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펩시보다 코카콜라를 더 좋아하는 이유
지난번 '나는 과연 합리적인 소비자일까?'라는 글에서 우리는 생각보다 합리적인 의사결정 과정을 거쳐 소비 행동을 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소비자 스스로는 구매 시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라고 자부한 반면, 뇌과학자들이 밝혀낸 결과는 정반대였다. 소비자의 구매행동은 지극히 감정적이라는 것. 이러한 소비자의 숨겨진 구매 버튼을 밝혀내기 위한 패러다임으로 뉴로마케팅이 화두로 떠올랐다.
2003년 콜라의 양대산맥인 두 브랜드에 대한 블라인드 테스트가 진행됐다. 업계 1,2위를 다투는 코카콜라와 펩시의 블라인드 테스트였다. 연구자는 첫 번째로 상표를 가리고 소비자들에게 제품의 선호도를 물어봤다. 맛에서 코카콜라가 압승할 것이라고 예상했지만 결과는 50:50으로 무승부였다.
이번에는 브랜드를 보여준 채로 소비자들의 선호도를 되물었다. 그러자 '코카콜라:펩시=50:50'의 결과가 '코카콜라:펩시=70:30'으로 바뀌었다. 맛을 근거로 선호도를 조사했을 때는 동등했는데, 둘 중 무엇이 코카콜라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소비자의 선호도는 한쪽으로 기울었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맛 외에 어떤 것이 결과에 영향을 미쳤을까? 베일러 대학(Baylor University)에서 신경과학을 가르치는 Read Montague 교수는 2003년도에 코카콜라와 펩시를 마시는 피실험자의 뇌를 fMRI(자기기능공명영상)를 통해 조사하는 실험을 진행했다. fMRI는 Funtional magnetic resonance imaging의 준말로, 전 세계에서 가장 자주 사용되는 뉴로마케팅 기법이다(Kenning, Plassmann, & Ahlert, op. cit.;Morin, op. cit). 쉽게 말해, 정보를 처리하는 뇌 속 신경세포는 그렇지 않은 신경세포보다 더 많은 산소를 소모한다. 따라서 신경세포의 혈중 산소치에 의한 대비(BOLD contrast, Blood-Oxygen Level Dependent contrast)를 탐지함으로써 fMRI는 뇌의 어느 부위가 더 활성화되는지 알아볼 수 있는 것이다.
위의 BOLD 대비를 활용하기 위해 Montague교수는 실험 참가자들에게 fMRI 기기 안에 누워서 실험에서 주워진 작업(코카콜라와 펩시를 마시는 것)을 하도록 요구했다. 그리고 활성화된 부위를 관찰해 피실험자들의 인지과정을 추적했다.
그러자 흥미로운 사실이 밝혀졌는데, 코카콜라와 펩시 모두 뇌에서 보상에 관여하는 전두엽(prefrontal cortex)이 활성화된 것이다. 이는 달콤한 사탕을 먹을 때 혹은 행동에 대한 보상을 얻었을 때 활성화되는 부위로서 피실험자들은 코카콜라와 펩시 둘 다 마실 때 즐거워했음을 알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각각의 브랜드 명을 노출하자 코카콜라와 펩시를 마시는 피실험자들의 뇌는 다르게 반응했는데, 코카콜라의 경우에는 정서를 담당하는 중뇌(Mid-Brain)와 기억과 정서를 관장하는 해마(Hippocampus)가 활성화된 것이었다. 즉, 소비자들에게 코카콜라는 특별한 기억과 감정을 연계시키는 브랜드라는 것을 시사했다. 소비자들은 맛 때문이 아니라 브랜드 때문에 코카콜라를 유독 선호했고, 왜 펩시가 각종 캠페인과 마케팅에도 코카콜라를 제치고 업계 1위를 차지할 수 없는지 비밀에 대한 실마리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하버드 경영대의 Zaltman 교수에 의하면 소비자의 의사결정의 95% 이상이 무의식의 수준에서 결정된다고 말한다. 코카콜라와 펩시의 fMRI 측정 실험 외에도 뇌 스캐너를 이용한 다수의 실험이 시행되었는데, , 그때마다 피험자에게 매력적인 브랜드나 상품을 보여주면, 특히 뇌 속의 '쾌감 중추'인 측좌핵이 활성화됨을 발견할 수 있었다. 이렇게 어떠한 브랜드는 우리의 뇌 속에서 특별한 자리를 잡고 있는 듯하다. 소비자들에게 매력을 어필하기 위해서, 숨겨진 소비자들의 구매 버튼을 자극하기 위해서 브랜드 자산(Asset)을 이제는 의식적인 수준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닌 무의식의 수준에서 접근해야 하는 이유이다.
'우리의 뇌는 브랜드의 매력에 따라 무의식적으로 구매 버튼을 누르기 때문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