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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vies by letter Mar 31. 2019

블랙 미러 시즌 2 EPI 2- 화이트베어

범죄자에 대한 형벌에 관하여

최근 잊힌 영국 드라마 중 흥미로운 시리즈를 찾았다. 이름하여 블랙 미러(Black Mirror)


풍자 코미디언 찰리 브루커가 제작을 맡은 옴니버스 식 드라마로, 미디어가 사람에게 불려올 부정적인 면을 지극히 SF 적인 느낌으로 구성하였다.


흔히, 미디어란 현실 세계를 마주하는 거울의 성격을 갖고 있어, 현대인들은 현실 감각을 잊은 채 해당 미디어에 앞다투어 빠져든다. 허나, 미디어가 비로소 꺼졌을 때의 차가운 브라운관, 액정 화면 등에 비친 자신의 모습, 즉 현실 세계는 미디어의 부정적인 면을 보여준다. 즉 블랙미러의 탄생이다. 시청자는 매번 블랙미러의 에피소드를 보고 화면이 꺼진 뒤, 에피소드의 의미를 되새기면서 희열, 분노, 교훈 등을 얻게 된다.


시즌 2 두 번째 에피소드의 제목은 화이트베어 (White Bear)로 사람들의 촬영으로부터 쫓기는 주인공의 모습이 주된 플롯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이 드라마의 끝은 죄 지은 자에 대한 형벌은 어디까지 용인될 것 인가? 에 대한 의문을 시청자에게 강하게 던진다. 


드라마의 시작은 한 여자가 극심한 두통을 겪으며 일어 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그녀의 손목에는 붕대가 감겨져 있으며, TV에서는 의문의 심볼이 계속해서 반복되어 나타난다.


주인공을 쫓는 무리 그리고 방관자


잠에서 깨어난 여자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지난 일을 되새겨 보려고 애를 쓴다. 이따금 기억이 페이드 인 앤 아웃하지만 정확한 기억은 되살아 나지 않는다. 달력에는 날짜가 있지만 무슨 날인지 알 수 없고, 액자에 있는 소녀의 사진은 시청자로 하여금 딸은 아닌가? 라는 생각을 자아낸다. 그녀는 소녀의 사진을 들고는 옷을 입은 채 밖으로 나서게 된다.


그녀가 있던 집 주위에는 여러 채의 집이 있고, 각각의 창문에는 사람들이 그녀를 지켜보고 있다. 여자는 그들에게 도움을 청해보지만 아무도 응하지 않고 핸드폰으로 그녀를 촬영하기만 한다. 갑자기 차가 와서 심볼의 탈을 쓴 남자가 나타나서는 엽총을 들고 그녀에게 다가서자, 위협을 느낀 그녀는 무작정 뛰기 시작한다. 집안에서 나온 사람들은 그들을 따라가지만 촬영을 할 뿐 그녀를 도와 주지는 않는다.

      

도망치는 여자와 그를 따라가는 사냥꾼 (출처: http://danowen.blogspot.com/2013/02/black-mirror-white-bear.html)


필자는 여기서 사람들의 정작 위험하거나 슬픈 상황에 대해서 공감하지 못한 채 촬영만을 일삼는 무심한 SNS 이용자의 실태를 고발하는 드라마라고 생각했지만 실상은 달랐다. 


하여튼 도망치던 그녀는 두 남녀를 만나게 되고, 그들의 도움을 받아 일단 상황을 벗어나게 된다. 도망치는 도중 남자는 괴한의 공격에 희생되었지만, 여자가 처음 깨어난 집으로 돌아와 구경꾼들의 시선에서 잠시 멀어 진다.


허름한 차림의 도망녀는 오늘 깨어난 여자에게 어느 날부터 TV 등에서 플래시 사진 같은 신호가 나타났고, 사람들은 외부의 일에 신경 쓰지 않은 채 촬영만 하는 사람으로 변했다고 말해준다.


여자를 촬영하는 구경꾼들 (출처 : http://www.readmorewritemorethinkmorebemore.com/2018/11/a-punishing-lesson-on-bl


도망녀는 그들 중 일부는 영향을 안받는 사람이 있는데 그들은 뭐든지 할 수 있다고 믿고 다른 사람들의 차량을 훔치거나, 사람을 죽인다고 그녀에게 말해 주었다. 도망녀는 그들을 사냥꾼으로 불렀다. 


어느새 구경꾼들은 다시 그들을 찍으러 다가왔고, 여자는 그들에게 돌을 던지고 쫓으며, 그들이 들고 있는 휴대폰을 보려고 했다. 도망녀는 전기 충격기를 꺼내며, 핸드폰에 있는 심볼을 보지 말라고 하며, 그녀는 진정시키려고 했다. 그녀가 무심코 핸드폰을 본 뒤 과거의 기억에 괴로워하고 있을 사이, 다시 도망치다가 우연히 다른 사람의 차를 타게 된다.


예전에 봤을 법한 상황 : 데쟈뷰


새로 탄 차에 여자는 남자에게 ‘어디선가 봤다’고 이야기를 하지만 계속 혼란스러워 하고, 도망녀는 남쪽으로 송신기를 부수러 간다고 한다. 허나 남자는 남쪽이 다 봉쇄되었으니 안 간다고 하고 안전지대를 간다고 하니 여자가 문득 ‘숲이요?’라고 하면서 반사적으로 대답을 하지만, 그녀도 무슨 이유인지 왜 답변을 했는지 알 수 없는 표정이다.


도망녀는 “화이트 베어 송신소”를 파괴할 계획을 갖고 있었고, 잠깐 멈춰서 쉬는 중 남자는 엽총을 들이 밀며 둘을 위협한다. 그 또한 사냥꾼이었으며, 여자에게 플래시 사진이 달린 모자를 씌운다. 그리고는 그가 언급한 ‘놀이터’라는 곳으로 데려간다. 그곳은 그가 지금까지 죽인 시체를 잡아 십자가 모양으로 매달아 놀은 기괴망측한 곳이었다. 


그는 처음에는 도와주는 척 하다 그들을 배신한다 (출처 : https://black-mirror.fandom.com/wiki/White_Bear)

그는 서서히 여자를 죽이고 나무에 묶으려고 했으나, 방심한 사이 도망녀는 멀리 도망치고 여자를 통나무 위로 올린다. 팔을 매듭에 끼우게 하고, 살인을 저지려고 하나, 다시 돌아온 도망녀가 그를 죽이고, 쿨하게 ‘가방을 가지러 온 것이다’라고 하며 갈 길을 간다. 그 둘은 차를 몰고 처음 계획대로 화이트베어에 가서 전기장치를 불태워 버릴 것으로 계획을 짠다. 


송신기 앞에 도착하려 하자 그녀는 갑자기 위험하다고 차를 돌리라고 하지만, 도망녀의 “당신의 직감은 못 믿겠어요.” 라는 말과 그녀의 손에 이끌려 송신기 안으로 들어 가게 된다. 송신기에 휘발유를 뿌리고 불을 붙이려고 하자, 이전에 봤음직한 동물 복장을 한 사냥꾼이 그들을 쫒아 온다. 줄톱을 든 사냥꾼은 도망녀의 라이터를 빼앗으나, 여자는 다른 사냥꾼의 엽총을 빼앗아 쏜다.


하지만 그 엽총은 실제 총이 아니라 축포를 터트리는데 쓰는 총이었다. 어안이 벙벙해진 그녀 뒤로 세트장이 열리면서 스포트라이트가 펼쳐진다.


죄를 지은자 심판을 받으리


그녀와 반나절을 함께한 도망녀와 사냥꾼들은 그녀를 묶은 뒤 관중과 그녀에게 진실을 알려준다.


사실 그녀는 ‘빅토리아 스킬레인’으로, 약혼자 ‘이안 래논’과 함께 6세 어린 여자아이 ‘제마이마 사익스’를 납치하여 데리고 다니면서. 결국에는 학대하고 살해하였으며 그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한 범죄자였다.


 유괴 도중 전국적인 수색이 펼쳐지면서, 아이의 하얀 곰 인형이 집으로부터 3km 떨어진 도로변 비상대피구역에서 발견되었고, 이 드라마의 제목 ‘White bear’는 바로 이 단서에서 따온 것이었다. 그리고 TV에서 보여진 플래시 사인은 약혼자 목에 있던 문신이었다.


결국 지금까지 그녀가 사냥꾼에게 쫓기면서 구경꾼들에게 핸드폰으로 촬영 당한 상황은 바로 그녀가 6세 여자아이에게 한 짓을 똑같이 재현한 것이었다!


즉 유죄 평결 당시, 자신의 죄는 인정하지 않고 약혼자의 강요로 해당 장면을 촬영했다는 스킬레인을 사형보다 효과적으로 처벌하기 위함이었다. 관중들은 그녀에게 일제히 살인자라며 야유하기 시작했고, 그녀는 눈물을 보이나 관중들은 그런 그녀를 촬영할 뿐이었다.


구경꾼들에게 둘러 싸여 다시 집으로 이동하는 스킬레인(출처 : https://en.wikipedia.org/wiki/White_Bear_(Black_Mirror)


스킬레인은 다시 스튜디오에서 벗어나 원래 깨어난 그 집으로 이송되게 된다. 그녀는 “날 죽여요, 제발 죽여줘요” 라고 말하지만 쇼 진행자는 “항상 그렇게 말했어요”라면서 묵묵히 그녀를 다시금 결박한다. 

진행자는 그녀에게 헤드셋을 씌우고 다시 그녀가 찍은 동영상을 보게 놔둔 뒤 방을 나선다. 그녀의 절규가 페이드 아웃 되면서 다시금 아침 그대로 방을 정리해 둔다.


화이트 베어 정의 공원 (출처 : http://www.readmorewritemorethinkmorebemore.com/2018/11/a-punishing-lesson-on-bla

 하루 종일 쇼가 진행되었던 곳은 ‘하얀 곰의 정의 공원’ (White Bear Justice Park) 이라는 거대한 곳이다. 공원에 방문한 구경꾼들은 벡스터의 안내를 듣게 된다. 벡스터는 공원에 놀러 온 사람들에게 "서로 말하지 말 것, 거리 유지하기, 마음껏 즐기기"이라는 지시를 주었고, 구경꾼 들은 여자의 모습을 보며 즐기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스킬레인은 어제와 같이 다시 고통을 받게 된다.


그녀에게 주어진 형벌이 과연 정의인 것인가?


이번 에피소드는 상당히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해 주는 느낌이다. 먼저 이곳의 공원 이름은 ‘하얀 곰의 정의 공원 (White Bear Justice Park)’로 정의라는 말이 공원 이름에 들어 가 있다. 천인공노할 범죄를 저지른 그녀를 그녀의 범죄와 유사한 방법으로 매번 형벌을 주는 등 어찌 보면 정의로운 형벌일 수 있으나, 과연 그것이 맞는지는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형법에 따르면 형벌 이론은 다음과 같이 나뉜다. 형을 내리는데 있어서 응보형 주의와 목적형 주의가 있고, 목적형주의는 다시 일반예방주의와 특별예방주의로 나뉜다.

 

응보형 주위란 형벌의 본질은 범죄에 대한 정당한 응보 또는 밤죄행위에 상응하는 고통의 부과라고 이해하는 사상으로 형벌은 다른 목적이 아니라 그 자체가 목적인 것이다.

(칸트, 헤겔 등)


함무라비 법전 '눈에는 눈, 이에는 이' 응보형의 문구로 알려진 이 구절은 오히려 형벌의 수준을 명확히 정함으로써 과잉처벌을 방지하려는 목적으로 만들어 졌다.


응보적 의미에서의 ‘형벌’이란 범죄에 대해 가해지는 보복적 반동으로서의 고통을 의미한다. 스킬레인이 어제와 같이 받는 고통들, 사냥꾼에게 쫓기며 위험에 몸을 떨거나 도움을 외치더라도 수수방관한 구경꾼들에게 받을 고통들 모두 그녀가 행한 범죄에 대한 보복적 행위인 것이다. 


그녀가 행한 불법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균형을 이루어야 할 것이다.


응보란 균형 있는 형벌기준의 원칙으로서, 부과되는 고통이 정당하기 위해서는 범죄와 고통이 균형을 이루어야 한다. 스킬레인이 받는 고통은 바로 ‘화이트베어 정의 공원’에서 시행되는 쇼에서 기인한다. 


상식적으로 유괴 및 유아 살해범에 대한 형벌은 중벌이나, 그녀에게 주어지는 고통이 몇 일까지 진행되는지, 그녀가 ‘정의 공원’에서 받는 신체형(신체 및 정신에 대한 고통)이 자유형보다 얼마나 과중한지 등 그녀가 행한 불법과 그에 상응하는 책임은 균형을 이루는지 고민이 필요하다.


그녀에게 행한 벌은 일벌백계의 의미도 가지고 있다.


목적형 주의란 형벌을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범죄를 예방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사상이다 (벤담 등).

‘화이트 베어 정의 공원’은 유괴의 상징인 하얀 곰을 기리기 위해 만들어진 공간으로, 그녀의 유괴 및 유아 살해죄를 일벌 백계하려는 차원으로도 보인다.


범죄예방의 대상을 일반인에 두고, 형벌에 의해 일반인을 겁주게 하여 범죄예방을 거두려는 사상인 것이다. 

다만, 일반인이 형벌에 참여함으로써 과연, 법규범에의 자발적인 복종을 가능케 하는 지는 의문이다. 드라마에서의 일반인은 그녀의 겁에 질린 모습을 따라가고 촬영하는 모습은 지극히 재미난 경험을 겪고자 호기심 많은 존재로 그려진다.


그녀는 과연 재사회화될 수 있는 대상인 것인가?

 

마지막으로 특별예방주의는 범죄예방의 대상을 범죄인 자체에 두고, 형벌의 목적은 범죄인의 개선 교화를 통해 재범의 위험성을 제거하여 재사회화시켜 범죄인의 재범 예방에 있다고 보는 사상이다.


드라마에서의 관계 당국은 스킬레인에게 매일 고통을 안겨다 주지만 그녀는 자신이 형벌을 받았는지 조차 매일 모르게 된다. 과연 해당 형벌로 인해 그녀가 재사회화 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그녀는 오히려 자신을 죽여 달라고 할 뿐 죄를 진심으로 후회하거나, 사죄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는다. 단순히 지금의 고통을 피하고 싶을 뿐이다.


화이트 베어에서 보이는 처벌은 가해자의 인권 문제를 낳을 수 있는 형벌이다. 그녀가 행한 행위에 대해 단순히 고통만을 주는 형벌은 복수의 또 다른 이름 일뿐 범죄자의 재사회화 가능성은 고려하지 못한 상황이다. 

물론 강력한 범죄는 강력한 형벌로 다스려야 함이 원칙이나, 신체에 고통을 주는 신체형은 실정법으로 금지하고 있으며, 화이트 베어의 형벌은 또 다른 신체형으로 판단될 수 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도 강력 범죄에 대한 강력 처벌을 요구하는 여론이 심심치 않을 정도로 뜨겁다. 다만, 화이트 베어와 같은 형벌이 도입되었을 경우, 그것이 과연 적절한 형벌의 수단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https://blog.naver.com/jck0409/2214795451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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