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맥은 '사람과 사람사이의 신뢰구축'이다
성공한 사람들의 비결에는 늘 ‘사람’이 등장한다. 이는 성공과 인적 네트워크는 서로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다는 것을 반증한다. 백만장자의 이력서(Millionaire’s Notebook)의 저자로 유명한 억만장자 ‘스티븐 스콧’은 “혼자 힘으로 백만 장자가 된 사람은 없다. 주위의 재원, 인맥을 끌어들이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전쟁과 평화’를 집필한 톨스토이 역시 “자신을 완성시키려면 정신적으로는 물론 다른 사람과의 관계도 잘 맺어야 한다, 다른 사람들과 교제를 맺지 않고 또한 다른 사람에게 영향을 미치거나 영향을 받지 않고서는 자신을 살찌워나갈 수 없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하지만 우리가 간과하지 말아야 할 것이 있다.
바로 인맥에 대한 오해다. 학연, 지연에 대한 끈끈함이 남다른 한국사회의 경우 ‘인맥’이란 ‘비리’라는 단어와 꽤 밀접한 느낌이 든다. 포털사이트에 ‘채용비리’라고 검색해보면 대기업 임원의 자녀를 부정합격 시켰거나, 교수의 친인척을 제대로 된 채용절차 없이 합격시킨 뉴스기사들이 연이어 등장한다. 때문에 ‘인맥’이란 단어가 부정적 뉘앙스, 혹은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편법 혹은 불법적으로 이익을 취하는 것이라는 느낌을 갖는 사람들도 많다.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 편법, 혹은 불법을 일으키는 것은 잘못됐다. 힘들게 자격증을 준비하고 직무관련 경험을 쌓아 이력서와 자기소개서를 쓰고 거기서 합격하면 직무관련 필기시험을 보고, 다시 합격하면 1차 2차 때로는 3차 면접까지 보아야만 취업의 문에 다다를 수 있다. 그런데 그런 절차를 무시하거나 부정으로 한 자리를 차지해버린다면 그것은 문제이다. 분명히 사라져야 할 일들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인맥은 그러한 ‘부정’을 저지르는 것이 아니다. 여기서 구축하려는 인적네트워크는 서로에게 선한 영향력을 주고받는 ‘사람과 사람 사이의 신뢰구축’을 의미한다.
대학원에서 ‘팀빌딩’관련 수업을 듣는데 창업대학원인 만큼 대부분 창업했거나 창업을 준비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공동의 비전을 바라보며 신뢰를 가지고 함께 일해 나갈’ 팀워크를 만드는 것이 가장 고통스럽고 힘들다고 한다. A대표는 ‘사람을 쓰는 것’에 대한 고충을 자주 이야기했는데 특히 스타트업의 경우 불안정성이 크기 때문에 쉽게 그만두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때문에 자신은 맘에 드는 사람을 고용하기 위해 수시로 그 사람에게 연락을 하고 간식거리와 영양가 있는 음식을 챙겨주기도 했단다. 또한 자신이 그리는 사업상의 큰 그림을 계속 이야기하며 그와의 신뢰를 구축하는 데 애를 썼다고 한다. 그 덕분인지 A대표의 회사는 연이은 투자유치성공과 함께 승승가도를 달리고 있다.
프리랜서는 더욱 신뢰를 쌓는 인적네트워크가 필요하다. 직전 칼럼에서 프리랜서의 대부분의 일이 ‘인맥’에서 나온다는 것을 말했다. 시간자유자로서 살아가기 위한 당신의 목표는 ‘누군가가 어떤 일을 맡기려 할 때 바로 떠오르는 사람’ ‘일을 믿고 맡겨도 된다’라는 신뢰감을 당신의 주변 사람들에게 인식시키는 것이다.
강의를 하다보면 주변에 강의를 연결해주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 내가 하지 않는 범위의 강의주제거나 나에게 의뢰가 들어왔지만 시간이 맞지 않아 다른 사람을 추천하는 경우 등이다. 이런 상황이 되면 나 역시 내 주변 인물들을 머리 속으로 떠올리고 해당 강의에 적합한 사람을 찾는다. 그 기준 중 가장 큰 부분은 신뢰다. 물론 개개인의 강의력도 중요하지만 지인 강사들의 강의를 내가 들어볼 기회란 그다지 많지 않다. 그 경우에는 첫째, ‘이 사람이 절대 지각하지 않을 사람인지’ 둘째, ‘평소 성실하게 교안이나 강의 준비를 하는 사람인지’와 같은 신뢰감을 바탕으로 추천하게 된다. 따라서 프리랜서가 지속적으로 일을 받기 위해서는 당신과 관계를 맺는 사람들 사이에서 ‘저 사람은 성실해, 저 사람은 누구한테 추천해도 욕먹지 않을 사람이야’라는 평판을 유지하는 것이다.
‘성공하기 위해서 인맥을 쌓아야 한다’거나 ‘성공한 사람들은 인맥이 좋다’라는 것에 얽매여 하기 싫은 자리에 억지로 참가하거나 하기 싫은 것을 억지로 하면서 많은 사람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다. 예를 들어 전혀 흥미없는 골프를 배우려 한다거나 술자리에 참석한다던가 하는 것들 말이다. 물론 새로운 자리에 적극적으로 참석하고 더 많은 인맥을 쌓기 위해 노력하는 것은 좋다. 그러나 단순히 인맥을 쌓겠다는 생각만으로 그것에 집착하면서 스트레스를 받을 필요 역시 없다는 것이다. 많은 프리랜서 혹은 앞으로 시간자유자를 꿈꾸는 사람들이라면 회사나 조직 내의 정치판같은 인간관계에 환멸을 느낀 이들도 많을 것이다. 그런데 시간자유자가 돼서도 그런 눈치게임과 인간관계에 얽매일 필요는 없다. 다만 당신이 일적으로 만난 사람들 중 당신과 마음이 잘 맞는 사람, 그리고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 받을 사람들과의 관계를 깊고 성숙하게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영국 옥스퍼드대학의 문화인류학자인 로빈던바교수는 1992년에 영장류를 대상으로 ‘신피질 크기가 그룹규모에 미치는 제약조건’이라는 논문을 발표했다. 유기체의 정보처리 능력을 신피질이 제한해 개인이 감당할 수 있는 관계의 수를 제한하는데 사회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인맥의 최대치가 150명이라는 것이다. 이를 반영해 고어텍스를 생산하는 미국의 ‘고어’는 공장의 조직단위를 150명으로 제한해 운영했고 스웨덴 국세청 등 공공기관에서도 적용했다.
물론 던바의 수는 전세계적 네트워킹이 가능한 시대에 적용하기 어렵다는 논란과 의견 역시 분분하다. 그러나 핵심은 무조건적인 인맥의 수가 당신을 시간에서 자유롭게 만들지는 않을 거라는 것이다. 당신이 목표를 빠르게 이루고 당신의 시간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다른 사람의 ‘조력’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조력자는 넓고 얕은 관계 안에서 나타나기는 어렵다.
당신의 시간과 자원을 아껴 줄 조력자를 곁에 두기 위해 노력하자. 그 바탕에는 당신이 그들에게 먼저 보여 줄 ‘신뢰’가 있어야 할 것이다.
*위 글은 미래경제뉴스 '타임시크릿(http://www.mirae.news/news/curationView.html?idxno=4502)'에 먼저 기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