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산섬에서 낙타 타고 한 바퀴

스페인 란사로테 섬 이야기

by 여행하는 기획자



이렇게 사진으로 보면 참 독특한데 이곳에서는 이게 일상적인 풍경이었어.
이런 식으로 곳곳에 화산 지대가 곳곳에 있는 거야. 티만 타야 국립공원은 공원 전체가 보호받고 있어 여행객들은 한정적인 거리만 걸어 다니고 구경할 수가 있데. 하긴 지금도 이렇게 활발하게 화산 활동을 하고 있는데 괜히 발을 헛디디면 또 어디서 어떤 게 나올지 모르겠다. 이상하게 하지 말라면 더 하고 싶잖아. 화산이 나온다는 그곳에 가서 흙도 만져보고 싶고 돌도 눌러보고 싶지만 그저 이렇게 차를 타고 돌아다니면서 눈으로 구경을 할 뿐이야.


대신 간접적으로 화산을 천천히 걸어보고, 삶을 느껴볼 수가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바로 낙타 타며 이동하는 체험이었어. 티만타야 국립공원에서 화산체험을 경험한 다음 버스를 타고 다음 장소로 이동을 하였어. 시간은 12시 정도 지날 무렵이라 당연히 식사를 하러 갈 줄 알았는데 맛있는 타파스 대신 우리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음, 바로 '낙타들' 무리였어. 수많은 낙타들이 떼를 줄지어 앉아있는데 와 멀리서 보니 장관이더라. 사실 화산도 직접 보긴 처음이었지만 수많은 낙타 무리도 이렇게나 많이 본 것은 처음이었지 뭐야.


너무 신기해서 보자마자 얼른 낙타 등에 앉아 이동하고 싶었어. 남편한테 빨리 우리 낙타한테 가자고 옷을 잡아 댕겼는데, 맙소사 예상치 못한 변수가 하나 생긴 거야.


"한때 메르스가 유행이었는데... 중동에 있는 낙타한테 메르스가 온 것이라는데.. 메르스 걸리면 어떡해?"


메르스 사태 기억나지? 그 약도 없다는 메르스 사태 말이야, 몰랐는데 메르스가 글쎄 낙타들한테 온 것이라네!

낙타들을 보고 바로 떠올린 그 이름이 '메르스'라니..

맞아, 나와는 달리 남편은 늘 안전 제일주의고 항상 신중한 편인데 낙타를 보니 갑자기 메르스가 연상되었나 봐. 몇 분을 남편에게 괜찮다고, 괜찮다고 설명을 하면서 드디어 낙타를 타고 란사로테 섬을 돌아보기로 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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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50마리? 60마리 정도 될까? 낙타들이 줄지어 쭉 앉아있지. 만화에서만 보던 낙타를 실제로 볼 줄이야.

그것도 이렇게 수십 마리의 낙타를 떼지어서말야. 영화 속에서 낙타는 눈을 꿈뻑꿈뻑거리면서 사람들을 기다리고 있는데 마치 초등학교 시절 조회시간에 불려 나온 학생들 같았어. 털푸덕 앉은 채 먼 곳을 응시하는 낙타들이 귀엽기도 하고 가까이 다가가 만져보기도 하고 싶더라고.


그래서 한 발자국, 한 발자국 다가가는데 그렇게도 순해 보이는 낙타가 갑자기 괴성을 내며 기침을 하는 거야. 순간 놀래서 나도 모르게 주춤하게 되더라고. 그래도 내 평생 언제 또 사막에 와서 낙타를 타고 란사로테 섬을 한 바퀴 돌아보겠어. 낙타가 기침을 하도 크게 해서 좀 놀라긴 했지만 용기를 내서 가장 순한 낙타 등에 올라탔어.


낙타가 가만히 앉아 있으면 그 위에 사뿐히 앉으면 돼. 그러면 낙타가 무릎을 세우고 일어서는 거지. 자동차의 승차감에만 익숙해있다가 낙타를 타니까 뒤뚱거리는 그 느낌, 헐떡거리는 숨결이 모두 느껴지더라고.

낙타의 호흡, 울퉁불퉁한 땅을 밟는 느낌, 재채기하는 행동 모두 온전히 느낄 수 있었어. 살아 숨 쉬는 생명체 위에 올라가 이동하는지가 얼마만인지... 빠르게 이동할 수는 없었지만 낙타, 화산섬, 나 우리 모두가 천천히 이 공간에 동화가 되는 듯한 느낌이었어.


언젠가, 다시 또 이 화산섬에 갈 수 있겠지.

거칠었지만 반짝이는 원석처럼 아름다웠던 란사로테 화산섬이 난 가끔 그립기도 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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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흩어지는 순간은 기억하고자 기록합니다.

* 책 <맛있는 스페인에 가자>에서 발췌하였습니다.

* @traveler_jo_

* book_j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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