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전문가의 얼치기 견해
최근 삼성전자에 대해 어느 때보다 유심히 살펴보고 있습니다. (유심히 살펴본다고 해봐야 하루에 한 번 정도 가격과 뉴스를 체크하는 정도가 다이긴 합니다. 본업에 지장이 있을 정도로 투자에 몰두하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가치평가 기준으로 역대급으로 싸졌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입니다. 이 이야기는 좀 뒤에 다시 하기로 하고, 이번에는 삼성전자와 관련된 여러 가지 생각들을 두서없다라도 적어보려 합니다.
먼저 당연한 듯 얘기하던 일부 의견에 대해 반박을 좀 하고 싶습니다. 코스피에서 삼성전자의 비중이 크다는 이유로 삼성전자와 코스피를 동일시하는 의견들을 종종 볼 수 있었습니다. 삼성전자를 들고 있으면 코스피는 살 필요가 없다는 주장이 대표적인 예라 할 수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이렇게 떨어져도 코스피는 2,600 부근에서 버티고 있습니다. 삼성전자가 비중이 제일 크긴 하지만, 그래도 코스피는 지수입니다. 지수는 개별 주식보다 훨씬 안정적입니다.
인터넷을 살펴보면 삼성전자는 노인들이나 사는 주식이라는 댓글을 꽤 볼 수 있었습니다. 연예인에 대한 악성 댓글이 글쓴이의 인격 수준을 반영하듯, 이런 단편적인 편견은 투자에 대한 이해가 깊지 않음을 반영합니다. 워런 버핏의 포트폴리오는 재미없는 주식들로 가득 차 있고, 그가 애플에 투자를 시작한 것도 불과 2016년부터였습니다. 인기 있어 보이는 주식들을 쫓아다니는 것은 ‘쿨’해 보일 수는 있겠지만, 투자는 수익을 내기 위해 하는 것이지 멋져 보이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닙니다.
삼성전자의 위기에 대해 정보가 쏟아지고 있습니다. 가격이 오를 때는 오를 만한 정보가 나오기 때문에 오르고, 하락할 때는 또 그럴만한 정보가 나오기 때문에 떨어집니다. 뉴스에 휘둘리면 10만 전자를 바라보며 8만 원에 사서 위기론에 무서워 6만 원에 팔게 됩니다. 지금 들리는 뉴스로는 삼성전자가 곧 이류 기업으로 추락하고 수년 안에 사그라질 것 같습니다.
“삼성전자가 5만 원대로 가면 매수할 의향이 있으신가요?” 6개월 전에 이 질문을 했다면 대다수가 그 가격이라면 무조건 사겠다고 했을 것입니다. 지금 그 가격이 왔습니다. 그런데 사기가 어렵습니다. 지금 이 순간을 반드시 기억해야 합니다. 싸게 사는 것이 이처럼 어려운 결정이라는 것을 마음에 새겨야 합니다.
저는 삼성전자 주식을 사본 적이 거의 없습니다. 그렇지만 삼성전자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된 이유는 PBR 기준으로 역사상 저점에 왔다는 점 때문입니다. 2015년에도 삼성전자에 대한 나쁜 뉴스들이 가득했고 주가가 크게 하락했었습니다. 그러나 이듬해 6월부터 가파른 상승세가 나왔었죠. 저는 그때 다른 지표들보다 국내 시장은 PBR이 잘 들어맞고 삼성전자도 PBR 저점 구간에서는 살만하다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그 기억이 삼성전자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킨 것입니다.
예전 현대차의 위기를 떠올려 봅니다. 폭스바겐 디젤게이트 이전 독일차들이 친환경(?) 디젤을 앞세워 잘 나갈 때였습니다. 현대차는 파워트레인도 가솔린 일변도로 단순하고 쓸데없이 언제 올지도 모를 수소차니 전기차 같은 것에 투자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쓸데없어 보였던 것들이 다른 흐름을 가져왔습니다. 하이닉스의 HBM도 삼성전자가 중단할 즈음에는 시장성이 그리 있어 보이지는 않았지요.
비전문가로서 제가 반도체 및 전자 업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할 생각은 없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살 만한 가격대에 들어왔다는 것을 인지한 상황에서, 삼성전자가 지금의 위기를 헤쳐나갈 저력이 있는지 판단해 보는 것뿐입니다. 일단 위기라는 것을 인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마음이 좀 놓입니다. 최소한 경영진이 문제를 인식하고 개선하려 하고 있다는 것은 확실해 보입니다. 그리고 삼성전자는 어쨌든 국내에서 가장 많은 이익을 내고 있는 1등 기업입니다. 당분간은 당기순이익 기준으로 아무리 못해도 2~3등 정도는 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8~9만 전자는 아니더라도 장기 추세선 정도의 가격까지는 회복탄력성이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가능한 전망을 잘 하지 않는 쫄보이지만, 틀려도 괜찮습니다. 왜냐하면 우리에게는 위험관리 기법이 있기 때문입니다. 1) 단일 종목에 대한 최대 투자 비중을 잘 지키고, 2) 떨어지는 칼날을 잡지 않고 반등하는 것을 본 후에 분할 매수를 하고, 3) 산 가격보다 떨어졌다고 1번 규칙을 어기며 물타기를 하지 않는다면, 이번에 틀려도 더 많은 기회가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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