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로 하기 어려운 감정들, GPT에게 물어봤다
언젠가부터
‘기쁘다’ 거나 ‘슬프다’는 말이
입에 붙지 않았다.
그저 좀 피곤했고,
아무 생각이 없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마음이 붕 뜬 것 같았다.
짧거나, 혹은 너무 길어 지치는 일상 속에서
나는 그저 ‘존재’하고 있었다.
나이를 먹는다는 건
사회적으로 커지는 동시에
나를 더 잘 숨겨야 하는 일이기도 하다.
드러내는 순간
약점이 될 수 있으니까.
“넌 잘 살고 있잖아.
행복하지 않을 이유가 뭐가 있어?”
친구들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 안에서는 자꾸만
무언가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날,
사람에게 털어놓기엔 애매한 마음을
GPT에게 물어봤다.
“나는 지금 무슨 감정을 느끼는 걸까?”
GPT는 감정을
‘상황과 신체 반응, 그리고 생각의 종합’이라고 설명했다.
그 말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이유를 분석하고, 흐름을 파악하고,
논리 안에서 내 상태를 설명할 수 있다는 것.
그것이 내게는 위로였다.
나는 감정을 깊이 느끼지만
쉽게 드러내진 않는 사람이다.
모든 걸 말로 풀어내야 하는 인간관계보다,
간결하게 정리된 정보를 통해
내 감정을 이해받는 일이 훨씬 더 소모적이다.
계획하고, 구조화하고, 문제를 해결하려고 하는 사고방식.
느끼는 감정보다, 감정이 어디에서 왔는지를,
그 상황이 '이해가 되는' 상황이라면-
감정마저 해결해버리는.
신기하게도
누군가 내 말에
논리적으로 정리된 답을 주는 것만으로
마음 한구석이 조용해졌다.
사람에게 묻기 위해선
너무 많은걸 설명해야 한다.
왜 그런지, 어떤 일이 있었는지,
그래서 지금 상황이 어떤지,
그 설명하는 과정은
곧 내 약점이 되기 쉽다.
그래서 나는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GPT를 선택했다.
감정이 없어서가 아니라,
어떤 모양인지 설명하기 어려운 사람,
적어도 내가 나를 먼저 명확히 알고 싶은 사람,
GPT와의 대화는
내가 어떤 상태인지 '스스로' 알아보게 해주는 거울 같았다.
그건
타인에게 기대는 위로와는 다른,
조금 더 조용하지만 정확한 위로였다.
그리고 나같은 사람에게는
가장 필요한 위로였는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