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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Feb 19. 2022

요즘 직딩 라이프

올해가 정확히 사회생활한지 10년이 되는 해이다. 나는 2012년 상반기 입사였지만 그래도 영국 오고 학교 마치고 하느라 몇 년 공백이 있으니 풀로 10년 근무는 아직 안 했다. 여전히 회사에 다니고 있는 입사 동기들과 남아있는 카톡방이 두세 개 정도 있는데, 10년 차 정도 되니 과장을 단 사람도 있고 진급이 누락돼서 대리나 사원인 사람도 있다. 대부분은 가정을 이루었고 카톡에는 이제 죄다 아기들 사진이다. 나보다 5기수 위였던 사수 P는 맨날 회사 임원하겠다고 동네방네 말하고 다녔는데 이제 그 의지가 꺾였는지 워라벨에 집중을 하는듯하다. 임원보다 워라벨로 바뀐듯해서 엄청 반전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동기들 중에 내가 가장 어렸기 때문에 이제 40을 바라보는 동기들도 제법 있는데 요즘에는 이따금씩 노후 대비를 얘기한다. 아니 벌써 그런 얘기를 하나? 싶다가도 지난 10년이 순삭 된 것을 보면 이제부터 정말 해야 하나 싶기도 하다. 전문직을 준비하다가 안된 사람들은 이제 거의 접은 듯하고, 기술사 준비를 하기도 하고, 혹 누군가는 직업적 성취는 제쳐두고 재테크만 열심히 하기도 한다. 분명 학교를 졸업한 지 한참 됐는데 아직도 사람들이 도서관과 스터디 카페를 다니는 것을 보니 진짜 평생 공부하는 것 같은 현타를 느끼게 했다. 한국 지인들과 대화를 하다 보니 각성하고 (그만 놀고?) 나의 커리어 패스를 생각해 볼 시기가 오는 것 같기도 하다.


영국은 회계연도가 끝나는 기준이 3월이기 때문에, 보통 그 직전 즈음 이직을 많이 한다. 미국은 모르겠지만 같은 영연방인 캐나다나 호주로도 가는 직장을 옮겨 사람도 간혹 있는데 그런 걸 보면 영어를 사용한다는 것 자체가 전 세계 구직시장에서 참 이점이 크구나 싶다. 그래서 요즘 퇴사하는 사람도, 새로 들어오는 사람도 부쩍 많아졌다. 여전히 엔지니어링 대부분의 분야에서는 사람이 부족하고, 때문에 주변 사람 추천하라고 계속 말은 하는데 (추천해서 채용될 경우 £1-2,000 가량을 추천인에게 보너스로 준다), 돈에 조금 혹 하다가도 사실 내가 이 사람의 프로페셔널함을 ‘증명’하고 ‘보증’하는 셈이니 마구잡이로 추천하기도 참 뭐 하다는 생각이 든다.


우리가 소속되어 있는 잉글랜드 북쪽의 science park라고 불리는 곳에는 전 세계 엔지니어링 회사 지사들이 모여있는데, 아무래도 인력이 부족하다 보니 서로 돌고 도는 느낌이 많다. 물론 대부분 돈에 따라 이동한다. 프랑스 회사는 정말 어마어마한 워라벨을 자랑하는 것 같은데 (이를테면 여름휴가가 한 달이라든지), 거기로 가는 사람은 그러고 보니 없는 듯하고 (왜일까?), 미국 회사는 주변 경쟁사 대비 10-20% 돈을 턱턱 얹어주며 인력을 쫙쫙 흡수해가는데 업무가 고되다는 평이 있다 (이들의 고됨의 역치가 낮긴 하다). 영국 회사는 연봉이 경쟁사 대비 좀 적은 편이고, 한국 회사도 있는데 전형적인 한국 조직 문화 스타일을 이 동네에 주입하려해서 은근 반발이(?) 있는 것 같기도 하다. 그러고 보면 회사가 각 나라의 속성을 보여주는 것 같다. 이 속에서 인력이 돌고 돌고, 사람이 부족하다가, 결국 최근에는 인도 지사를 통해 리소스를 조금씩 받기 시작했는데, 이것도 결국 영어로 소통이 되는 곳 중 인건비가 저렴한 나라를 활용하는 것이다. 영국에 살면서 오히려 영국의 ‘효용성’에 대해 더 많이 깨닫는 다고나 할까, 언어는 점수로 매기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경쟁력 혹은 블루오션을 선점하기 위해 갖추는 무기라는 생각이 특히나 많이 드는 요즘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두 개의 범용 언어 능력과, 더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혹은 내가 잘 하는 특정 분야가 있으면 요즘 시대에 금상첨화가 아닌가 싶다. 사회와 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제너럴 리스트나 스페셜리스트보다는 제너럴 스페셜리스트를 요구하는 느낌이다. 오롯이 한 분야에만 특화되어있다면 그것은 대체되기 싶기 때문에 ‘스페셜’에 더해서 ‘제너럴’이 요구된다. 제너럴한 경험/능력치 중에 세상이 어떤걸 갑자기 하나 요구하면, 그걸 다시금 스페셜로 확장할 수 도 있으니 좀 더 능동적인 느낌이랄까. 그래서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 내 커리어 패스를 어떻게 꾸려 나갈지에 대해 생각해 보니 머리가 아프네. 일단 영어라도 좀 더 잘하자…조리 있게 말하고 싶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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