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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윗스윙 May 14. 2022

행복에 관해서

Feat.2022 세계 행복지수 리포트

올해 초 읽은 책 중 인상 깊었던 책 중의 하나가 에릭 와이너의 행복의 지도다. 저자가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각 나라의 행복의 기준이 무엇인지 경험하고 생각해 보며 비교해 놓은 책인데 나라마다 기준이 당연히 다를 것이라 생각은 했지만, 아 이런 것도 기준이 될 수 있구나! 무릎을 탁 치게 만든 책이었다. 최근 많이 이루어지는 행복에 대한 연구도 전 세계가 GDP와 경제성장률에 연연하는 와중에 부탄이라는 나라에서는 국민들의 행복이 중요하다는 발언을 하니 도대체 저긴 정체가 뭐야? 해서 시작된 것이라 한다. 책을 읽고 난 후, 내가 느낀 결론은 행복이라는 단어에 연연하고 집착하는 것이 되려 행복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작은 깨달음을 얻은 뭐 그런 책이었는데, 마침 2022년 옥스포드 대학교에서 세계 행복 순위를 발표했길래 이들은 어떻게 기준을 매기었나 호기심에 보고서를 훑어봤다. 2019-2021년 사이의 통계자료를, 그러니까 코로나 시국 때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삶의 질을 평가하기 위해 6가지 지표들을 선정해서 설문 조사한 뒤 이를 바탕으로 행복과의 상관성을 분석을 하였다고 한다. 6가지 지표는 GDP(경제), Social support (복지), Health (건강), Freedom (삶의 선택권), Corruption (부패), Generosity (너그러움)이다. 당연히 나는 영국과 한국에 발을 걸치고 있으므로 두 곳을 얼른 찾아봤는데, 영국은 17위 한국은 59위(헉!)에 랭크되어있다. 영국은 그 위아래 있는 주변국을 보면 서유럽 북유럽들, 고만고만 해서 이해가 갔는데, 한국은 그 위아래 있는 국가들이 그리스, 필리핀, 몰도바 (아, 이 국가 이름을 사실 최근에 처음 들어봤는데 에릭 와이너가 몰도바를 아무래도 거의 행복해질 수 없는, 영혼 없는 디스토피아적인 국가로 묘사해놨다) 인 게 엄청 충격이다. 경제 순위로는 상위권에, 최근에는 선진국 됐다고 G7이니 G8을 해주니 뭐니 말이 나오더만 그건 그거고 정작 사람들은 행복함을 느끼지 못하는 것인가?






어차피 행복의 기준은 나라마다도 다르지만 사람마다도 다르니 일단 나의 기준을 살펴보자면, 일단은 당연히 건강이 우선이고, 그다음이 개인의 자유가 높아야 한다 (는 것을 최근 몇 년 사이에 깨달았다). 다시 말하면 나의 삶을 내가 선택하고 결정할 수 있는 그런 권한이라고도 말할 수 있겠다. 그런 의미에서 방종이랑은 아주 다른 개념이다. 솔직히 말하면 자유라는 것을 한국 안에서 살 때는 잘 인지하지 못했는데, 영국에서 살면서 할 일 없을 때마다 내 성향은 왜 비판적이어 왔을까 (부정적?)라는 가끔 생각해 봤을 때 그 억눌린 자유에 대한 표출이었던 것은 아닐까? 싶었다. 한국 회사에서도 나를 가장 스트레스 받게 한 것이 업무적인 것보다도 퇴근시간이 보장이 안된다는 것이었는데, 퇴근 시간 보장이 안되니 개인 시간이 당연히 없어지고, 항상 피곤하고, 하루 중 절반 이상을 감시당한다는 그런 느낌이 있던 게 답답했던 것 같다 (요즘엔 안 그렇다고 하니 다행이긴 하지만, 불과 5-6년 전까지도 그러했다!) 반대로 영국에서는 (상대적으로) 굉장히 많은 걸 자율에 맡겨주니 처음엔 이러한 방목형 방식에 어떻게 할지를 모르다가, 이 자유를 어느 순간 내가 만끽하고 있는 것을 보니 그동안은 내가 자유라는 것을 알지 못하고 살았던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시간을 거슬러 곱씹어 보면, 고등학교 때도 10-11시까지 야자하고, 학원 다니고, 대학가서도 취업 준비하느라 스펙 쌓으며, 어떤 근원적 자유를 억압하고 살았던 것이 쭉 습관이 되어서, 그냥 성인이 되어서도 이게 자유인가? 아닌가? 혹은 원래 삶이 그런 것이려니 하고 여기면서, 나이를 먹은 성인이이기도 하고 자유민주주의 국가에 살고 있으니 당연히 자유가 있다고 '착각'하고 살았던 것 같다.


그래서 자유라는 가치를 깨닫기 전과 깨달은 후를 생각나는 대로 비교해 보자면, 주변의 신경을 별로 안 쓰게 되고, 내 생각을 자연스럽게 더 잘 말할 수 있게 되었고, 당연히 자유가 있으니 시간을 아껴야 한다는 생각이 없어졌고, 그러다 보니 좀 사람이 여유가 생기게 되는 식으로 조금씩 마인드가 변하고 있는 것 같다. 물론 이 모든 것엔 억압(?) 받았을 땐 느끼지 않아도 되는 책임감이 많이 따른다. 거기에 덧붙는 생각이 경제적 자유와 정신적 자유는 연관이 크게 있을 것 같은데 은근 별개의 문제라는 것이다. 물질적 자유는 운 좋으면 달성할 수 있는 시간을 줄일 수도 있는 반면, 정신적인 자유는 절대적 시간이 적용되어 오랫동안 누리고 살았던 여유에서 나오는 짬바와 같은 것이라고나 할까? 아 그러고 보니 행복 지표 분석에 사용된 항목 중 하나인 Generosity 너그러움이라는 지표는 정신적 자유로부터 비롯되는 자연스러운 감정?행동?은 아닐까. 자유라는 가치를 우리도 이제야 좀 깨닫고 누려가는 중이니 뭐, 아직 대단한 관대함이라 할꺼까진 없지만. 이곳에서 살며 느끼는 자유로운 생활이 습관이 되고, 그 습관이 가치관이 되고, 그 가치관이 내 삶에 젖어들어 나중엔 우리도 쿨하고 여유로운 할머니 할아버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좀 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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