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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운욱 눈사람 Sep 17. 2022

우리나라 수출의 의미

미국은 소비, 한국은 수출


여러 나라들이 미국 눈치를 보는 것은 당연한 일입니다. 기업들도 미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는데, 그 이유는 미국이 최대 소비시장이기 때문입니다. 미국의 정책에 반기를 들었다가 관세를 물리거나 수입금지라도 되는 날에는 기업의 운명이 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지요. 미국은 거대한 소비 국가입니다. 대략 우리나라의 13배에 달하는 23조 달러의 경제 규모를 지니고 있고, 이 중 약 70%를 차지하는 것이 개인소비입니다.


미국이 소비의 국가라면, 한국은 수출의 나라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일까요? GDP 구성항목 중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2021년 기준 대략 42%입니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우리나라에서 수출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는 어렵습니다. 그 이유는 생산, 소비, 투자 등 경제 전체 영역에서 어느 것이 수출용이고 어느 것이 내수용인지 구분하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GDP는 수출 관련 지표 외에도 민간 소비, 정부 지출, 투자 등으로 이루어지는데, 이들도 수출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한 기업에서 신발 생산을 위해 공장을 지었는데(투자), 그 공장에서 나오는 신발이 30%만 국내에서도 팔리고 나머지 70%가 모두 수출된다면 공장 투자금의 70%는 수출과 연관됩니다. 하지만 GDP에서 공장 관련 비용은 모두 투자로 분류될 뿐입니다. 따라서 우리 경제에서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최소 42%라고 할 수 있습니다.


국제적으로 비교를 해보면, 우리나라처럼 수출 중심인 국가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OECD 국가들을 살펴보면, 독일이 35~40% 수준으로 높지만 영국과 프랑스는 각각 15%와 20% 수준, 예상외로 일본도 13~15% 밖에 되지 않습니다. 미국은 수출 비중이 단지 8% 정도에 불과하지요.


수출 비중 외에 국제적 비교가 가능한 또 다른 지표가 있는데, 바로 무역의존도입니다. 무역의존도는 수출액과 수입액의 합계를 국내총생산(GDP)으로 나누어 구합니다. (정확하게는 국외수취 요소소득과 국외지급 요소소득도 포함됩니다.) 무역의존도란 한 국가의 경제가 무역에 의존하는 정도를 나타내는 지표입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수출을 위한 원자재나 장비 수입도 많기 때문에 매우 중요한 지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무역의존도는 1990년대 중반까지 40%대를 유지하다가 이후 상승하기 시작해서 2000년에 60%대로 증가했습니다. 이후 2008년에는 처음으로 90%를 넘어섰고 2021년에는 85% 수준을 기록 중입니다. 외국을 살펴보면, 일본이 30% 수준이고 미국은 20% 정도에 그칩니다.


수출의 명과 암


수출이나 대외무역이 경제에서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은 양날의 칼입니다. 수출시장이 크다는 의미는 부족한 내수시장을 벗어나 세계를 무대로 큰 시장에서 활동하며 경제성장을 촉진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반면에, 세계 경제에 위기가 닥치면 국내 경기도 급격히 악화되거나 충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수출과 수입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우리나라는 글로벌 경제에 불황이 오거나 유가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 경제가 크게 휘청일 수 있습니다. 소위 외풍에 취약해지는 것이지요. 국내에 소비와 투자가 활발해서 내수가 탄탄한 나라일수록 외부적 충격을 잘 견뎌낼 수 있습니다. 일본을 수출 중심 국가로 알고 있는 경우가 많은데, 수출 비중과 무역의존도 측면에서 앞에서 살펴본 대로 일본은 내수 기반이 매우 탄탄한 나라입니다. 우리나라보다 대외무역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하는 나라로는 대만, 홍콩, 싱가포르 등을 들 수 있는데, 이 국가들은 인구 등 내수 기반이 우리나라보다 취약하기 때문에 글로벌 경기 등 외풍의 영향을 더 크게 받는다고 할 수 있습니다.


수출과 투자


수출이 우리 경제에 큰 영향을 미치는 만큼, 주식시장과도 당연히 깊은 관계가 있습니다.


그래프 1. 수출금액지수와 코스피


위 그래프를 보고도 수출과 주식시장이 관계가 없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울 것입니다. 하지만 수출을 아무리 유심히 살펴보아도 주식시장을 예측하기는 어렵습니다. 당장 이 그래프 뒤의 주식시장을 예측해 보실 수 있겠습니까? 주식시장 예측이 어려운 이유는 주식시장이 기대를 반영해서 가장 먼저 움직이기 때문입니다. 반면에 우리나라 경제지표는 아무리 빨라야 한 달 뒤에나 결과를 알 수 있습니다. 9월 경제지표의 결과는 9월 말까지의 데이터를 집계해서 10월 말 정도나 돼야 확인할 수 있지요. 지금이 9월이고 10월 주식시장을 예측하려 한다고 할 때, 우리가 알 수 있는 최신 경제 데이터는 대부분 7월 데이터뿐입니다. (8월 데이터들은 대부분 9월 말에나 확인이 가능합니다.) 그래도 포기할 수는 없으니 단서를 좀 더 찾아보겠습니다.


가진 것이라고는 철 지난 데이터밖에 없지만, 그래도 우리에게는 중요한 무기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데이터를 가공할 수 있다는 것이지요. 데이터의 변동 추이를 보기 위해 수출금액지수를 전년동월대비(YoY) 증가율로 바꿔보도록 하겠습니다.


그래프 2. 수출증가율과 코스피


수출 증가율과 코스피 지수를 살펴보니, 꽤 유용한 패턴이 하나 보입니다. 수출 증가율이 음(-)으로 추락했다가 다시 양(+)으로 반등할 때 코스피지수가 의미 있는 상승장을 연출한다는 것입니다. 경기가 비관적인 모습을 보이다가 회복세로 돌아서면 경기회복 기대와 함께 주식시장도 이에 반응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 패턴 역시 제가 종종 말씀드렸던 큰 폭의 하락 후에 반등하는 시점에서 투자타이밍이 존재한다는 것과 같은 논리 선상에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수출국입니다. 이는 한국의 수출입 동향이 곧 글로벌 경기의 가늠자가 될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이것이 바로 국내 투자자 뿐만 아니라 해외 투자자들도 한국 수출에 주목하는 이유입니다.


최근 대중국 수출 부진과 반도체 단가 하락 등으로 수출 증가율이 하락하고 있습니다. 예측은 어렵지만 리스크관리를 강화하면서 앞에서 언급한 내용들을 기본으로 수출 추이를 잘 살펴본다면, 시장에 대응할 방법에 대한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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