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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Sep 28. 2022

구글 컴싸 Google

컴싸의 세상

컴싸. 아... 싫다. 줄임말이 싫다.

언젠가 어느 유명 연예인이 예능 프로그램에 나와서 자신의 어릴 적 미팅 이야기를 하는 걸 들었다.
호감이 있던 여학생이 음식을 주문하는데 '비냉 둘, 물냉 둘' 이렇게 말해서 듣자마자 정이 뚝 떨어졌다는 에피소드
세상엔 나랑 똑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있군 티브이를 보던 나는 피식~ 웃었다.


컴퓨터 사이언스. 컴싸.

컴싸라고 말할 땐 뭐랄까 컴퓨터 사이언스를 조롱하는 기분이 든다. 나는.

조목조목 설명할 수 없지만 그냥 내 기분이 그렇다.

그런데 하도 다들 컴싸 컴싸 컴싸 그렇게 말하니까 이런 세상의 한 복판에 서서 나 혼자

컴퓨우러얼 싸이어언ㅅ 요렇게 느긋하게 말하기도 뭣하지 않은가 말이다. 적당히 분위기를 봐서 단어 전체를 말하던가 아니면 입을 닫는다. 컴싸라고 말하기가 싫어서.




샌프란시스코에 다녀온 아들 녀석이 커피를 한 모금 호로록 들이키며 말했다.

(고교동창+구글에서 일하는+학부전공 컴싸+학부랭킹 비슷했던 친구를 만나고 돌아온)


역시 컴싸였나

요즘 한국 정세에 가슴을 치고 통탄을 하는 중인 나는 처음엔 컴싸를 '검사'로 알아듣고

검사? 검사가 왜?라고 대답했다. 아이는 웃으며 아니, 검사가 아니라 컴싸. 컴퓨터 사이언스 말이야. 그랬다.

그래서 또 물었다. 왜? 부럽고 후회돼?

아이는 내 질문에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만 구글 본사가 얼마나 멋졌는지, 그리도 유명하다는 직원식당(?)이 얼마나 대단했는지 (중식, 일식, 지중해식, 남미식, 북미식, 유럽식 등등등 없는 게 없더라며) 같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해 주었다. 중간중간 사진도 보여주면서.




이 아이가 대학에 갈 무렵에 이미 컴싸가 대세였던 것은 사실이다. 우리도 모르는 바는 아니었다.

모두들 불나방처럼 컴싸! 컴싸! 컴싸! 하면서 뛰어들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보면 뛰어든 사람들은 지금 호황이다.

아마도 아이는 그것을 실제로 보고 느끼고 돌아온 듯했다.


벌써 나랑 연봉 차이가 두 배 이상이잖아

연봉 차이가 곧 세 배가 되고 네 배가 되고 그러다 보면 10년 후엔 비교할 수도 없는 자산 차이가 날 거라며 깊은 한숨도 휴우~ 하고 쉬는 것을 들었다. 심지어 그쪽 직업군은 은퇴도 빠르고 그 말은 띵까띵까 놀 수 있는 많은 날이 노후에 남는다면서.

어린 내 아이가 언제 이렇게 자라서 내 앞에 앉아 연봉 이야기를 하고 자산 이야기를 하고 은퇴 이야기를 하고 있을까 싶은 마음에 좀 멍하게 가만히 듣고만 있었다.

나는 이미 이 이 아이에게 거의 모든 면에서 뒤처졌다는 것을 안다.

엄마 생각엔.. 이게 맞아. 라든가 엄마가 보기엔 이쪽이야... 라든가 여기로 가야 해, 저기가 유망해 등등

하나도 조언을 해 줄 능력도 자료도 지식도 정보도 부족하다.

여긴 나에게 익숙한 내 나라 국내도 아니다. 하긴, 내 나라도 이젠 내게 익숙하지 않다.


구글. Google. 폰트랑 디자인이 좋구나


내 앞에 놓여있던 구글 머그에 담긴 조금 식어빠진 커피를 마저 호로록 마시고 몇 마디만 했다. 

나는 많은 말을 하지는 않았다.

엄마 생각엔

너는 아직 직업이라 말할 어떤 단계에 접어들지 않았다. 조바심 금물.

4차 산업혁명의 시대가 지금이라면 5차 혁명도 곧 오지.

생각보다 예상보다 인간이 너무 오래 사는 시대가 왔다. 주어진 긴긴 시간을 무엇으로 채울까 가 꽤 중요

주어진 시간이 길다면- 해도 해도 질리고 짜증 나지 않을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중요

주어진 시간이 불행하게도 짧다면- 좋아하고 하고 싶은 일을 하기에도 부족, 후회나 억울함을 줄이기를


많은 말을 하지 않았다고 생각했는데

써놓고 보니 말을 많이 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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