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간다
세상에 많고 많은 게 과자다.
별별 나라의 별별 과자들이 많이 있다.
할아버지도 드시고 손자도 먹는 그런 과자들이 나라마다 존재한다.
시대가 바뀌고 어린 세대들의 입맛이 달라져도 끊임없이 판매되는 예스러운 과자들은 여전히 살아남아
지금도 마트에 가면 당당하게 팔리는 과자들이 있다.
지난주 토요일 오후엔 내 마음이 조금 붕~ 떠 있었다.
한 시간 십 분을 남쪽으로 운전해 내려가서 '재외국민투표'에 동참하고 투표장을 나오니 왠지 마음속 어딘가에서
희망 같은 보들보들한 마음이 퐁퐁 솟아 올라왔다.
나와 남편이 투표를 무사히 마쳤다는 것이 기분 좋았다.
3년 전에도 똑같은 곳에서 투표를 했었는데.
여하튼. 뭐. 결국엔. 이렇게 되었잖아.
투표를 마친 후 다시 집을 향해 1시간 이상을 달려 가려하니 뭔가 밋밋하고 심심해서
거기서 가까운 곳에 있는 한국마트에 갔다.
새우깡 두 봉지를 구입하느라 2만 2천 원을 썼다.
(검색을 해보니 새우깡 400 그램짜리를 한국 이마트몰에서 구입하면 4580 원이랜다)
나는 같은 중량의 새우깡을 $7.99에 구입했다.
원화로 바꿔보니 1만 969원.
지난 평생(?) 내 입맛에 익숙했던 일반 새우깡을 한 봉지 샀고 매운맛 새우깡도 한 봉지를 샀다.
그렇다. 나는 무려 새우깡 두 봉지를 구입하느라 2만 2천 원가량을 지출했던 것이다.
이런 식의 충동적인 지출은 나에게 있어서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 일이지만.
절대로!!! 일어나지 않는 일은 세상에 없는 법.
투표 후 솟아나는 희망 비스무레한 보들보들한 마음에
투표소와 가까웠던 한인마트
그리고 내 옆에서 새우깡을 사자, 매운맛도 사자, 두 개 다 사보자라고 나를 졸졸 따라다니면서 조르는 남편 때문에
나는 새우깡을 2만 2천 원어치 구입했다.
일주일 뒤. 다 같이 옹기종기 모여서
커어~다란 봉지의 두 가지 맛 새우깡을 펼쳐놓고 와작와작 아작아작 씹으면서 개표방송을 하하 호호 웃으면서 느긋하게 보려고 했는데.
오랜만에 새우깡 봉지를 보니 참지 못하고 조금 맛만 보자고 뜯었던 것이 화근이었을까.
손이 가요 손이 가. 멈추질 않는다.
커어~다란 봉지에 담긴 새우깡이 휙휙 줄어들어 과연 이게 일주일이나 버틸 수 있을까 의심된다.
아껴 먹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