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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페티 Nov 26. 2021

어느날,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모든 해답은 나에게, 나로부터.

어릴 적부터 나 자신에 대한 선택을 하는 게 어려웠다. 나는 어떤 사람인가, 무엇을 좋아하는가에 대한 질문은 사춘기가 옴과 동시에 시작되어 아마 평생의 숙제 같은 질문이라고 생각이 든다. 지금 역시도 아이를 낳고 키우고 흔히 생각하는 '어른'의 모습에 가까워진 생활이지만 여전히 나의 마음속 고민들은 사춘기에 머물러있는 듯하다. 좋은 엄마가 되고 싶은 것도, 직장에서도 더 인정받고 싶은 욕구도 무언가 증명해내지 않으면 모두 나를 싫어하고 욕 할 것 같은 두려움에 시작되는 나의 욕망인 것 같다. 사실 좋은 엄마의 기준은 결국 내 아이가 어떻게 느끼는가 일 텐데...


아이에게 온종일 시간을 쏟는 부모, 좋은 브랜드의 물건을 많이 사주는 부모, 함께 항상 여행을 다니는 부모 매일 손수 만든 요리를 해주는 엄마 등.. 좋은 엄마라고 생각되는 나의 기준은 내가 해줄 수 없는 것 일수록 더 대단해 보이고 좋아 보였다. 아이에게도 나에게도 결국 가장 좋은 건 함께 있는 현재에 집중하는 것일 텐데..


요즘 들어 해결할 수 없는 상황들에 대한 불만을 계속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복직하면서 아이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길어 마음이 쓰였기에,  

대표님과 상의하여 근무시간도 단축하게 되었다. (8시 출근- 4시 퇴근)


칼퇴조차 어려운 워킹맘들에게 더없이 좋은 조건이고.. 어쩐지 나는 잘된 일인 건 알지만 마음속 우울감이 계속 차올랐다. 근무시간만 결국 줄어들었지, 나는 집에 가서 쉬지를  못해.. 이러니 저러니 나의 힘듦은 똑같아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또, 이렇게 근무시간이 조정되려면 내가 하는 일에 중요도도 낮아질 테고 원래 하던 디자인일은 더더욱 아득히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디자이너로서 복직을 했지만, 원래 하던 일과는 현재 하고 있는 업무는 결과물의 방향이 너무도 달랐기에.

남편에게 불평불만을 하며 엉엉 운날도 있었다.  며칠을 우울한 상태로 지나다가 다시 한번 나를 되돌아보니 정말 난 부정적인 감정들에만 집중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마음을 바꾸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상담을 받고 싶지만 시간이나 비용이 부담이었고, 다시 우울증이 재발한 건가? 싶어 정신과 진료를 다시 받아볼까 했지만 그 정도는 또 아닌 것 같고.. 여러 고민이 되었다.



"문득 삶에 지친다는 느낌이 든 적 있다면, 열심히 살고 있는데 행복하지 않다면, 지금 가고 있는 길이 맞는지 확신이 없다면, 이유를 알 수 없는 우울감이나 무력감에 난데없이 눈물이 흘러내릴 때가 있다면, 이 책은 당신을 위한 책일 수 있다._프롤로그 중에서"



완전 나를 칭하는 것 같아 '어느 날 갑자기 마음이 불행하다고 말했다 -손미나 에세이 '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고서 행복해지거나 당장 돌파구를 찾은 건 아니지만, 나 자신을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


몸, 정신, 마음 세 가지 관점에서 나를 생각해봤을 때 나 역시 작가님처럼 정신이 앞서 해야 하는 일,

하면 안 되는 일, 남들의 기준과 시선에만 몰두하느라 지금 나의 몸은 어떤 상태인지, 나의 마음은 어떤지 돌보지 않고 내가 생각하는 나의 이상적인 모습, 내가 되고자 하는 나의 모습들을 생각하느라 현실 속에 정신이 살고 있지 않으니.. 현재의 나의 몸,내가 이루어낸 것들, 잘해나가고 있는 것들에 대해서는 돌아보지 않았다는 걸 느꼈다. 늘 초조하고 불만족스럽고, 내가 생각한 이상과 내가 다르니 결국 우울함이 따랐던 것 같다.


그런 의미로 오늘 아침엔 맥드라이브 퀘스트를 깼다.

운전을 하게 된다면 혼자 맥드라이브를 이용하는 게 나의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다.

맥드라이브를 성공하고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출근하는 길에 지금 내가 이루어낸 것들에 대해 생각했다.


1. 아이를 일 년간 무사히 잘 키워내고 있다.

2. 운전에 대한 공포심을 이겨내고, 무사히 혼자 출퇴근 중이다.

3. 나에게 유리한 조건에서 경력을 이어나가고 있다.


대단한 성과는 아니어도 이렇게 나를 스스로 칭찬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웠고,

그동안 방치해둔 나의 몸 또한  더 가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좋은 엄마도, 좋은 인간인 나도 결국엔 내가 나를 돌봐야지 만 가능하다. 언제나 모두가 말하는 진리이지만, 왜 항상 잊고 지내게 되는 걸까?


내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다. 아이를 떠나서 나의 삶에 있어서 내가 가장 나를 사랑하고 아껴주어야 한다.

오늘은 아침부터 맥모닝으로 기름지게 시작했지만, 몸을 챙겨주는 의미로 점심을 샐러드를 먹어줘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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