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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푸른밤 Jan 03. 2024

See you down the road

언젠간 만나

연말에 네바다 Nevada, 유타 Utah 그리고 와이오밍 Wyoming에 다녀왔다.

캘리포니아도 갔었다. 거기서 동쪽으로 오다 보니 저곳들을 지나가야만 했다.

쓰고 보니 꼭 울산, 부산, 대구를 다녀왔다고 쓴 것 같지만 저 넓디넓은 '주들 States' 면적을 합치면

도대체 얼마던가. 계산해보고 싶은 생각도 들지 않는다.

시속 75마일(시속 120킬로미터)로 달리는 차 안에서 5시간 꿀잠을 자고 일어나도 잠들기 직전 달리던 '광야'를 그대로 달리고 있는.

데자뷰.


달려라 역마차야




나는 이번 여정동안 어서 빨리 내 집으로 돌아가서 따뜻한 물에 샤워를 하고 깨끗하게 정돈하고 나왔던 내 포근한 침대로 들어가서 '아아~' 하며 눕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다.

타향에 있다가도 왠지 고향으로 돌아가야 할 것만 같은 그런 시즌. 연말연시에 나는 왜 집에서 나와 타향을

전전하고 달리고 있는가. 이런 생각도 많이 했다.

하지만 집이 간절했던 동시에 내 마음 한구석에는 달려도 달려도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 위에서 벗어나거나 멈추고 싶지 않다는 이상한 '오기' 같은 것도 있었다.

설명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집에 도착하면 몇 년 전 봤던 영화 '노마드랜드Nomadland'를 꼭 다시 집중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네바다, 유타, 와이오밍, 아이다호, 뉴멕시코 주변을 달리다 보면 언제나 저 영화가 생각난다.

어디선가 여주인공(펀)과 그녀의 밴(뱅가드)을 마주칠 수 있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역마차로 어떻게 저 산을 넘었을까


노마드랜드. 이 영화를 처음 본 건 코로나가 한창 기승을 부리고 있을 때였다.

우리는 이 영화를 식구 전체가 다 같이 모여서 거실에서 봤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코로나를 그리 벌벌 떨며 무서워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지만 사람은 망각의 동물.

그땐 무서웠다. 건강하게 살아남아 다 같이 모여 영화도 볼 수 있구나 라며 하늘에 감사드렸었다.


영화 중간에 I'll see you down the road. 대사를 들었다. 듣자마자 멋지다고 생각했다.

이 말 너무 멋지다. 그런데 정확히 무슨 뜻이야?라는 내 질문에 아이가 나에게 최선을 다해서 설명해 주었다.


언제 어디서 만날지는 정해진 게 없어. 하지만 어쨌거나 만나긴 만날 것 같다는,
혹은 만나자는 바람... 그럴 때.

이번 여정에서 유타를 달릴 때였던가 네바다였던가.

혼잣말로 저 대사를 조용히 말해봤다. 해가 지는 광야를 바라보며. See you down the road...

운전을 하느라 못 들었을 거라 생각했던 남편이 내 혼잣말을 들었나 보다.

그가 나를 힐끗 쳐다보며 이렇게 말했다. "우린 같이 있잖아. 같이 있는데"


남편의 말이 멋지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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