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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페티 Feb 14. 2023

어느 날 갑자기 어린이집이 팔렸다.

워킹독박맘은운다



제목 그대로 어린이집이 하루아침에 팔렸다.

원장은 가격이 떨어질까 봐 선생님들께 입단속을 시켰다. 아이들이 먼저 나가버리면 돈을 많이 못 받아서 그렇다고 한다.


아이는 올해 네 살이다. 일 년만 더 다니면 유치원으로 옮겨야 하는 상황인데 채 일 년도 채우지 못하고 환경이 바뀌니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지 걱정이다.


어린이집은 대체로 평화롭게 잘 다니고 있었는데 작년부터 조금씩 불만이 생기기 시작했다.


운영이 어려운지 기존에 운영하던 등하원 차량도 갑자기 일방적으로 차를 팔아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 않으면 어린이집 운영이 힘들어져서 아기가 졸업하지 못하고 문을 닫아야 한다고 하니 항의하기도 난감했다.


그 때문에 차로 10분 거리를 등하원 시켜야 하는데 어린이집은 문을 8시에 열지만 회사까지는 한 시간이 걸려서 매일매일이 조마조마 한 출근길이었다.


애초에 차량 운행을 하지 않았으면 다니지 않았을 곳인데 그렇게 큰 문제를 통보할 때부터 예상했어야 하는데..


또 어느 날은 팔이 빠졌다고 전화가 와서 황급하게 조퇴를 하고 정형외과에 다녀온 적도 있다. 그 이후로도 손을 씻기다가 손목을 아이가 아파한다고 전화가 온 적도 있다.


시시티브이 확인도 정당한 내 권리이지만 보여달라고 요청하는 순간 선생님과의 관계가 살짝 어색해진다. 서로를 이해하고 믿어야 하지만 아이가 다치면, 머릿속에 어린이집 학대 사건들이 머릿속에 나도 모르게 쓱 재생된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 확인은 다 했다.)


이런저런 사건들이 있었지만 갑작스럽게 오늘 어린이집이 팔렸고, 선생님들도 원장과 생각이 맞지 않아 다 퇴사를 해서 바뀐다고 얘기를 들었다.


하루아침에 아이 맡길 곳을 알아봐야 하는 상황이 생기니 너무 당황스럽다.  아이 담임선생님은 원장선생님과의 불화를 개인 카톡으로 풀어낸다. 혼란스럽다. 내가 그동안 좋지 못한곳에 아이를 보내고 있었나? 마음이 불안해진다.


엄마들은 알겠지만 어린이집 상담을 하고, 자리가 있다면 적어도 일주일은 아이가 잘 적응하기 위한 적응기간을 가져야 한다.


1월 초 겨울방학 5일 + 아이 감기 3일 ..

벌써 연차는 절반을 사용했다.


남은 연차도  어린이집 문제로 2월 안에 연차를 다 소진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드니 자연스레 또다시 나는 퇴사를 고민한다.


모두가 부모의 도움을 받으며 아이를 키우는 것이 아닌데.. 맞벌이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 건 정말 쉽지 않은 것 같다..


어린이집의 수익구조에 대해서 알 수는 없지만

다니던 곳이 팔리는 건 전혀 예상밖에 일이다.


최근에 국민연금 문제도 그렇고 항상 저출산에 대한 얘기로 정책을 바꾼다, 부모월급을 지원 해준다 하지만 아이를 낳고 나서 일을 하며 키우기가 정말 힘들다 보니까 둘째에 대한 생각은 자연스럽게 포기, 아니 엄두가 안 난다.


내일부터는 어린이집 자리가 있는지 전화를 돌려보고 상담도 다니고.. 아이 적응도 시키고.. 여러모로 바빠질 것 같다.


자세한 사정은 알지 못하지만 적어도 두 달 전에는 어린이집을 정리하고 있다고, 대응할 수 있게 해 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마음이 무거운 밤이다.  이제와서 화를 낼수도 없는 노릇이다.


엄마로 살면서 아이와 나의 일 둘 다 잘하려고 노력해왔는데 조금 무기력해지는 하루다.


치킨을 먹고 기운 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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