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화: 외벌이를 선택한 이유

by 엄마는달린다

대한민국에서 외벌이라고 하면

사람들은 쉽게 말한다.


아이를 어린이집에라도 보내고

돈을 벌어야 하는 것 아니냐고,

집에 앉아서 뭐 하느냐고.


그런데

막상 워킹맘으로 살면

또 다른 말을 듣는다.


아이 케어는 제대로 하느냐고.


어떤 선택을 해도

엄마는 늘 부족한 사람이 된다.


결혼하고 아이를 낳기 전까지

나는 이런 현실을 잘 몰랐다.


우리 집도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엄마의 노력 덕분에

그래도 괜찮은 환경에서 자랄 수 있었다.


그래서인지 나는

현실을 잊고 살 때가 많았다.

결혼을 앞두고도 마찬가지였다.


나는 조건보다는 마음을 믿었고,

현실보다는 낭만을 먼저 생각했다.


지방에 사는 지금의 남편과

롱디 커플로 연애를 하며

우리는 늘 이렇게 말했다.


“함께라면 괜찮지 않을까.”


부모님의 도움 없이

각자 모은 돈 오천만 원씩,

총 1억 원으로 결혼했고

지방에 있는 30년이 넘은 구축 아파트가

우리의 첫 보금자리가 되었다.


생전 처음 내려온 소도시에서

일을 구해볼 생각을 하기도 전에

첫째가 찾아왔다.


원래 아이는

하나보다는 둘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아이는

내가 원할 때 원한다고 가질 수 있는 존재가

아니라는 것도 결혼 후 알게 되었다.


그래서 가질 수 있을 때 가지자는 마음으로

첫째와 두 살 터울로 둘째를 낳았다.


그렇게 가족은 늘었고,

그제야 현실이 또렷하게 보이기 시작했다.


첫째 때까지만 해도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아이의 물건은 대부분 중고로 마련했고

우리에게 쓰는 돈은 악착같이 아꼈다.


아이가 아파도

내가 혼자 돌볼 수 있었기에

그래도 괜찮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하지만 둘째가 태어나

대학병원에 2주 동안 입원하게 되었을 때,

우리는 양가 부모님의 도움을

전혀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을

몸으로 실감했다.


나는 병원에서 둘째를 돌보고,

남편은 회사를 다니며 첫째를 돌봤다.


그때만큼

부모님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는 사실이

서럽게 느껴진 적은 없었다.


그 이후

일을 구하려고 할 때마다

현실이 먼저 가로막혔다.


아이가 혹시 아프기라도 한다면

누가 돌볼 수 있을까.

하루 이틀 연차야

눈치 보며 낼 수 있어도

지난번처럼

일주일 넘게 입원해야 한다면?


그리고 또 하나,

근무 시간의 문제였다.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

아이를 이른 아침부터 어린이집에 맡기고

퇴근 후 데리러 가면

늘 저녁 7시가 된다.


아침 8시부터 저녁 7시까지,

아이의 하루 대부분을

어린이집에서 보내게 해야 하는 것이

나에겐 너무 미안하게 느껴졌다.


이 순간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는데,

내가 아이 곁에

조금 더 있어주는 게 맞지 않을까.


아이를 키우기 위해

돈이 필요한데

돈을 벌기 위해

아이의 소중한 시간을 놓쳐야 하는 현실이

답답하게 느껴졌다.


그제야

워킹맘이든 전업맘이든

어떠한 형태로든지

아이를 키운다는게

얼마나 대단한지

진심으로 알게 되었다.


그래서 우리는 결정했다.


아이들이 어느정도

클 때까지는

외벌이로 살기로.


감사하게도 지방에 살아

수도권보다는 생활비 부담이 적었고,

남편의 월급만으로도

버틸 수는 있었다.


낭만으로 시작한 결혼은

어느새

선택과 책임의 문제가 되었다.


그리고 나는

도망치지 않기로 했다.

조금 느리더라도,

조금 돌아가더라도,


지금 이 시간을

아이 곁에서 함께 보내는 선택을

해보기로 했다.


이게

내가 외벌이를 선택한 이유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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