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사의 허점
하루는 시골 군 성당에 사제서품을 받은 지 얼마 안 된 새신부가 찾아왔습니다.
고맙지요 가톨릭 교회에는, 새로 사제서품을 받은 신부님이 첫 미사를 하고 신자들의 머리에 손을 얹어 축복을 해주는 ‘새 사제의 강복’이라는 아름다운 전통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 시기에는 성당에 잘 나오지 않던 분들도 그 축복을 받으려고 줄을 서고 기다린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열성을 가지게 됩니다. 후배 새 사제가 강원도 골짜기 성당까지 찾아와 군인가족들과 병사들에게 첫 미사도 해주고 강복도 해 준다고 하니 무척 반가웠지요.
사실 일요일이면 아침 일찍부터 몇 군데 부대들을 급하게 돌며 종교행사를 다니느라 바빴는데 이 날은 오랜만에 느긋하게 성당으로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 주일 오전 미사를 참석하기 위해서 병사들도 군 버스를 타고 무사히 성당에 도착했다는 연락을 받았고, 새신부님의 미사도 방금 시작되었고 모든 게 평화롭게 진행되었기 때문에 저는 웃으며 성당 사무실로 향했지요.
‘ 군종신부가 이렇게 편해도 되나 ~’
그런데 갑자기 사무실 문으로 들어서는데 문에 난 작은 유리창 통해서, 난데없이 창문을 넘어 누군가 후다닥 달아나는 모습을 본 겁니다. 분명히 이 시간에 성당 군종병도 성가 반주를 하고 있을 테고, 이 곳에 있을 사람이 없어요. 군복을 입어 본 분들은 가끔 아시겠지만 군복을 입은 것만으로도 용기가 백 배 솟을 때가 있습니다.. 도둑이면 신고만 했을 텐데 아이고 잡으러 저도 함께 뒷마당으로 뛰었습니다.
뒷마당으로 향하는 지름길로 탁 봤더니, 도망가는 병사 한 명이 상의에 뭔가 급하게 숨기며 달아나고 있는 거예요. 어떻게 했겠어요. 딱 잡았지요.
‘ 이리 오라고! ’
구약성서에서는 ‘수산나와 두 노인’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아름다운 수산나를 음탕하게 훔쳐보던 마을의 두 원로가 음욕을 채우지 못하자, 수산나를 모함하게 되는데, 이때 소년 다니엘이 나타나 두 원로의 범죄를 밝히는 내용이지요.
뒷마당에서 잡힌 범인을 두고 갑자기 이 이야기가 왜 떠올랐을까요. 병사의 상의에서는 훔친 교무금 봉투가 나왔습니다. 한참 이유를 묻다 보니, 망을 보던 또 다른 병사가 있더군요. 이때부터 순간 소년 다니엘처럼 수사반장이 되어서 여죄까지 캐묻게 되었습니다. 공범한테 물으니 처음엔 사무실 문만 열려있어서 단지 초코파이를 먹고 싶어 들어갔다는군요. 그러다가 몇 주만에 봉투에 손을 대게 되었고, 이번이 두 번 째라고...
“ 아무리 그래도 이 녀석들아! 감히 하느님의 돈을 훔치다니! ”
그중 한 녀석은 또 신자예요. " 어휴. 그것도 그렇지만 훔친 2만 원과 너의 인생과 바꾸다니! 참으로 답답하다. "
이렇게 말하고 나니까. 갑자기 제가 멋진 수사반장이 된 거 같아요. 마지막으로 멋있게 꼰대 신부의 훈화까지 해 놓고 스스로 흐뭇해서는 병사들을 돌려보냈는데... 갑자기 드는 생각이,
‘ 오늘 내가 했던 수사들이 단지 이들에게만 해당되는 문제였을까?
나는 신이 주신 시간과 재능들을 우울한 걱정과 헛된 욕심으로 허비하지는 않았는가 하는... ’