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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ujinsoil Apr 09. 2024

영화를 보고

20240409

최근 본 영화에서, 수십 년간 단팥을 만들어온 한 할머니의 태도가 인상 깊었다. 할머니는 단팥 제작 과정에서 팥이 겪었을 경험들, 비 오는 날과 맑은 날을 상상하며, 팥의 이야기에 귀 기울인다고 말했다. 그리고 어릴 적부터 다양한 도예가들과의 접촉이 일상적이었음에도, 내가 이러한 태도를 이해하고 받아들이지 못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특히, 이러한 태도가 언어로 표현될 때 종종 그 모습이 쇼처럼 느껴져, 보다 본질적이고 합리적인 것, 이론적인 것들을 더 중요시해 왔다. 


그러나 되려 이렇게 만들어진 이야기 속에서 모든 것이 각자의 언어를 가지고 있다는 메시지는 내게 무엇이 중요한지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나는 얼마나 흙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왔나? 이러한 태도로 작업에 임한 적이 있었나?" 습도, 날씨, 흙과 나의 상태, 시간, 힘의 조절, 두께, 크기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하며 작업해 왔지만, 나는 경험을 감정이 아닌 이성으로만 받아들이려 하진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변화와 나 사이의 균형을 찾아가고 있다. 통제하는 것을 넘어, 그것을 받아들이는 것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데 할 수 있는 것들이 너무나 많다. 같은 것을 다르게 할 수도, 혹은 다르게 받아들일 수도 있다. 옳다고 생각하는 것보다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지는 것이 즐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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