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통통 Dec 02. 2021

지금 이혼하는 중입니다.

나는 왜 이혼하는가

나는 만 4년 간의 결혼 생활을 정리하는 중이다.


대부분의 이혼은 결혼 전부터 정해져 있다고 하는데, 나도 그랬던 것 같다.

20살 때부터 혼자 서울에 올라와 외로웠고, 나만의 가정을 빨리 꾸리고 싶었다. 고독을 즐기는 법을 몰랐고, 끊임없이 연애 상대를 찾았다.


그러다 30대 중반, 나와는 너무나도 다른 매력을 가진 남편을 만났고, 쉽게 사랑에 빠졌다. 공부만 하고 모범생 코스만 밟아온 나와 운동선수 출신의 그. 서로 다른 매력에 무언가에 홀린 듯 빠져들었고, 만난 지 6개월 만에 결혼식을 올렸다.


지금 돌아보면, 나는 결혼식 전날까지도 이 결혼이 옮은 선택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다른 만큼 서로 이해하기 어려웠고, 다툼이 잦았다. 청첩장을 돌리고 나서도 파혼에 대해 고민했지만, 결국 예정대로 식을 올렸고, 우리에겐 사랑스러운 아기가 찾아왔다.


짧은 연애와 짧았던 신혼 생활. 아기가 태어나면서 더 자주 싸웠다. 육아 휴직 후에 혼자 아기를 케어하면서 나 또한 지쳐갔고, 그 역시 외벌이에 대한 부담감, 일에 대한 스트레스로 지쳐갔다. 그때 내가 쓴 일기들을 보면 이혼해야 할 이유와 이혼하지 말아야 할 이유들에 대해서 끊임없이 고민했던 흔적이 보인다. 불행하다고 생각했으면서 나는 이 결혼을 왜 진작에 놓지 못했던 것일까. 두려웠던 것 같다. 이혼을 원하지 않는 그와의 진흙탕 같은 싸움과 이혼 후의 삶이 두려웠던 것 같다. 그러면서 점점 나를 잃어갔다. 당당하고, 건강했던 나의 모습을..


그러다 한 달 전, 부부 사이에 신뢰가 깨지는 사건이 발생했고, 나는 이혼을 결심했다. 많이 울고, 힘들었지만 오히려 헤어질 구실을 만들어준 그에게 고맙기도 했다. 유책사유는 그에게 있었지만, 나는 그가 원하는 대로 재산분할을 해주며, 협의이혼을 선택했다. 재판 상 이혼을 할 수도 있었지만, 더 이상 그와 싸우고 싶지도 않았다.


처음에는 그를 원망하고 미워했지만, 지금은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외롭다는 이유로.. 남들도 다 결혼하니까.. 너무나도 결혼을 쉽게 결정해 버린 나의 책임 말이다.

나에 대한 깊은 통찰, 상대방에 대한 깊은 탐색 없이 나를 사랑해준다는 이유로 그를 선택한 내 책임 말이다.


인생은 나의 가치, 가치관을 끊임없이 세워나가는 여정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북극성처럼 내 자리를 지키면, 내 주변, 나의 사랑하는 아이도 흔들리지 않을 것이다.

 

이혼이 외상 후 스트레스가 아닌, 외상 후 성장이 되기를 바란다.

그를 만나기 전의 나로, 좀 더 단단해진 나의 모습을 기대해 본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