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노무사 Mar 27. 2023

다양성을 위한 한 걸음

근로기준법 제6조(균등한 처우)

“요새는 지원자 중에 남성 자체가 없어요. 이력서에서부터 비율이 7:3, 시험 보면 8:2, 면접까지 오면 9:1이라니까. 남자 직원을 뽑을 수 있는 방법 좀 없을까요?     


중견기업 인사담당자께서 남자 직원의 기근 현상을 씁쓸해하시며 저에게 방법을 물었습니다.     


“글쎄요. 쌀가마 빨리 들기, 이런 걸 전형에 추가해야 할까요? 그런데 꼭 남성 직원을 뽑아야 하는 이유가 있으실까요?”

“아뇨. 다양성 측면이죠. 너무 한쪽 성만 채용되는 것도 문제잖아요.”


농담처럼 대답했지만 괜히 씁쓸해졌습니다. 예전에 남성만 채용되던 시절에는 여성 직원을 뽑기 위한 노력을 하지는 않았던 것 같아서요. 회사에서 필요한 다양성의 사전적 의미는 나이, 종교, 성, 출신지역 등과 같은 개인적 특성의 차이를 나타내는 것입니다. 최근에는 유연한 조직 운영뿐만 아니라 다양한 의견을 통해 조직의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는 측면에서 다양성의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습니다. 다양성을 관리하기 위해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하는 것은 ‘다르다는 것으로 인한 차별이 존재하는지’부터 검토하고 개선하는 것입니다.


사용자는 근로자에 대하여 
남녀의 성(性)을 이유로 차별적 대우를 하지 못하고, 
국적ㆍ신앙 또는 사회적 신분을 이유로 
근로조건에 대한 차별적 처우를 하지 못한다.
근로기준법 제6조


차별적 처우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정년을 다르게 설정하고, 남성 직원보다 낮은 임금을 책정하는 시절이 있었습니다. 사실 국정원의 여성 근로자들이 대다수였던 분야의 정년을 다른 직군보다 낮게 설정한 것이 불합리한 차별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온 지 채 3년이 되지 않았으니 아직도 우리 주변에 산재한 차별인 것 같기도 합니다. 사회가 고도화되면서 직접적인 차별은 많이 시정된 것도 같습니다. 근로기준법에서 금지하는 차별은 성별, 국적, 신앙, 사회적 신분에 따라 근로조건을 다르게 적용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간접 차별이겠죠. 차별인 듯 차별 아닌 차별 같은 것들 말이에요. 


회사에서 여자 선배가 관리자가 된 적이 있었습니다. 직책 발령에는 개인의 역량도 중요하지만 그 외의 것들이 작용하기도 합니다. 조직에서 모든 것을 고려하며 인사를 하는 곳도 있겠지만, 그저 대표이사 라운딩을 잘해서, 상징적인 리더(여성, 주니어)가 필요해서 관리자가 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성별과 관계없이 직무 역량, 리더십 역량이 없는 사람들이 관리자가 되는 것이 싫었습니다. 관리자라면 리더십, 커뮤니케이션, 직무 역량이 팀원들보다 출중해 팀원을 이끌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하잖아요. 그런 불만을 토로했더니 사회 초년생 때, 친했던 남자 선배가 관리자가 된 여자선배들을 잘 지원하라고 조언해 주셨죠.      


“선배 잘 보필해야 해. 여성 관리자들이 잘 되어야 너희도 잘 될 수 있는 거야.”

“왜 저 이상한 본부장은 선배의 미래라고 생각 안 하시면서, 저희한테는 왜 그렇게 말씀하세요?”     


또 한 번 선배께 대들고 말았습니다. 물론 여성이라는 연대를 통해 여성들이 경력을 관리할 수 있도록 길을 모색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분 한 분의 업적으로 회사 내부 여성들의 실력을 검증받는 것은 너무 하지 않나요. 직책은 눈에 보이는 근로조건이 아니며, 성에 대한 편견은 차별적 처우가 아닙니다. 조직에서 일어나는 비일비재한 성 편견과 차별은 법을 위반하는 내용은 아니죠. 직접적인 차별은 시정할 수 있지만, 간접적이고 뿌리 깊은 차별은 시정이 어렵습니다.     



다양성 관리는 어떻게?


다양성을 관리하기 위한 한 걸음은 회사 내에 존재하는 차별을 찾아 시정하는 것입니다. 차별은 근로조건에 대한 직접적인 차별과 편견으로 인한 간접적인 차별이 모두 포함됩니다. 소수자를 채용하는 것으로 끝이 아닙니다. 소수자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일과 관련된 다양한 경험을 지원해 주고, 그들이 성과를 낼 수 있도록 독려하여야 합니다. 직무경험, 리더십에 대한 학습 기회를 전혀 주지 않다가 갑자기 관리자 직책을 주는 것은 효과적인 다양성 관리가 아니죠. 글로벌 스탠더드를 맞추기 위해 겉으로만 표출하는 다양성이 아닌, 기업 현장에서 실행되는 다양성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다양한 의견이 제시될 수 있는 조직문화가 우선되어야 하겠죠. 




다양성이 중요한 이유는 소수자가 다수자가 되어야 한다는 당위성 때문은 아닙니다. 조직이 지속가능하기 위해서 다양한 접근이 필요하며, 개인의 다양한 특성들이 자연스럽게 일하는 방식으로 이어져 성과로 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관리하지 않는 다양성은 갈등만 불러온다고 하죠. 조직의 차별적인 제도를 시정하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는 장기적인 접근이 필요할 것입니다.



작가의 이전글 연봉협상에 대한 기대와 오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