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은 다른 사람과 관계를 맺고 살아가길 원한다. 외향적인 사람이든 내향적인 사람이든, 나이가 적든 많든 말이다. 혼자 있기를 즐기는 사람조차 다른 사람과의 모든 관계를 끊고 싶어하지 않는다. 사람은 결코 혼자 살아갈 수 없기 때문이다. 오늘은 ‘사회적 인간관계’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영화 ‘소셜네트워크’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소셜네트워크는 전세계 50억명을 온라인상에서 네트워킹으로 엮어놓은 ‘페이스북’의 탄생 비하인드스토리를 보여주는 영화다. (최근 메타로 사명을 바꿨다) 페이스북으로 최연소 억만장자가 된 ‘마크 저커버그’가 페이스북을 어떤 경위로 만들게 되었고 궤도에 올려놓기까지 일어난 주요 사건들을 다룬다. 특히 이 영화에서 주목할 것은 바로 페이스북을 만드는 데까지 그와 주변의 ‘사람들’에 초점을 두고 있다.
특히 영화는 마크 저커버그가 피소를 당해 ‘페이스북’이 아이디어를 도용했다고 주장하는 ‘윙클버스’형제와 초기 투자를 해줬던 하버드의 동료 ‘왈도 세브린’과 진실공방을 벌이는 식으로 구성되기 때문이다. 전세계적인 사회적 연결망을 만들어 낸 인물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따라가보는 것도 영화를 몰입하게 만든다.
영화에서 ‘마크 저커버그’는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지 않은 소위 ‘아싸(아웃사이더)’다. 첫 장면이 보스턴 대에 다니는 여자친구와 술집에서 대화하며 시작되는데 그는 자신이 하버드의 엘리트 클럽에 들어가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다. 더 들어가기 쉬운 클럽은 없냐는 여자친구의 물음에 무례하게 답한 그는 결별을 선언당한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영역에서 사회적인 관계를 맺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중에는 사람들과 잘 어울리는 사람도 있고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다. 성격적으로 내향적이거나 말주변이 없어서, 혹은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힘을 쏟는 것이 싫어서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사람들과 벽을 쌓는 사람들도 있다. 그러나 그들 중 대부분은 정말 사람들과 관계 맺기 싫어서가 아니라 ‘어떻게 사람들과 사귀어야 할지’ 모르는 경우가 더 많다.
영화에서의 ‘마크’ 역시 마음은 사람들 사이에서 관심받고 주목받기를 원한다. ‘페이스북’이 인기를 끌게 되고 사람들이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변한 것에 즐거워하는 모습이 그렇다. 또 그의 친구 ‘왈도’가 하버드의 유명한 사교클럽인 ‘피닉스 클럽’에 입회허가를 받았다고 할 때 “사회적 다양성을 위해서일거야”라고 말하는 것 역시 자신은 선택되지 않았다는 질투어린 감정이 섞여있다고 볼 수 있다. 왈도가 준회원으로 승격됐다는 소식을 전했을 때도 그는 “축하해”가 아닌 “정회원이 안되도 실망하지 마”라고 말한다.
페이스북은 서비스 자체도 매우 훌륭했다. 그러나 인적 네트워크의 힘 역시 페이스북을 더욱 성장시키는 데 기여한다. 음원공유서비스인 ‘냅스터’를 만들었던 ‘숀 파커’는 페이스북에 흥미를 가지고 마크 저커버그를 만나러 간다. 마크는 ‘숀 파커’라는 인물이 자신을 더 많은 투자가들과 연결시켜 줄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그를 영입한다. 실제로 숀 파커의 인맥을 통해 투자가를 만나게 된 페이스북은 투자유치에 성공한다.
반대로 CFO(최고 재무책임자)였던 왈도는 혼자 고군분투하며 페이스북에 광고를 줄 광고주를 만나러 다닌다. 인맥이 아닌 발로 뛰어다닌 왈도는 몇 개의 광고를 따내는 데 성공하지만 숀의 인맥으로 만난 투자자에게서 따낸 투자금과 비교할 바가 되지 않는다. 인적 네트워크가 목표까지 가는 시간을 얼마나 줄여주는지 보여주는 장면이다.
시간관리를 위해 인적 네트워크를 잘 관리하는 것은 필수이다. 물론 페이스북이 숀 파커를 통해 투자를 유치하지 않았더라도 그 서비스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또 있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많은 기업들이 적절한 시기에 투자자를 만나지 못해 위기에 처하거나 폐업하는 경우가 많은 만큼 투자처를 연결해 줄 인맥을 찾은 ‘마크’는 네트워킹의 힘을 보여준 것이라 할 수 있다.
인맥을 구축하고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것은 ‘신뢰’다. 영화에서 마크는 ‘신뢰’를 저버림으로서 두 번의 피소를 당한다. 첫 번째는 자신을 영입해 ‘배타적’인 하버드 네트워크 서비스를 만드려는 윙클보스 형제를 돕겠다고 말하며 자신이 직접 거기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페이스북’을 만든 것이다. 물론 그들의 아이디어에서 ‘배타성’이라는 힌트를 얻었다고 해서 마크 저커버그가 그들 것을 훔쳤다고 말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 자신이 직접 페이스북을 만들지 않고 ‘하버드 커넥션’의 이름으로 윙클보스 형제의 서비스를 만들었다해도 그 서비스가 페이스북만큼 성공하리란 보장도 없다. 그러나 아이디어를 공유하고 함께 서비스를 구축하자는 제안을 돕겠다고 해놓고서 바쁘다는 핑계로 시간을 끌면서 페이스북을 만든 마크의 행동은 분명 신뢰를 저버리는 행동이다. 그렇기에 마크는 소송을 당하고 결국 윙클보스 형제에게 거액의 합의금을 주게 된다.
네트워킹은 구축만이 아니라 그걸 유지하는 것이 더 어려운 일이라는 걸 보여주는 부분이다. 실제로 많은 사회적 관계가 일그러진다. 함께 팀을 만들던 사이에서 더 큰 이익을 위해 결별하는 경우도 생긴다. 아이디어를 훔치거나 본인의 이익만 챙기고 자신이 속한 사회적 관계를 끊어버리는 사람들도 있다. 그리고 그 공통의 분모에는 ‘신뢰’와 ‘믿음’의 단절이 있다.
영화 안에서 왈도와 마크가 단절하게 되는 과정도 그와 비슷하다. 페이스북에 광고를 실어 비즈니스를 시작하자는 왈도와, 페이스북의 쿨함을 유지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마크는 조금씩 견해차이가 생기게 된다. 거기에 투자가들과의 황금인맥을 가지고 있는 숀의 등장으로 그들이 구축했던 신뢰의 틈이 벌어지기 시작한다. 거액의 투자를 받고 지분구조를 정리하는 과정에서 왈도는 마크를 신뢰하고 계약서에 서명한다. 그러나 추가 투자를 유치할 때 34.4%였던 그의 지분은 0.03%가 된다. 그리고 왈도는 마크에게 소송을 걸게 되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왈도가 합의금을 얼마를 받았는 지는 알 수 없지만 소송의 결과로 페이스북의 공동창립자로 다시 이름을 올리게 됐다고 설명한다. 서로 신뢰관계로 시작했던 그들의 네트워크는 소송으로 끝맺고 말았다. 물론 영화의 상당부분이 과장되었다고 마크 저커버그와 숀 파커가 불편한 기색을 비쳤다고는 하나 영화 안에서 보자면 세계 최고의 사회적 네트워킹 서비스를 만든 페이스북의 창업자들은 ‘신뢰’의 네트워킹을 했다고 말하긴 어려울 듯하다.
‘배타성’으로 시작했던 페이스북은 인종, 나이, 국적을 넘어 누구에게나 열린 사회적 관계망이 되었다. 우리는 이제 지구 반대편의 사람과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고 모르는 사람과도 메시지를 주고받거나 관계를 맺을 수도 있다. 실제로 페이스북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거나 자신의 브랜딩을 하는 사람들도 많다. 인적 네트워크를 확장할 수 있는 채널로서의 역할을 하는 것이다. 부정적인 부분도 있겠지 SNS를 어떻게 활용하느냐에 따라 당신의 시간을 자유롭게 만들 비밀의 열쇠가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네트워킹 안에는 반드시 ‘신뢰’가 함께해야 한다.
*위 글은 미래경제뉴스에( http://www.mirae.news/news/curationView.html?idxno=4513 )먼저 기고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