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검은태양> 1, 2회 비평 콘텐츠
한지혁(남궁민 분)은 투입된 임무마다 팀을 성공으로 이끄는 국가정보원의 정예 요원이다. 그러던 지혁의 팀이 중국의 거대 마약밀매 조직을 소탕하는 과정에서, 의문의 사건으로 인해 그의 동료들이 사망하고 지혁 또한 흔적을 남기지 않고 실종된다. 그렇게 미제 사건이 되어 지혁도 끝내 사망 처리되지만, 1년이 지나 그는 기억을 잃고 한 원양 어선에서 장기 매매인들을 모조리 죽이며 모습을 비춘다.
MBC의 2021년 하반기 최고 기대작 <검은태양>의 시작이다. 2018년 극본 공모전 수상작 <검은태양>은 MBC 창사 60주년을 맞아 특별 기획되어, 많은 제작비가 투여된 장르 드라마라는 점과 명품 주·조연이라 불리는 출연진의 공개로 시청자들의 기대를 불러 모았다.
흔히 지상파에서 방영되는 장르 드라마라 하면 갖게 되는 연출적 편견이 있다. 장르의 특성상 불가피한 잔혹함이 생략되어 유치함이 드러나면서 작품 자체가 손상되는 것 등 말이다. <검은태양>은 일각의 예상을 깨고, 기존의 보수적인 연출이 아니라 잔인하고 때로는 통쾌하기도 한 지점을 가감 없이 드러낸다.
드라마의 주인공 지혁은 처음부터 피 칠갑의 모습에 도끼를 들고 장기 매매인의 목을 치는 것으로 등장한다. 머리에 근접하게 총을 겨누고, 피가 사방에 튀기거나 하는 장면들이 초반 회차에서 계속 이어지면서 특유의 채도 낮은 분위기가 작품에 잘 스며든다.
그러한 과감한 연출이 더욱 돋보이는 것에 드라마의 스케일도 한몫한다. 잠시 수감된 조직의 보스를 빼내기 위해 조직원들이 총동원하여 경찰서를 습격하고 쑥대밭을 만드는 장면이 있다. 순식간에 경찰서 내부는 초토화되고, 실수를 저지른 조직의 간부 또한 보스에게 끔찍하게 처리된다. 국내 드라마에서 잘 보이지 않던 거대한 규모의 설정이다. 이렇듯 현실에서 일어나기 힘든 끔찍한 위험이 도래된 배경에 시청자들은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몰입이 가능하다. 또한, OTT 플랫폼 웨이브에서 <검은태양>의 무삭제판을 제공하여 작품의 장르적인 질과 일부 시청자들의 수요를 보장하고 있다.
극을 이끌어가는 주축이 지혁 단 한 인물이라는 점은, 다소 이해가 어려울 수 있는 장르 드라마에 비교적 단선적인 설정을 통한 이입의 수월함을 부여한다. 그러나 그것에서 비롯된 주변부 인물 서사와 설정의 부실함에 개인적인 아쉬움이 존재한다.
일각에서 특히 논란이 되는 것은 여자 주인공 ‘서수연(박하선 분)’ 인물의 존재 이유이다. 논란의 주가 되는 주장은 수연이 극의 흐름을 망가뜨린다는 것이다. 극 중 엘리트 지혁도 인정할 만큼 업무 수행 능력이 뛰어난 수연은, 그와 같은 팀 요원이었던 약혼자의 사망을 지혁의 탓으로 여긴다. 평소 임무를 성공시키는 데 욕심이 있는 지혁이, 리더로서 팀을 희생시킨 것으로 생각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수연의 캐릭터성이 설득력 있게 다가오기보다, 의문의 사건을 겪고 돌아온 지혁에게 죄책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인물의 수단성을 부각한다. 그러니까 여자 주인공은, 임무 중 거대 조직과 얽혀 트라우마에 시달리고 그것을 극복하려는 남자 주인공을 위해 마치 설치된 듯 보인다. 시청자들이 여자 주인공을 부정적으로 평가하는 이유는, 배우의 개인적인 연기력 논란에 그치기보다 인물 자체가 지나치게 평면적이고 주변에 겉도는 데에 있다. 이외에도 범죄 조직의 말투가 조선족을 연상케 한다는 점이나 그들이 공권력과 벌이는 마약과의 전쟁, 기억을 잃은 최정예 비밀 요원 등의 설정은 마치 지금껏 나온 드라마나 영화에서 자주 사용되는 소재들을 그저 혼합해 놓은 인상으로 다가오기도 한다.
<검은태양>의 로고 모션은, 검은 태양에서 순식간에 총알이 나와 작은 불씨가 붙은 총구의 정면이 나타나는 것이다. 이것이 한지혁의 총구, 즉 ‘검은 태양’이 아닐까 싶다. 지혁에게 검은 태양은 지키고 싶었던 누군가를 위한 복수이자, 제거하고 싶은 상대를 향한 일발이 될 것이다.
위와 같은 한계적 요소들이 분명하지만, <검은태양>이 국내 방송에서 흔히 볼 수 없던 장르적, 연출적인 면의 스펙트럼을 넓혔다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다. 또한, 지상파에서 이것을 도전했다는 점과 앞으로 이 드라마가 전개되어 검은 태양이 마주할 최후를 끝까지 지켜보고 싶은 마음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