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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케터 로스코 Sep 02. 2020

타인의 고통, 연민의 한계

걸프 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

어느 공화군 병사의 죽음(1937), 로버트 카파 /LIFE

1936년 스페인 내전, 총알을 맞고 쓰러지는 한 남자가 사진기에 담겼다. 그리고 1937년 7월 12일 로버트 카파의 사진이 '어느 공화군 병사의 죽음'이라는 제목으로 [라이프]에 실렸다. 이 사진은 이후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의 참혹함을 담아낸 기자 정신으로 추앙받아 '카파이즘'이라고 명명되며 회자됐다. 죽음을 담보로 사진을 통해 메시지를 말하고자 한 사진작가의 정신은 포토저널리즘의 핵심 가치로 이어져 내려온다. 링컨 대통령의 공식 인물 사진작가였던 매튜 브래디는 "카메라는 역사의 눈이다"라고 주장했다. 리얼리즘과 맞닿은 이들의 주장은 용납하기 어려운 전쟁의 타당성 혹은 잔혹함을 설명하는 도구로 줄곧 활용됐다.

수전 손택은 이 책에서 타인의 고통을 담아내는 '포토 저널리즘'의 허점과 모순을 짚어낸다. 우선 그녀는 이렇게 묻는다. '고통을 받아들인다는 것과 별개로, 고통을 증명한다는 것에는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까?' 더불어 손택은 카메라가 발명된 1839년 이래로, 사진은 죽음을 길동무로 삼아 왔다고 말한다. 카메라로 만들어진 이미지는 렌즈 앞에 놓인 그 무엇인가의 흔적이었기 때문에, 그것을 증명하는 수단으로 활용되어 왔고 곧이어 권위와 신빙성을 얻었다. 그러나 현대 기술이 발달하면서 사진 기술의 발달과 보급이 용이해지며, 우리는 전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참상를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쉽게 그리고 자주 접하게 되었다. 잔혹한 행위를 보여주는 이미지들은 텔레비전과 컴퓨터, 혹은 휴대폰의 작은 화면을 거치면서부터 점점 더 뭔가 진부한 것으로 변질되어 버렸다. 손택은 다시 묻는다. '그렇다면 시청자는 잔인하게 묘사된 폭력에 익숙해지는 걸까요? 아니면 뭔가 다른 반응을 보이게 되는 걸까요? 매일같이 쏟아지는 이런 이미지 때문에 시청자들의 현실 인식이 손상될까요? 그렇다면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분쟁 지역에서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을 염려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그녀의 말 마따라 폭력과 죽음의 공포를 겪어보지 않은 사람들이, 이런 경험을 단지 이미지로만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전쟁이란 어떤 의미일까. 오늘날 전쟁을 겪어보지 못한 사람들은 이런 이미지들이 가져다주는 '충격'을 통해서 전쟁을 이해한다.

사진은 또한 '있는 그대로'를 반영하지 않는다. 사진은 누군가의 관점을 재현할 뿐이다. 사진은 그것을 둘러싼 그릇된 이해와 그릇된 기억, 이데올로기적 용도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다. 따라서 전쟁의 참혹함을 우리는 있는 그대로 해석하고 있지 않다.

또 다른 잔혹함과 처절함을 자아낸 전쟁으로는 걸프전이 있었다. 수많은 보도자료로 생산된 걸프전의 피해 소식들을 현대인들은 시청하면서 창작자의 프레임(관점)에 짜여진 현실을 관망하고, 애도했다. 이에 대해 장 보드리야르는 '걸프전쟁은 일어나지 않았다'는 충격적인 발언으로 '가짜보다 더 진짜 같은 죽음을 소비한다'면서 실재의 죽음 뒤에 파생 실재만이 존재하는 실태를 비판했다.

수전 손택은 이러한 점에서 '실제의 세계를 지켜나가야 한다'라고 주장한다. 그녀가 특별히 한국 독자들에게 남긴 서문의 마지막 문장은 이러하다.

'저는 이 책의 도움을 받아서 사람들이 이미지의 용도와 의미뿐만 아니라 전쟁의 본성, 연민의 한계, 그리고 양심의 명령까지 훨씬 더 진실하게 생각해볼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타인의 고통, 수전 손택 / 이후 출판사

미디어를 통해 타인의 고통을 접하고, 연민한다는 것. 그 고통과 연민은 '실재'하는 것인지 되돌아보게 되는 책이었다. 더불어, 현실 그대로를 보도할 수 없는 미디어의 프레임에 어떻게 하면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지 업계 종사자들끼리 활발한 논의가 이뤄져야 한다는 점도 재차 다짐하게 되었다.

  없이 이미지가 자신을 드러내는 상황,  줌의 이미지들이 반복해서 자신을 과잉 노출하는 상황에서 우리는 어떻게 하면 타인의 고통에 대한 연민의 한계를 극복할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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