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안 할 거야?”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이유는 많습니다. 사실 저는 결혼 상대자로서 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급여나 직장 수준도 그리 좋지 못합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결혼은 점점 멀게 느껴집니다.
사람들은 저를 40대라고 부릅니다. 하지만 저는 만 39세인 남성 직장인입니다. 이 나이가 되면 꼭 듣게 되는 질문이 하나 있습니다. 얼마나 자주 들었는지, 이제는 상대의 표정만 봐도 그 질문이 나올 걸 예감할 정도입니다. 그리고 그 예감은 한 번도 빗나간 적이 없습니다.
“결혼 안 할 거야?”
네, 저는 아직 미혼입니다. 왜 그렇게 남의 결혼에 관심이 많을까요? 특히 회사 사람들에게 이 말을 들을 때면 짜증이 치솟습니다. 차라리 ‘일 못한다’는 말을 듣는 게 더 고마울 정도입니다. 이런 이유로 저는 남의 이야기를 지나치게 좋아하는 회사 문화가 불편합니다.
아무튼 “결혼 안 할 거야?”라는 질문에 대해 답하자면 이유는 많습니다. 하지만 이 질문이 왜 늘 따라붙는지는 여전히 궁금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새로운 만남이 조심스러워집니다. 특히 저와 비슷한 나이대의 사람을 만나면 자연스레 결혼을 전제로 생각하게 됩니다. 30대 초반에는 이런 고민이 없었습니다. 마음에 들면 만나고, 그렇지 않으면 각자 갈 길을 가는 단순한 선택이었으니까요.
40대의 연애, 아니 만 39세의 연애는 결혼을 염두에 두고 시작하다 보니 왠지 모르게 더 딱딱하고 무거워집니다. 상상대도 비슷한 태도를 보입니다. 서로 신중하고 까다롭게 고민하다가 “아니다”라는 판단이 서면 더 나이 들기 전에 다른 상대를 찾아 나서게 되는 거죠.
솔직히 말하자면, 제 결혼이 늦어지는 데에는 자존심 상하는 이유도 있습니다. 사실 저는 결혼 상대자로서 조건이 좋지 않습니다. 20대 후반에 크고 작은 사업을 했고, 상황이 나빠지면서 결국 취업을 선택했습니다. 친구들과 비교하면 직장 생활을 시작한 시점이 많이 늦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현재 급여나 직장 수준도 그리 좋지 못합니다.
사장은 툭하면 회사 재정 상황이 어렵다며 경각심을 가지라는 말을 자주 합니다. 이런 회사에서 결혼을 어떻게 생각할 수 있을까요? 만약 이 회사를 다니며 결혼했다가 회사에서 짤리거나 회사가 망하면 제 인생은 큰일 날 겁니다.
사장과 제 나이 차이는 고작 세 살입니다. 그는 딸이 초등학교에 다닌다며 “언제 결혼하고 언제 아이를 낳아 학교에 보낼 거냐”라고 잔소리합니다. 제 상황은 전혀 모르는 듯 듣기 거북한 말만 반복하는 사장이 밉습니다. 그렇게 결혼을 독촉하려면 승진이라도 시켜주든지, 월급이라도 올려주든지 해야 하는 것 아닐까요? 직원 월급은 짜게 주면서 딸이 컸다고 외제 SUV로 바꾼 사장은 정말 최악입니다.
이런 상황이다 보니 결혼은 점점 멀게 느껴집니다. 사람을 만나기가 점점 어려워지고요. 누군가를 만나더라도 정말 좋아해서 만난다기 보다 ‘결혼’ 하기 위해 만나는 것 같습니다. 결정적으로 저는 모아둔 돈도 없고 경제적 능력도 부족합니다.
호감을 가졌던 분들 대부분이 저보다 더 많이 벌고, 더 많은 것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여성 입장에서 남성이 자신보다 더 많이 벌길 기대하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할지도 모릅니다. 저를 두고 자존감이 낮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결혼에서 재정 능력은 중요한 요소라고 생각합니다. ‘사람만 괜찮으면 된다’는 말은 믿지 않습니다. 결혼 생활은 결국 현실과 마주해야 하고, 재정적 기반이 없다면 관계에도 균열이 생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계속되는 결혼 질문이 불쾌하기도 하지만, 이제는 그 질문을 피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됐습니다. “안 할 거야?”라는 질문에 저는 이렇게 답하려 합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예요.”
이왕 늦어지고 멀어진 결혼. 이번 생은 인연이 없다 생각하고 혼자서 재미있게 살아보렵니다. 그러니 제발 결혼 이야기는 이제 그만해 주세요. 금전적으로 지원해 줄 것도 아니면서, 왜 자꾸 묻는 건가요?
*이 글에 나오는 회사, 직책, 업무 등은 사연 내용을 재구성하여 만들었습니다.
*실제와 같은 경우가 있더라도 이는 우연에 의한 것임을 밝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