수저일 뿐이고, 나는 좋은 동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다다.


근데 간언을 해주신다면 되게 감사하고 음, 이러면 안 되지만, 솔직히 재밌을 것 같긴 해요. 책임님, 보고 계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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