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련 맞은 나를 원망할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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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이제 그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서글픈 사실을 말입니다.
그에게 내 맘을 풀어놓기 전에
이미 예상했던 일입니다.
그리움으로 지샐 밤들을
더 이상 감당하지 못하고
내 안에 가득 찬 감정들을
적절히 자제하지 못하고
그의 진심을 묻자고
그를 붙들어 세운
어리석었던 나를 탓합니다.
그와는 이제 끝이라는 절망을
그때에 조금이라도
차분히 상상해 봤더라면
그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았을 테고
지금의 절망이 조금은 덜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르겠습니다.
누구를 탓하겠습니까.
더 이상의 인내심을 발휘하지 못한
미련 맞은 나를 원망할 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