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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밑줄긋는여자 Oct 09. 2021

여행과 업무를 동시에? 꿩먹고 알먹는 멀티타임스케줄

프리랜서라서 가능한 시간의 자유라면 업무시간이 조율가능하다는 것과 자유롭게 시간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프리랜서는 회사라는 안정적인 틀이나 퇴직금, 4대 보험같은 제도적인 부분에서는 취약할지 모른다. 그러나 그 안정을 위해 자유와 시간을 빼앗기지 않겠다고 생각하고 프리랜서를 선택했던(선택하려는) 사람들이라면 얼마든지 제도적 안정보다 더 행복하고 즐겁게 시간을 쓸 수 있다. 그 중 하나가 업무와 여가를 한꺼번에 해결할 수 있는 멀티타임스케줄이다. 


나는 여행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처음 회사에 들어가 2년 반 동안에는 여행을 거의 다니지 못했다. 회사 업무에 적응하고 야근을 밥 먹듯이 했던 그 시기를 생각해보면 여행을 즐길만한 마음의 여유가 너무 없었다. 프리랜서가 된 후에는 여행을 많이 다녔는데 시간을 따로 내서 며칠씩 가는 여행도 있었지만 일을 하면서 잠깐씩 여행을 하는 횟수도 많아졌다. 


강의를 하다보면 주변지역이 아닌 지방강의 요청이 들어오는 경우도 많다. 시간이 꽤 걸리는 지방강의를 선택하는 것은 대부분 돈이 아니라 여행 때문이다. 시간을 내서 따로 가기에는 부담스러운 곳들을 강의를 하러 가는 김에 다녀오는 것이다. 

광양 매화마을 


2017년 봄이었다. 나는 오래 전부터 광양 매화마을에 대한 로망이 있었다. 산자락 가득 하얀 매화꽃이 피는 모습을 TV로 본 후에 그 매력에 빠져버린 거였다. 반드시 한 번 가보고 싶은 곳이었는데 그때까지 가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광양에 강의일정이 생긴 것이다. 나는 전혀 망설이지 않고 강의를 하겠다고 했다. 그리고 강의 전날 아침에 차를 몰고 광양으로 출발했다.


특별히 어디를 보겠다고 결정하진 않았다. 그냥 목적지만 매화마을로 찍고 달렸다. 중간에 휴게소에서 음식도 먹고 주변에 핀 꽃들도 보면서 드라이브를 즐겼다. 가다보니 ‘화개장터’라는 표지판이 나왔다. '화개장터가 여기 있었나?' 하고 화개장터라는 곳을 먼저 찾아갔다. 먹거리와 특산물 등을 파는 크지도 작지도 않은 민속장이 있었다. 그곳에서 간식거리를 몇 개 사먹고 조영남 동상 앞에서 혼자 셀카를 찍었다.


다시 출발해서 십 분쯤 섬진강을 따라 가다보니 이번엔 ‘토지’를 쓴 작가인 ‘박경리 문학관’ 표지판이 보이는 게 아닌가. 그래서 박경리문학관을 들러 천천히 구경하고 주변을 거닐었다. 그리고 나서야 매화마을에 도착해보니 산자락 가득 매화꽃이 만개한 TV속 풍경을 만날 수 있었다. 너무나 오고 싶었던 곳에 도착한 나는 셀카봉을 들고 매화꽃 사이사이를 누비며 사진을 찍고 꼭대기까지 갔다 왔다.

어스름이 질 때쯤 내려와 포장마차에서 재첩국에 매실절임 반찬을 먹었다. 그 후에는 교육업체에서 제공해주는 숙소에서 잠을 자고 다음날 강의를 했다. 올라오면서 구례 산수유마을에 들렀고 지리산 화엄사도 잠시 들러 스님들이 북을 치는 모습도 보고 약수도 떠 마셨다. 대통밥까지 먹고 나서야 다음 강의가 있는 충청도로 올라왔다. 


지금 생각해봐도 즐거운 기억이다. 이 외에도 강의 스케줄이 지방에 있을 때마다 여행을 해왔다. 함평 나비축제도, 부여의 부소산성도, 영월의 천문대도, 광주의 펭귄마을도 강의를 하러 가지 않았다면 구경하지 못했을 곳들이었다. 그곳들을 여행하면서 나는 자유로움과 행복감을 느꼈고 그것은 돈으로 절대 사지 못할 것들이었다. 


작년부터 코로나19가 일상을 지배했다. 방역과 안전의 우려로 당일 나들이를 아이와 몇 번 간 것을 제외하고는 여행을 한 적이 없다. 그러나 강의를 하기 위해 부산을 다녀오며 잠시 광안리를 거닐 수 있었고 올해에도 제주도 강의를 하면서 차를 렌트해 사람이 없는 한적한 곳을 찾아 잠시 여행할 수 있었다. 

함덕의 노을 


그러니 기왕 프리랜서가 되어 시간을 스스로가 사용할 수 있다는 특권을 제대로 사용하면 좋겠다. 업무를 하면서 여가나 여행을 즐길 수 있다면 회사원처럼 여행을 위해 몇 달 전부터 연차를 쓰기 위해 계획하고 팀원들과 일정을 맞추려고 애를 쓸 필요가 없으니 시간이나 효율성에서 충분히 이득이 된다. 


물론 내가 강사라는 직업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틈틈이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좀 더 유리한 위치에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다른 일을 하는 프리랜서들도 충분히 여행을 즐길 수 있다. 


요즘 '디지털 노마드'가 트렌드로 자리잡고 있다. 디지털노마드는 디지털(digital)과 유목민(nomad)을 합성어로 스마트기기 등을 이용하여 공간에 제약을 받지 않고 일하는 사람들을 지칭한다.  4차 산업혁명과 맞물려 일자리 4.0시대가 도래하면서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이동과 시간을 자유롭게 사용하며 일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의 특징을 보면 거의 프리랜서나 자유계약을 중심으로 하거나 혁신적인 스타트업이라는 것이다. 


내 친구 중에 영국으로 대학원에 간 프리랜서가 있다. 그녀는 소프트웨어 개발기획쪽에서 일한 경력을 가진 친구였는데 자신의 오랜 꿈이었던 영국유학을 떠났다. 그녀는 그간 자신이 해 온 포트폴리오와 주변 사람들의 인맥을 통해 영국 유학생활을 하면서 꾸준하게 프리랜서로 프로그램 기획을 했다. 한 건에 적게는 30~40만원을 받았고 프로젝트가 긴 경우는 300만원씩도 받았다. 그녀는 영국유학을 하면서 방학 때마다 프랑스와 스페인 등 유럽 곳곳을 여행 다니면서 프리랜서 일을 했다. 한 달에 300만원정도의 평균수익을 꾸준히 내면서 말이다. 


꼭 여행이 아니라도 좋다. 장소에 구애받지 않는 일을 하는 프리랜서라면 가고 싶었던 여행지에서 요청받은 작업을 해도 좋을 것이다. 나처럼 직접 움직이는 일이 많은 프리랜서라면 외부에 나간 김에 짧은 여행이나 맛집 한 곳 정도를 방문해 여가를 즐겨보는 것도 좋다. 그렇게 긴 시간이 아니라도 좋다. 짧게나마 업무를 하면서 함께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멀티타임스케줄을 짜보자. 분명 자신이 하는 일을 더 사랑하게 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위 글은 미래경제뉴스(http://www.mirae.news/news/articleList.html?sc_serial_code=SRN13)에 먼저 기고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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