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층간소음
어떤 정신 나간 사람이 전셋집을 한 달도 안 돼서 옮기나? 그게 바로 나다… (으아악 흑흑)
얼마 전에 이사를 했다.
제정신 아닌 전세 시국에 적은 예산에 넓은 집을 꿈꾸며 집을 알아보던 중, 친가 가족과 가까운 빌라 2층에 집을 계약했다. 쓰리룸에 더없이 착한 가격이라 솔깃할만한 조건이였다 ㅠㅠ
아래층에 식당이 있었지만, 이전 집에서도 일층엔 상가여서 이렇게까지 많은 소음이 발생할지 몰랐다.
이전 상가에는 그도 그럴 것이 커피 로스팅하는 비교적 조용한 공간과 탑층이었기 때문이다.
한편에는 이사할 집 아래에 식당이 있으니
‘아, 시끄러울 것 같은데.. ‘ 하는 걱정이 내내 있었기에 귀가 더 빨리 트인 것 같기도 하다.
이사한 첫날 저녁부터 의자 끄는 소리, 식당 테이블 벨 호출 소리가 그대로 우리 집에 들려오기 시작했다. 헉 망했다 라는 생각이 계속 들었다.
식당의 운영시간은 오후 5- 11시 까지.
마감을 하는 한 시간 동안에는 의자 소리와 설거지하며 싱크대 탕탕 터는 소리 음악소리의 강도가 더해진다. 거기다가 장사하는 동안에는 주방과 화장실 창문에 환기시스템이 붙여져 있어서 후두 소리가 계~속 들린다.
우리는 아이가 어리기 때문에 오후 9시부터는 조용하기 때문에 이런 소음들이 더 잘 들어오는 것 같다.
그 소리들에 맞춰서 심장이 두근거리기 시작하고, 어느새 조금 큰 소음이 들려오면 녹음기부터 켜고 있는 날 발견했다.
내가 생각해도 어이없는 이 선택. 이사한 지 얼마나 되었다고 또 이사인가 … 이런 상황에 대해 다른 가족들, 그리고 집주인 등 내가 예민한 사람으로 취급되는 게 억울해서 소음들에 대해 증명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ㅠ ㅠ 혹시 모를 분쟁에 대비하기 위함도 있다.
아랫집 소음만 있어도 충분히 괴로운데 윗집에는 집주인이 산다. 윗집의 발 망치 소음 + 티브이 소음도 장난이 아니다. 윗집의 티브이 소리가 한층 아래 현관문에서도 다 울릴 정도라면 내가 예민한 것이 아닐 거다.
이삿짐 풀고 이틀 뒤 바로 코로나에 걸려서
열이 40도가 넘게 나고 너무 아픈 상태였다.
가뜩이나 잠들기 어렵고, 아이도 남편도 차례대로 걸렸는데 아이는 18개월이라 엄마 껌딱지 시기라
제대로 쉴 수 조차 없어서 밤에 아이가 잠들고 나서 나도 자려고 하는 순간,
쿵 쿵 쿵!
윗집에서 소음이 벽을 타고 건물에 울리기 시작했다…. 시간은 밤 10시가 넘었는데 ㅠㅠ.. 집주인 세대니까 아무래도 어려워서 참다가 귀가 어두운 신랑조차 이건 좀 아닌 거 같다고 해서 공손하게 문자를 보냈다.
문자를 보내자마자 진동 소리가 들렸다.
소름이 돋았다. 헉. 이 정도라니. 신랑과 동시에 눈을 맞추며 놀랬다.
위층에서 특별히 시끄럽게 구는 것인지 건물 탓인지는 여전히 헷갈리긴 하지만.. 진동소리까지 들려오는 걸 보면 건물구조 탓이 크겠지..
다음날 집주인은 전화로 내게 따져 물었다.
-내 집에서 내가 숨죽여 살아야 해요?
- 내가 일 끝나고 오는 시간이 밤 11시 이훈데 어떡하라고.
- 이전에 어디 살았어요? 다른 세입자들은 한마디도 안 했어요.
- 아이가 잠을 못 자요? 그럼 단독주택 가세요
우리는 숨죽여 살아달라는 게 아니었는데 격하게 전화로 따져 묻는 집주인에게 마음이 상했다.
어려운걸 바란 게 아니라 상식적으로 늦은 시간대에 소리가 계속 들려와서 조심해달라는 거였고, 세입자가 집주인분에게 문자 보내기까지 쉬운 결정 아니고 참다가 보낸 거였다며.. 늦은 시간에만 조심해 달라고 차분하게 말을해도 돌아오는 대답은 숨죽여서 살고 싶지 않으니 주택 가서 살아라! 언성이 높아진 상태로 통화가 끊겼다.
그 외에도 나이가 있으셔서 그런가
새벽 3-4시 쯤부터 발걸음소리가 또 시작된다ㅠㅠ
살면서 이렇게까지 집안에서 소음으로 괴로움을 겪어본 적이 없다. 이 집에 들어와서 산지 한 달도 안 되었는데 나는 벌써 가슴이 두근거리고 저녁시간이 무섭다. 시계를 보면 아 마감시간이네 또 시끄럽겠네, 소리가 들려오면 아 역시나.. 이러고 있다.
나도 사람이기 때문에 돈과 이사에 들어가는 절차가 너무 아깝고 번거롭게 느껴져서 수십 번 고민이 된다.
오후 시간에 출근해서 늦은 시간 들어오는 남편은
소음에도 둔하니 나만 참으면 되는 거 같은데.
계속 예민한 나 자신에 대한 자괴감으로 이어지다가 신랑한테 미안해지다가.. 다시 또 소리가 들려오면 우울해진다..
상의 끝에 집을 다시 내놓기로 했다.
부동산에서는 다행히 돈을 받지 않고 도와주시겠다고 했다. 집은 잘 나갈 것 같다고 하니 그나마 마음은 편하지만, 발생할 이사비용과 대출 상환금 이자를 날리는 게 너무 속상하고, 이다음 집에서는 소음이 없어야 할 텐데 사실상 가능할지도 모르겠다.
나 같은 사례가 있을까?
층간소음은 참 힘들다.
겪지 않은 사람들이 참아보라는 말들도 화가 난다.
내일모레 집을 보러가기로 했다.
이번엔 진짜 꼼꼼하게 살펴봐야지..
잘하는 짓인지 오락가락 하다..
태어나 처음으로 오늘 귀마개를 사봤다.
어색하고 자꾸만 삐져나오는 귀마개를 재정비하며
내 심장소리를 간만에 들어본다.
오늘밤은 고요하게 잠들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