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학, 라면부터 계엄까지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릴까?’의 보충 편입니다.
자기만의 라면 끓이는 방법을 가지고 있는 분들이 많습니다. 온라인을 찾아보면 정말 수백, 수천 가지의 라면 끓이는 방법이 있습니다. 주부 9단은 물론 분식집 사장님의 노하우, 일류 요리사들의 레시피까지 셀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분명 더 맛있는 요리 방법들이 쏟아져 나오는데도 내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있기 마련입니다. 왜 그 방법을 자주 사용할까요? 단지 익숙해져서? 혹은 바꾸기 귀찮아서 그런 것일까요?
나만의 방법을 선호하는 것에는 여러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내 입맛에 잘 맞는 검증된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또 우리 집에 늘 있는 재료로 간편하게 만들 수 있고 그 요리법이 내 몸에 배어 있기 때문에 신경 쓰지 않아도 잘하고 실수할 일도 적기 때문입니다. 더 좋은 레시피가 있을 수도 있지만, 없는 재료를 갖추어야 되고 안 해본 방법이므로 주의를 기울여 요리를 해야 합니다. 재료 사고 공부하고 그러다 보면 ‘라면 한 그릇 먹자고 뭐 하는 짓인가?’, 이런 생각이 들 수도 있습니다.‘
재산증식 관련 공부를 하다 보면, 나만의 철학이 있어야 한다는 말을 종종 듣게 됩니다. 철학이라는 말은 거창하게 들리지만, 사실 나만의 라면 레시피와 가까운 개념입니다. 주위에 있는 재료로 손쉽게 요리할 수 있다는 것은 내가 편안한 방법으로 투자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요리사의 방법이 더 맛있을 수는 있지만 집에서 매번 따라 하기는 힘들 듯이, 기대수익률이 더 높은 투자 방법은 얼마든지 있지만 내가 따라 하고 익히기 힘들다면 그림의 떡인 것입니다.
자기에게 가장 잘 맞는 방법을 만들어내려면 투자 대상부터 매매 방법까지 편하게 할 수 있도록 구성해야 합니다. 직장인이라면 출퇴근 시간에 지표와 포트폴리오를 점검하고 점심시간에만 잠시 매매를 할 수도 있고, 해외 시장을 거래한다면 잠들기 전이나 새벽에 시간을 이용해 본업에 지장이 없도록 관리해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자라면 출퇴근 시간에 물건이나 지역을 봐두고 주말에 방문하는 방식으로 해 볼 수도 있겠지요.
이렇게 나만의 레시피를 만들 때 주의해야 할 점은 논리를 빠뜨려서는 안 된다는 것입니다. 논리는 최대한 예측 가능한 결과를 얻기 위한 기초로 그때도 맞고 지금도 맞는 결정이 가능하도록 해주는 기초입니다. 사람들이 음모론을 믿거나 투자 사기꾼들에게 속는 이유는 논리가 아니라 결과에 현혹되기 때문입니다. 특정 매매기법이 적용되는 차트들만 모아 보여주며 자신의 비법을 배우라거나, 1억만 투자하면 매년 20% 수익이 나는 상가가 있다는 말을 믿는 것도 내가 비기를 터득하거나 적은 돈으로 쉽게 많이 벌고 싶기 때문입니다.
논리를 갖추기 어려운 이유는 논리가 결과를 담보하지는 않기 때문입니다. 저평가된 주식을 사도 얼마든지 더 하락할 수 있고, 지표가 회복세를 보이다가도 테러나 전쟁 등으로 상황이 언제든지 악화될 수 있습니다. 특히 초보자는 아직 실력이 갖춰지지 않았기 때문에, 논리를 갖춰 투자하든 남의 말만 듣고 투자하든 성공 확률이 낮습니다. 그래서 어려운 논리보다는 솔깃한 정보나 비법에 이끌리게 됩니다. 이렇게 논리와 성찰 없이 결과에만 매달리다 보면, 나중에는 아침에 빨간 옷 입은 사람을 봤으니 주식을 사게 됩니다. 누구나 자신이 직접 겪은 일에는 가중치를 크게 두는 법입니다.
12월 3일 계엄 이후 정치인들에게 실망하는 이유도 철학보다 경험칙이 우선하기 때문입니다. 경험은 물론 중요하지만 그 밑바탕에는 철학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일부 다선 의원들은 여러 번의 당선 경험과 자만이 철학을 압도해버린 모습입니다. 경험칙은 당선과 계산에 기반하고 철학은 민심과 대의에 뿌리를 둡니다. 투자에 논리가 밑바탕이 되어야 하듯, 자리 욕심이나 권력욕보다는 올바른 정치 철학이 우선되어야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치지 않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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