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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준랑 Sep 24. 2019

#40. 카페에서 졸기

 한 시간 넘게 양손으로 머리를 싸매고 고개를 떨어뜨리고 좌우로 젓고 엎드렸다가 다시 빠르게 들고 천장을 올려다봤다가 꾸벅꾸벅 눈이 저절로 감겼다가 내가 앉아 있는 긴 나무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직원들과 잠깐 눈이 마주쳤다가 괜히 고개를 저으며 앞에 놓인 노트북을 살피는 척 무언가 잘 써지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인상을 쓰다가 몇 글자 적기 시작했다. 그렇다. 나는 카페에 와서 앉은 지 십 분 만에 한 시간 가까이 졸다가 방금 잠에서 깼다.


 평일에는 필요 이상으로 카페인을 섭취하기도 하고, 시간이 없다는 핑계로 카페에 가지 않는다. 보통 주말이 돼서야 책 몇 권과 노트북을 챙겨 가기 마련이다. 카페를 가는 이유는 딱 하나 글을 쓰기 위해서이다. 간혹 주위에서 이런 나를 보며 집에서 해도 되지 않느냐고 묻기도 한다. 좋아서 하는 일이지만, 어느 정도 강제성이 있어야 꾸준히 할 수 있다 믿는다. 평일에 회사 끌려가듯 카페에 와야 글을 쓰고 책을 읽는 모드로 변환된다는 뜻이다. 집은 정말 ‘집’이니까.


 카페에서 꾸벅꾸벅 졸면서도 버티는 이유는 잠에서 깨어난 이후 행동에서 찾을 수 있다. 집이었다면 졸았다는 표현이 아니라 잤다고 해야 맞을 것이다. 집에서 잠이 쏟아질 때, 게다가 주말에, 침대에 눕지 않고 정자세로 앉아서 버티기란 너무도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카페에서는 아무리 졸리다 해도 테이블 위에 올라가 누울 수는 없지 않은가. 기껏해야 엎드려 자는 정도다. 잠깐 졸았다 하더라도 지금 내가 카페에 있다는 사실을 인지하면 빠르게 하고자 했던 일을 다시 시작할 수 있다. 쉽게 책이나 글 속으로 돌아갈 수 있는 것이다. 선택의 폭이 넓지 않은 것도 한몫한다.


 가끔 카페에서 졸고 있는 사람들을 본다. 맞은편, 옆자리, 대각선 등등에서. 테이블에 엎드리지 않고, 잠이 오는데 짐을 싸서 집으로 향하지 않은 채 잠에서 깨려 노력하는 그들을 보면 애잔한 마음과 함께 동지애가 생긴다. 평일도 아닌 주말에 저렇게 버티는 이유는 무얼까. 해야만 하는 일 때문일까 아니면 하고 싶은 일 때문일까.


 어떤 이유로 카페에 왔든 졸다가 깼을 때 피식하고 웃어넘길 수 있다면 좋겠다. 당신과 나 모두가. 그 정도는 갖고 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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