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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Feb 19. 2022

오랜만의 출근 로그

오랜만에 대면 미팅이 있어 사무실에 나갔다. 업무 형태가 하이브리드로 정착이 되었고 나는 주로 집에서 일을 하며, 대면 미팅이나 행사 교육이 있을 경우 간헐적으로 출근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하루 출근을 했는데 그게 아주 외딴 바닷가 근처 호텔에서 워크샵을 하는 것이라 비좁고 꼬불꼬불한 시골길을 잔뜩 쫄아서 운전하며 찾아가느라 아주 애먹었었다 (풍경이 아주 기가 막혔는데 사진도 못 찍었다ㅠ). 다행히 이번 달에는 사무실에서 대면 미팅이 두 번 있어 사무실로 나갔는데 오랜만에 아침에 출근하려니 바쁜데, 역시나 비도 추적추적 오니 뭔가 좀 더 피곤한 기분이 들었다 (꼭, 낮에 개더라도 아침에는 비가 자주 온다ㅡㅡ).


보통 오프라인 미팅이 있으면 웬만하면 팀즈(TEAMS)로 동시에 진행해 준다. 못 오는 사람들도 팀즈로 다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에 상황에 맞게 자기가 오프라인/온라인 참석을 정하면 된다. 미팅뿐 아니라 일 전반에 있어서도, 팀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긴 하지만 강제로 너 나와라 어째라 하지 않고 자율적으로 자기 일과 상황에 맞게 유연하게 일하고 있다. 이게 포스트 코로나의 모습일까. Flexible working이라는 것이 이제는 단순하게 시간뿐 아니라 공간에도 맞게 잘 적용된다고 느꼈다. 나가고 싶을 때 나가고 집에 가고 싶을 때 가면 되니, 회사라는 압박을 주는 이름보다는 내 일을 하러 가는 공간으로서의 느낌이 훨씬 크다. 이렇게 자율성을 주니 오히려 책임감이 더 많이 생긴다. 나의 경우 휴가 때 놓친 것도 있고 프로젝트 초반에 내가 하는 부분을 정리하고 셋업 해야 해서 이번주에 대면 회의에 나가게 되었다.


코로나 이후에 좌석 사이를 넓히고 개수를 줄였기 때문에 사실 어차피 모든 직원이 출근할 수 없어, 어떻게 보면 하이브리드를 당연히 적용할 수밖에 없는 시스템이다. 사무실 가기 전에 미리 어느 자리에 앉을 것인지 예약을 해놓고 가면 되는 사전예약제 시스템이기 때문에 사무실 밀도 관리가 가능하다. 아무래도 창가와 구석 쪽이 인기가 많고 월요일이나 금요일보다는 화요일, 수요일 목요일이 사람이 많고, 주로 이때 회의를 많이 잡는다. 다만 이번 주는 하프 텀이라서 휴가 간 사람이 많아 출근하는 사람도 거의 없고, 그래서 주차장도 텅텅 비고 그래서 그런지 조용한 도서관에 간 느낌이었다.


영국의 회사 건물들은 시내에 있는 곳을 제외하면 외곽에 complex처럼 유사 업종끼리 여러 개가 모여있다. 건물 높이가 높아봐야 2-3층이기 때문에 스카이라인이 아주 평평하다는 느낌을 받는다. 때문에 강남대로나 카나리와프같은 느낌보다는 고만고만한 스머프 마을 같다. 여담으로, 영국에 퍼져있는 이런 업무 단지들을 보면 근처에 산책로 겸 해서 작은 호수 같은 걸 하나씩 끼고 있다. 여느 영국의 호수들처럼, 호수에 백조나 오리 같은 동물들이 같이 서식하는데 동물들이 업무 단지 내부를 자유롭게 돌아다니기 때문에 조심해달라는 안내 메일이 종종 오기도 한다. 한 번은 백조 가족 6마리가 호수를 탈출하고 마실 나왔는지 차도에서 느긋하게 줄지어 산책하는 바람에 차들이 한 30분 못 움직였다.


어쨌든 미팅하러 간 김에 여분의 노트도 좀 챙겨오고, 사무실에서 정리할 일들도 좀 했다. 다만 아담한 홈 오피스에서 갑자기 넓은 사무실로 가니 뭔가 집중이 잘 안되는 느낌이라 미팅하고 반나절 정도 있다가 점심때 집에 와서 나머지 일을 했다.


컴퓨터 화면 보면서 팀즈 미팅을 하다가 대면 미팅을 갑자기 하려니, 사람들의 ‘감정’이나 ‘비언어적’ 표현이 의사소통에 이렇게나 컸나? 새삼스레 많이 깨달았다. 헤드셋만 끼고 대화하다 생귀로 들으니 영어도 더 클리어하게 또박또박 들리는 것도 큰 차이 중 하나다. 평상시에 알아듣기 힘든 말도 갑자기 잘 들리는 귀가 뚫리는 것 같은 신기한 경험을 좀 했다. 오래간만에 회사 가서 있으니 뭔가 리프레시가 된 기분이다. 매일 회사 출근할 때는 그렇게나 졸리고 가기 싫더니만 이렇게 가끔 심지어 자율적으로 왔다 갔다 하니까 솔직히 말해서 너무 좋다. 어떤 패턴과 루트가 내 능률을 가장 높이는 것인지 잘 파악을 해 볼 필요가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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