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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잔 Jan 20. 2021

수잔 일기

1편. 별거 없는 솔직한 일상

문득 , 글을 다시 쓰고 싶었다.


창작의 고통을 거친 뒤에야 완성되어야만 하는 완벽한 글 말고, 자유분방하지만 솔직한 글을 말이다.


나는 입사한 지 고작 4개월차에 접어든, 알아야할 것이 산더미인 귀여운 사회초년생이다.

사실 나역시도 '회사원' 이라는 환상을 품고 입사를 한 것은 사실이다.

뭔가 있어보이는 사원증을 매고 거대한 회사로 향하는 발걸음이 적어도 한달 전까지만 해도 정말 가벼웠다.


매일 나는 아침 7시 20분 알람에 침대에서 흐느적흐느적 일어난다.

그리고, 후라이팬에 살짝 구운 식빵 한조각과 따뜻한 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출근준비를 한다.

이 코로나시대에 화장이라곤 썬크림과 눈썹그리기가 전부라 사실 나에겐 출근준비라고 할 것도 없긴 하다.


회사는 우리집으로부터 15분 거리에 위치해 있다.

굉장히 가까운 거리다. 에어팟으로 노래를 5곡 정도 들으면 도착하는 거리.


회사가 가까우면 좋은 점은 딱히 아직까진 모르겠다.

이 것이 과연 좋은 점인지는 모르겠지만 폭설이 와도 출근이 가능하다는 점이다.

회사가 너무 가까워서 차로 출근 할 이유가 없으니 말이다.


나는 '못해도 회사에 15분 전에는 도착하자.' 는 나만의 약속같은 것 (?) 이 있다.

사실 내 상사들은 15분 일찍 출근 하는 나보다 더 일찍 출근을 하셨다는 점.


일단 회사에 도착하면 내가 제일 먼저 하는 일은 커피머신기로 커피를 내려 먹는 것이다.

이건 나 말고 모든 직장인들이 다 똑같이 하는 일일지도 모르겠다.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메일을 확인한다.

딱히 중요한 메일이 오는 거라곤 사실 없다.

중요하거나 급한 용건은 주로 전화로 많이 오기 때문이다.


나는 거북목을 달고 사는 사무직에 근무하고 있다.

내가 하는 업무는 크게 어렵지는 않다.

아직 말단사원인 나에게 시키는 업무강도는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하고 있는 업무를 크게 두 가지로 나누자면, 직원관리와 도급비 정산이다.

직원관리는 사실상 어린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한정되어 있기 때문에 상사님들이 주로 하시고 계신다.


하지만 도급비 정산을 해야하는 매달 말일 즈음 나는 미친 듯이 바쁘다.

내가 평생 못 만져 볼 돈일 수도 있는 거대한 금액이라 실수하지 않도록 아주 조심 또 조심한다.

사실 재경부에게 두 번 일을 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에 더블체크를 자주 하는 편이다.


점심시간이 되기 전에 회사홈페이지에 들어가 그날 점심메뉴를 확인해주는 건 필수이다.

우리 직원식당 밥은 맛있는 편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애기입맛인 나는 직원식당 밥보다 사먹는 점심이 더 맛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직원식당 밥은 개미모이 만큼만 먹고나서 회사 내 편의점에서 후식을 거대하게 먹는다.


점심시간이 끝나가는 12시 50분 즈음부터 걱정이 밀려온다.

오후업무를 봐야하기 때문이다.


오후에는 사람들이 칼퇴를 하기 위해 열심히 일을 하기 시작한다.

나 역시도 오후에는 항상 미팅이 있는 편이다.

코로나 때문에 화상미팅을 하고 있으며 우리 회사는 미팅이 모두 영어로 이루어진다.


해외에서 여러번 거주해보긴 했어도 영어는 나에게 절대 모국어가 될 수가 없다.

이십대 초반부터 해외취업을 꿈꿔왔던 나는 막상 외국계기업에 취업을 해보니 넘어야 할 장벽이 꽤 많다.

내가 좋아하는 일상영어보다는 비즈니스용어를 훨씬 더 많이 사용하여 당황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다.

입사하기 전에 3개월가량 전화영어로 회화공부를 했었지만 아직 턱없이 부족한 상황.


오후 5시가 되면, 퇴근이 한 시간 남은 아주 긴박한 상황이라 못한 업무를 최대한 신속하게 처리한다.

칼퇴를 위해서라면 내가 갖고 있는 온갖 집중력을 다 끌어모을 능력이 갑자기 생기곤 한다.

그런데 나는 왜 항상 퇴근준비를 할 때 일이 들어오고 바쁜지 모르겠다.  


어쨋든 나는 6시 10분쯤이 되면 무사 퇴근을 한다.

퇴근을 하고 회사에서 나오면 해가 이미 져버리기 때문에 평일에는 노을을 절대 볼 수가 없다.


퇴근을 하면 나는 주로 저녁을 먹는다.

요즘 코로나가 부쩍 심해져서 음식을 포장하고 남자친구 차에서 저녁을 해결하곤 한다.

종영된 드라마를 정주행하며 먹는 저녁식사는 아주 꿀맛이다.

그렇게 저녁을 먹고나서 집에 와서 씻으면 어느덧 밤 10시가 된다.

내 평일 하루는 이런 식으로 종료가 되곤 한다.


사실 나는 특별하게 무언가 하는 건 없다.

나말고 다른 직장인들 또한 이런 나와 비슷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는 이상 평일에는 이렇게 반복된 일상이 당연하다.


이런 반복되는 일상에 지루함을 느끼기도 한다.

출근을 하자마자 퇴근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한다.

'오늘만 회사 제끼고 싶다' 는 생각도 하기도 한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건 나 뿐만이 아닐 거라고 생각도 한다.


그래서 글을 다시 쓰기 시작했다.


일상이 항상 특별할 순 없으니까.

하지만 이렇게 글이라도 쓰면 내 평범한 일상에 조금의 특별함이 더해질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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